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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외면’ - 진용진이 30대 비혼 여성에게 퍼붓는 근거없는 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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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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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종종 정작 그 대상보다 오히려 그걸 만든 창작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는 한다. 최근 인기 유튜버 진용진이 한국의 비혼 여성에 대해 그린 <외면> 역시 그러하다. 그의 채널 주요 콘텐츠 ‘없는 영화’의 3회짜리 단편인 이 작품 부제는 ‘비혼주의 30대 여자 인생’이다. 과연 그들 비혼 여성들이 무엇을 ‘외면’했다는 걸까. 은정과 친구들은 사회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 같은 젊은 여성이 결혼을 할 이유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것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외면’이다.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외면. 작품은 3회에 걸쳐 그러한 외면이 어떤 스노볼이 되어 돌아오는지, 그리고 그 여파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은정의 인생이 어떻게 힘겨워지는지 가상의 미래와 함께 그려낸다. 분명 저출생 시대는 위기가 맞다. 당장 작품에서도 다룬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니 충분히 디스토피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 있다. 문제는 <외면>이 오직 비혼주의 여성의 외면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이 작품은 저출생이 불러온 위기에 대한 상상을 30대 비혼 여성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 구성한다. 이토록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주체로 젊은 비혼 여성만을 콕 집어 호명하는 창작자의 정치적 관점이다.

<외면> 초반 은정과 친구들이 말한 비혼의 이유는 다분히 실존적이다. 인용한 기사에선 “ ‘결혼을 하면 나의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는 질문에 대해 20대 여성 47.5%가, 30대 여성 50.4%가 ‘그렇다’고 답한다”고 하는데, 은정 역시 일과 커리어에 대한 성취 욕구가 높은 인물로 그려지며,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은 구체적인 현실이다.

이 불평등 앞에서 비혼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고려할 법한 선택지다. 그들의 선택을 비난할 근거를 찾기란 어렵다. 그래서 진용진이 선택한 방법은 지금 이곳에서 근거를 찾는 대신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어떤 미래의 모습에 기대는 것이다. 이 전략은 두 가지 면에서 효과적이다. 첫째 실질적인 논증 부담을 회피할 수 있으며, 둘째 잘못된 선택을 한 주인공이 징벌당하는 서사적 쾌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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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의 선택을 비판하기 위해, 진용진은 그들의 주장이 자기모순을 일으킬 미래를 설계한다. 가령 은정은 성공적 커리어를 위해 연애와 결혼을 거부해 승진도 하고 인정도 받지만, 인구 특히 저연령층의 감소 때문에 거래처인 학교 급식 업체의 폐업으로 정작 커리어에 위기를 겪는다. 그와 친구들은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을 모아 노후 대비만 하면 남편과 아이 없이 자기들끼리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국민연금 고갈과 인구 감소로 그들의 소득 40%는 세금으로 나가고 실버타운 경쟁률은 주택청약만큼이나 치열해진다. 즉 <외면>은 이들 비혼 여성의 외면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매우 근시안적인 자해행위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어떤 극단적 미래의 가능성으로부터 현재의 대상을 공격할 논거를 끌어온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히 부당하다. 그리고 당연히 이러한 부당함을 서사적으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외면>은 숨길 수 없는 수많은 허점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은정이 마흔이 된 근미래엔 출산을 하면 축하금으로 국가에서 5000만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내레이션은 “어이없는 건 그렇게 은정이가 이제 큰일 났다고 비웃었던 출산을 한 사람들은 큰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화자는 그렇게 은정과 친구들의 근시안을 비웃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결혼과 출산, 육아의 생애주기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이 요구하는 보육과 육아에 대한 사회지원 서비스, 비혼 출산과 육아에 대한 포용적 정책 같은 것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가 인구절벽이 오자 출산 축하금 5000만원을 뿌리는 국가란 얼마나 무능한 국가인가. 비혼 여성을 비웃기 위해 정부를 이토록 머저리로 설계해놓고도 정작 저출생 시대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여성에게 따져 묻는 것이야말로 모순적이다.

