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BBC 코리아
2020년 10월 8일
https://img.theqoo.net/VXMEd
이 기질을 긍정적으로 발휘하면 무기가 되지만, 자극에 휩쓸리게 되면 마음의 병이 된다. 문자에 찍힌 점 하나와 이모티콘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자꾸 걱정하게 되는 걸까? 원래 예민한 성격은 바꿀 수 없나?
오랜 기간 이런 '매우 예민함'을 연구한 전문가가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자 우울증 전문가로 꼽히는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자의 사망원인분석 및 유가족의 심리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2014년 설립했다.
그는 최근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그가 그간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각종 사례가 실려 있다.
코로나19로 예민함과 우울감이 한층 깊어진 시대에 꼭 필요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9월 24일 전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BBC 코리아 독자들의 궁금한 질문도 받았다.
https://img.theqoo.net/ZuBes
"저는 이 책을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정말 예민하고 우울한 사람의 입장에 서서 써보자' 그리고 '예민함과 예리함의 작은 차이라도 알려주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썼는데 놀랄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위로하는 책이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를 짚은 건데 (반응을 보니) 정곡을 짚었다 싶었어요."
전홍진 교수는 자신의 첫 책이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어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 '예민함'과 '마음에 병'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동안 만난 환자들에게서 '예민함'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울증 진단 결과가 나와도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예민한 것 같다'라는 말에는 수긍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계속 고민을 했어요. 제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유명한 사람들을 건강 검진 때 많이 봐요. 그런데 이들도 성향이 아주 예민해요. 결과적으로 둘 다 예민한데 누구는 병으로 고생하고 누구는 성공하는지 궁금해져서 연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전 교수는 2012~2014년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한국과 미국 우울증 환자들의 증상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한국 사람들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형태의 우울증은 감정을 잘 못 느끼면서 무척 예민한 특징이 있다.
https://img.theqoo.net/ueAPb
(중략)
예민함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
전홍진 교수는 한국인에 맞춰 '매우 예민함' 평가 문항을 만들었다. 총 28문항 중 7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문항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등이 있다. 이 문항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려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민함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성공의 에너지가 된다고 말한다. 그의 책에 따르면 노력을 통해 항상성을 잘 유지하면 예민함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통찰을 얻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해준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잘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등 인간관계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전 교수는 예민함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온앤오프(on and off)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민함이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발휘되게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끄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를 잘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예민성을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 보면 예민해지거나 피곤해질 것 같을 때 하는 행동들이 있어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도 하죠. 골프나 등산을 한다든가 자신이 집중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걸 해요. 이렇게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만약 없다면 그걸 지금부터라도 찾아보세요."
'나만의 안전기지 찾기'
그는 주변에 자신에게 안정을 주는 사람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안전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예민해지는 상황이 많아질수록 안전기지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진다.
"남편(아내)이나 가족 등이 받아주고 안정되면 감정적으로 정말 좋은 겁니다. 같이 밥도 먹고 얘기하면 되잖아요. 그게 시큐어 베이스, 안전기지화거든요. 아기를 보면 엄마가 안아주고 밥도 주고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잖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안전기지가 필요해요. 안전기지는 애완동물일 수도, 운동일 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어요. 최근에 예민한 일이 너무 많았다고 하면 찾을 수 있는 안전기지를 중간중간 많이 만들어놔야 합니다."
전 교수의 책에서 예민함을 줄이기 위해 온전히 쉬는 방법도 소개한다. 신체 반응을 살피면 도움이 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심장이 안정되고 호흡이 편안해지는지 파악"해보면 좋다고 한다.
대체로 자신의 업무와는 다른 일이 도움이 된다. 책에서 그는 "예를 들어 가정주부라면 집 안에서의 일이 아닌 것이 좋고, 회사원이면 본인 업무와 유사한 일이 아닌 것이 좋다. 뇌 가운데서 쓰지 않는 뇌, 근육 중에서는 쓰지 않는 근육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예민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다 보니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처도 잘 받는다. 물론 예민함을 세심함으로 다듬으면 사람들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그러려면 인간관계에서도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도록 온앤오프를 잘해야 한다.
