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강업계가 한국 시장에 덤핑 공세를 퍼붓고 나서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제철 자립을 기치로 내걸고 철강 제조설비 증설에 속속 나서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내수 시장마저 해외 기업들의 덤핑 행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을 높이는 만큼 한국 정부도 명백한 덤핑 행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유럽연합(EU) 등을 비롯한 10개국은 지난 8월 현재 탄소강 열연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규제 21건을 운용하고 있다. 1994년 멕시코 정부가 러시아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매긴 것을 시작으로 미주·유럽·아시아 각국에서 철강 시장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가령 미국·EU 등은 수입재 점유율이 25%를 넘기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한 뒤 관세를 매기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수입 물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EU도 세이프 가드를 통해 철강 시장을 보호한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정당한' 규제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철강업이 기간산업인 데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다른 업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업체들이 올해 들어 한국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반덤핑 규제 빈틈을 파고든 결과다. 철강업계에서도 여러 차례 규제를 요구했지만 반도체와 2차전지 등에 밀렸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일본산 열연 제품 수입량은 155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일본 철강회사들은 자국 내에서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에 한국에서 제품을 처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덤핑 소지가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덤핑 행위에 대한 규제를 촉구해도 최근 해빙 무드인 한일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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