앞서의 서사적 허점이 여성의 비혼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근거를 끌어오기 위한 논리적 무리수라면, 외로움에 허덕이는 은정에 대한 허점투성이 묘사는 그의 고통을 일종의 인과응보로 그려내려는 징벌의 투명한 욕망을 드러낸다. 일에만 몰두하던 그가 휴직 중에, 정년퇴직 후에 공허함에 괴로워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지독한 워커홀릭이었기 때문이지 결혼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공허함의 원인을 비혼에서 찾으려면 비혼 때문에 워커홀릭이 됐다는 인과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실은 반대다. 워커홀릭인 게 원인이고 그 결과 비혼이자 일이 없으면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직장에 나가지 않을 때 할 게 없다고 느끼는 건 육아를 할 아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에 몰두하느라 영구적으로 즐길 취미나 외부활동을 미처 개발하지 못해서다. 즉 작품은 비혼의 외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은정을 극단적인 워커홀릭 캐릭터로 구성했지만, 그로 인해 외려 비혼주의자가 아닌 그저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들에 대한 악담을 남긴 셈이다. 특별한 소일거리 없는 그가 60세가 넘자 골목에 앉아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쓸데없이 말을 걸거나 시비하는 묘사도 모순을 드러낸다. 내레이션은 지금 그토록 재밌는 넷플릭스도 노년의 은정에겐 요즘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전원일기>를 보는 것과 다름없으며, 노인의 잔소리는 한 번 죄송하다고 해도 끝나지 않듯 은정의 시비도 그렇다고 말한다. 아마 우아한 노년을 꿈꿨던 은정이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면>은 비혼주의자가 아님에도 <전원일기>를 보는 노인, 자식이 있어도 거리에서 젊은이에게 호통을 치는 노인의 삶까지 묶어 행복하지 못한 것으로 폄하한다. 그렇다면 은정이 힘든 건 비혼 때문인가, 그저 늙어서인가. <외면>은 계속 이런 식이다. 비혼주의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조롱하려 하지만,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한 세계가 구멍투성이라 그들을 조금도 타격하지 못한다.

그래서 <외면>은 정치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기 이전에, 우선 못 만든 작품이다. 정말 필연적인 건, 비혼주의자가 미래에 겪을 불행이 아니라, 이 작품의 허술한 완성도다.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창작자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통찰력을 뽐내기 가장 쉬운 길은 세계와 캐릭터를 모두 자신보다 어리석게 설정하는 것이다.


분명 그들이 결혼을 피하는 이유는 상당히 구체적임에도, 작품은 끊임없이 그들을 여초 커뮤니티의 ‘밈’에 사유를 의탁한 존재로 묘사한다. 하지만 서사의 수많은 구멍이 말해주듯, 작품이 ‘밈’으로 사유하는 실제 비혼 여성을 재현했다기보다는, 남초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근시안적이고 의무는 다하지 않은 비혼 여성이란 ‘밈’을 재현한 것에 훨씬 가깝다. 여기엔 어떠한 상상력도 없다. 정작 현실의 젊은 비혼주의자들은 독점적 이성 관계가 아닌 방식으로의 가족 형태와 심리적 안정의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그런 대안적 상상력과 비교해 자신이 믿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삶은 당연히 불행하리라는 진용진의 상상은 빈약하고 완고하다. 그럼에도 이토록 얄팍한 세계 인식과 논리에 대해 창작자의 통찰력을 상찬하는 유튜브 댓글들을 보라. 작중 비혼주의 여성들이 커뮤니티에서 끼리끼리 호응하고 ‘밈’을 반복하지만, 실은 그의 콘텐츠와 구독자들이 딱 그 수준으로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중이다.

내겐 이 풍경이야말로 작품 속 미래상보다 더 음습한 디스토피아의 전조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외면하지 않겠다.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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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용진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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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퀴즈에도 나왔었고 mbc와 협업해
피의게임1 연출을 맡은 적도 있는 유명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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