추석 연휴 기간, 여자 농구와 여자 축구에서 남북전이 열렸다. 그러나 이날 경기 결과와 내용보다 더 주목받았던 북한의 태도였다. ‘북한’ ‘북측’ 등 나라 호칭을 두고 갑자기 북한 선수단에서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여자 농구 남북전이 끝난 뒤, 한 기자가 질문 내용 중에 ‘북한’을 언급하자 감독도, 선수도 아닌 의문의 관계자가 “우리는 DPR 코리아(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로 부르지 말라.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 불쾌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것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답한 설명이었다.
다음날 여자 축구 8강 남북전에서는 북한 리유일 감독이 나섰다. 경기가 끝난 뒤, 리 감독은 한 기자의 ‘북측’이라는 용어 사용에 “우리는 북한이나 북측이 아니다. 시정하지 않으면 질문하게 답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연이은 북한의 예민한 반응에 현장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정식 국호를 부르는 게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국제 스포츠 대회 도중 국호에 대해 연이어 직접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 부르며 대적기조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를 만나면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북한 선수단의 분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각 종목 경기장이나 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들과 만나면 가벼운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런 가운데서 북한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은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8강에서 북한이 한국을 4대1로 승리한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팀을 ‘남조선’ ‘대한민국’ 대신 ‘괴뢰팀’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사용했다. 지난해 12월 축구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를 보도한 조선중앙TV는 한국을 ‘한개팀’으로 호칭한 바 있다. 냉전 시대에만 볼 법한 ‘괴뢰’라는 단어를 다시 등장시킨 셈이다. 북한의 ‘적반하장’격 태도에 눈살만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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