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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벌써 뭔가 이상함을 느꼈으면 하고 적어봤어
이번달에 드디어 본회의 상정을 앞두게 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보험업계에서 지난 14년간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통과시키려고 애써 온 숙원과제야
근데 보험사가 이렇게 간절하게 원하는 일이 과연 소비자들을 위한 일일까?
실손 청구를 간소화 하면 소비자한테 좋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지금 실손 청구 절차가 너무 번거로워서야
맞아 실제로 실손 청구하려면 필요한 서류는 꼭 해당 병원에 고객이 직접 찾아가서 대면으로 내 신분증 제시하고 서면으로 떼어다가 진단서며 영수증이며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니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
근데 이렇게 귀찮은 이유는
그만큼 개인 의료정보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야
근데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 의료정보를 병원이 바로 중계업체에 보내고 중계업체가 보험사에 싹 보내줘서 고객이 귀찮게 뭐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함^^
보험사가 개인의 의료정보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는 아래의 2가지 예시만 봐도 알 수 있어
1.
예를 들어 B 보험사에 암 보험 가입하려고 하면
고객님 견적 뽑아보려면 일단 정보 조회를 해야되는데 인증 번호 발송될테니까 한번만 불러주시겠어요? 이런 소리 들은 경험 누구나 있을 텐데
이거 인증 번호 불러주면 정말 옛날 옛적에 콧물나서 이비인후과 갔다가 A 보험사에 실비 청구한 것까지 다 조회가 되고
이때는 정형외과 갔다고 뜨는데 왜 갔나요? 무슨 질병이었나요? 지금은 더 안가나요? 이러면서 보완 요청이 들어옴
B 보험사에서 내가 A 보험사에 청구한 진료 내역을 어떻게 알지?
보험사들은 고객의 모든 실손 청구 내역을 자기들끼리 전산망으로 공유하고 있거든
(그래서 정말 자잘한 실비는 괜히 나중에 귀찮아지니까 청구 하지 말라고들 하지)
2.
자잘한 실손이 아니라 진단비 같은 큰 금액을 청구하게 되면 보험사에서 실사를 나오는데 이때 나오는 사람들이 바로 손해사정사고 하는 일은 고객에게서 최대한의 의료정보를 뽑아내는 일이야
뽑아내서 뭐하는데? 보험금 안주는 근거로 씀
이들은 찾아와서 해당 진단을 받기까지 언제 처음 증상이 있었는지 그땐 어느 병원가서 진료 봤고 어디로 전원해서 진단이나 치료를 시작했는지 등을 묻고 어느정도 윤곽이 그려지면 진료 기록 열람 위임장을 내밀어
여기에 서명을 하면 그 위임장을 들고 병원에 가서 진료 기록을 떼고 지급을 안해줄 빌미가 없나 검토를 함
(참고로 이때 날치기로 어느 병원/어느 기간에 대한 기록인지는 안 적고 아래 서명만 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내 의료정보가 많이 넘어갈수록 나한테 불리할 뿐이니까 정확히 진단의 증명에 필요한 기관과 기간을 적고 서명을 해야함)
예를 들어 처음 진료 받았다고 한 곳에서 의사 선생님한테 제가 사실 한 몇년 전에도 조금 여기가 아팠는데 귀찮아서~~ 이런 소리를 했고 기록이 됐으면 (생각보다 의사는 다 기록함) 보험사 입장에선 지급 거부의 실마리가 되겠지
아니면 몇년 전에 아파서 저어기 다른 병원에서도 한번 봤었는데~~ 이러면 빈 위임장에 그 병원 이름을 써서 그 병원으로 찾아가겠지?
결국 보험사는 돈을 안줄 수 있는 구실을 찾는 데에 고객의 의료정보가 꼭 필요한 거야
근데 이런 현상황을 표현하는 기레기의 탁월한 문법
클릭 몇번으로 내 의료정보 보험사로 슝슝?
얼핏 보면 손보사들이 2700억원을 고객들한테 지급하고 싶어서 아주 눈물을 흘리는 줄 알겠어
(현실은 실손 보험 손해율 때문에 매년 죽는다고 곡소리 함)
그리고 또 대부분의 기사에서 4천만 소비자들도 모두가 원하는 법안으로 포장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딴 입장 내는 소비자 단체 연합도 한통속이야
진짜 소비자들의 입장으로 마무리 할게 한번만 읽어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