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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압사 당할 뻔" 마지막 카톡...분명 살아있던 딸, 대체 왜 죽었나요 [이태원참사_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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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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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6시 34분] 뭐든 계획대로 척척, 믿음직한 둘째 추인영씨

10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34분 경찰에 첫 신고가 들어왔다. "압사당할 거 같다."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만 했다면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34분 이태원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편집자말>



https://img.theqoo.net/CCQif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추인영씨가 사고 당일 오후 9시 38분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 인파에서 빠져 나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이희훈



"사람 너무 많아 덜덜." (인파 사진 전송)
"와 진짜 사람 파도에 치이겠다."
"맞지? 진짜 압사 한 번 (당할 뻔)했다가 나왔어. 차가 사람 사이에 끼어 있어."

2022년 10월 29일 오후 9시 38분,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 추인영(1999년생)씨가 남자친구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다. 뿐만 아니라 인영씨의 휴대폰엔 오후 10시 13분 찍은 인파 사진도 남아 있었다.

당일 참사를 예견한 첫 신고 시각은 오후 6시 34분, 이후에도 수없이 쏟아진 신고와 허무하게 흘러간 시간, 그렇게 오후 10시 15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참사. 아무리 되새겨 봐도 인영씨 엄마·아빠는 "딸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을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후 9시 38분 '죽다 살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오후 10시 13분까지도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던 인영씨는 어쩌다 세상을 떠난 걸까. 인영씨가 왜 목숨을 잃었는지, 어느 시점까지 삶을 부여잡고 있었는지, 제대로 된 응급조치는 받았는지, 겪은 고통이 과연 감내할 수 있는 아픔이었는지 참사 후 5개월이 지난 지금껏 엄마·아빠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참사 후 부부는 일상을 잃었다. 엄마는 "웃으며 손님을 맞이할 자신이 없어" 운영하던 옷가게를 닫았고, 아빠는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화물차 운전 일을 멈췄다. 적막함이 싫어 틀어둔 TV에서 갑자기 슬픈 장면이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무너진 두 사람의 일상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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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전북 전주 풍남문 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주합동분향소'에서 인영씨 엄마 황명자(49)씨와 아빠 추상범(49)씨를 만났다.

인영씨는 부부에게 "다정한 친구 같은 딸"이었다. 대학 입학 후 타지에 떨어져 살면서도 인영씨는 틈만 나면 엄마·아빠와 여행길에 나섰다. 가족의 마지막 여행지는 참사 전 여름의 제주도였다.

제주도에서의 추억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도 "딸 같은 손녀"의 죽음에 큰 충격을 입었다. 참사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했던 할아버지는 "내가 그때 잘못됐어야 (내 장례식에 오느라) 인영이가 거길 안 갔을까"란 말까지 되뇌었다.

참사 2주 전인 10월 15일은 인영씨 생일이었다. 평소 같으면 전주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왔을 인영씨지만 이번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실기시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인영씨가 떠나고 얼마 후, 휴대전화로 전송된 자격증 합격 문자를 보고 부부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10월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새벽 5시, 출근 준비를 하던 아빠는 뉴스를 보며 처음 참사 소식을 접했다. 아빠는 별 뜻 없이 "인영이한테 전화 한 번 해봐"라고 말했고 엄마도 이를 딱히 귀담아듣지 않았다.

엄마는 오전 8시쯤 딸의 남자친구란 사람이 보낸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다.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상한 기분을 느낀 엄마는 곧장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이태원 파출소"란 말이 들렸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딸의 휴대전화를 분실물로 습득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왜 이태원?' 혼란에 빠진 엄마는 뉴스에서 본 이태원과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이태원을 쉽사리 연결시키지 못했다.

부부와 인영씨 오빠는 전주에서 차를 몰아 황급히 이태원으로 이동했다. 4시간 만에 서울 한남동주민센터에 도착해 실종신고부터 한 부부는 얼마 뒤 '성남중앙병원에 딸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때까지 엄마는 "딸이 어딜 좀 다쳤을 것"이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아내와 아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딸을 잃었을 거란 생각에 자꾸 눈물이 흘러 운전조차 하기 어려웠다. 딸이 살아있을 거라고 믿는 아내가 "괜찮을 텐데 왜 울어?"고 위로하자 아빠는 더욱 설움에 북받쳤다. 병원에 가는 도중 갓길에 차를 세워 오열한 그 순간을 아빠는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떠올렸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인영씨가 잠들어있는 영안실이었다. 엄마·아빠 대신 시신의 얼굴을 확인한 오빠가 "인영이"라고 전했다. 망설임 끝에 두 사람도 흰 천 아래 얼굴만 내민 딸과 마주했다. 아빠는 눈물마저 말라버렸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장례가 지나서야 겨우 뉴스를 보기 시작한 부부의 머릿속에 자꾸 물음표가 생겨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음표는 분노로 바뀌었다. 인영씨 아빠는 "하루 빨리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는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그간 상황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책임질 사람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만 급급했고 기대를 모았던 국정조사는 정쟁으로 맥없이 끝나 버렸습니다. 경찰 특수본 수사는 꼬리자르기로 종결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딸은 밤 9시 38분까지 메시지를 보냈고 10시 13분까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근데 10시 15분에 죽었답니다. 그 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도 모릅니다. 우리 인영이뿐만이 아닙니다. 거기 있던 많은 희생자 그렇게 죽은 걸로 돼 있습니다. 어느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겠습니까.

대통령은 참사 직후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맘대로 만들어서 5일 내내 그곳으로 출근해 조문했다고 합니다. 국민 159명이 그 좁은 골목에서 죽었는데 빈껍데기 분향소에 가서 고개를 숙이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입니까? 지금은 아예 유가족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걸고 대통령이 된 분에게 공정과 상식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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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유가족을 외면했지만 참사 후 부부에겐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다른 유가족을 만나면 아이들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요. 서로 아픔을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만나기 전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겠더라고요. 어떤 상담을 받아도 이보다 못해요. 또 다른 가족이 생긴 거죠."


엄마가 딸에게

"인영아, 네가 엄마에게 했던 잔소리가 참 그립다. '엄마, 설거지 하고 나면 물기를 잘 털어놔야 세균이 안 생겨.' 그래서인지 인영이가 집에 왔을 때면 엄마가 '이거 정리해 줘' '이거 먹고 싶어' 같은 말을 참 많이 했잖아. 스파게티를 만들어놓고 기다리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은 인영이 목소리가 그렇게도 듣고 싶네. 수업 끝나고 버스 타기 전에 네가 꼭 전화해서 '엄마 뭐해?'라고 물었잖아. 너의 말과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인영아, 내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그곳에서도 밝게 빛나서 우리가 찾아갔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딸이 아닌 내 친구 같았던 인영이... 네 발가락을 조물락거리는 걸 엄마가 참 좋아했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구나. 너무 만지고 싶은데, 너무 만지고 싶은데... 인영이가 없어서 엄마는 그게 너무 슬퍼. 나중에도 꼭 내 딸로 다시 만나자. 잘 지내."



https://img.theqoo.net/eTbAd
▲ 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즐겼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추인영씨. ⓒ 유족 제공



소중한기자, 이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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