"그런 사람(예민함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 혹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등을 신경 안 써요. 예민한 분들의 특징이 사람들이 말투나 표정 이런 거를 자기하고 결부시켜요. '이 사람이 왜 이러지, 날 싫어하나, 불만 있나...' 그런 질문엔 답이 없어요. 정확하지도 않고요. 이렇게 하다 보면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 거예요."
이하후략
전문 출처
https://www.bbc.com/korean/news-54459516
2020년 10월 8일
https://img.theqoo.net/VXMEd
이 기질을 긍정적으로 발휘하면 무기가 되지만, 자극에 휩쓸리게 되면 마음의 병이 된다. 문자에 찍힌 점 하나와 이모티콘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자꾸 걱정하게 되는 걸까? 원래 예민한 성격은 바꿀 수 없나?
오랜 기간 이런 '매우 예민함'을 연구한 전문가가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자 우울증 전문가로 꼽히는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자의 사망원인분석 및 유가족의 심리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2014년 설립했다.
그는 최근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그가 그간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각종 사례가 실려 있다.
코로나19로 예민함과 우울감이 한층 깊어진 시대에 꼭 필요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9월 24일 전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BBC 코리아 독자들의 궁금한 질문도 받았다.
https://img.theqoo.net/ZuBes
"저는 이 책을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정말 예민하고 우울한 사람의 입장에 서서 써보자' 그리고 '예민함과 예리함의 작은 차이라도 알려주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썼는데 놀랄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위로하는 책이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를 짚은 건데 (반응을 보니) 정곡을 짚었다 싶었어요."
전홍진 교수는 자신의 첫 책이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어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 '예민함'과 '마음에 병'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동안 만난 환자들에게서 '예민함'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울증 진단 결과가 나와도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예민한 것 같다'라는 말에는 수긍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계속 고민을 했어요. 제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유명한 사람들을 건강 검진 때 많이 봐요. 그런데 이들도 성향이 아주 예민해요. 결과적으로 둘 다 예민한데 누구는 병으로 고생하고 누구는 성공하는지 궁금해져서 연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전 교수는 2012~2014년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한국과 미국 우울증 환자들의 증상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한국 사람들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형태의 우울증은 감정을 잘 못 느끼면서 무척 예민한 특징이 있다.
https://img.theqoo.net/ueAPb
(중략)
예민함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
전홍진 교수는 한국인에 맞춰 '매우 예민함' 평가 문항을 만들었다. 총 28문항 중 7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문항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등이 있다. 이 문항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려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민함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성공의 에너지가 된다고 말한다. 그의 책에 따르면 노력을 통해 항상성을 잘 유지하면 예민함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통찰을 얻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해준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잘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등 인간관계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전 교수는 예민함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온앤오프(on and off)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민함이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발휘되게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끄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를 잘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예민성을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 보면 예민해지거나 피곤해질 것 같을 때 하는 행동들이 있어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도 하죠. 골프나 등산을 한다든가 자신이 집중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걸 해요. 이렇게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만약 없다면 그걸 지금부터라도 찾아보세요."
'나만의 안전기지 찾기'
그는 주변에 자신에게 안정을 주는 사람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안전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예민해지는 상황이 많아질수록 안전기지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진다.
"남편(아내)이나 가족 등이 받아주고 안정되면 감정적으로 정말 좋은 겁니다. 같이 밥도 먹고 얘기하면 되잖아요. 그게 시큐어 베이스, 안전기지화거든요. 아기를 보면 엄마가 안아주고 밥도 주고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잖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안전기지가 필요해요. 안전기지는 애완동물일 수도, 운동일 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어요. 최근에 예민한 일이 너무 많았다고 하면 찾을 수 있는 안전기지를 중간중간 많이 만들어놔야 합니다."
전 교수의 책에서 예민함을 줄이기 위해 온전히 쉬는 방법도 소개한다. 신체 반응을 살피면 도움이 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심장이 안정되고 호흡이 편안해지는지 파악"해보면 좋다고 한다.
대체로 자신의 업무와는 다른 일이 도움이 된다. 책에서 그는 "예를 들어 가정주부라면 집 안에서의 일이 아닌 것이 좋고, 회사원이면 본인 업무와 유사한 일이 아닌 것이 좋다. 뇌 가운데서 쓰지 않는 뇌, 근육 중에서는 쓰지 않는 근육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예민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다 보니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처도 잘 받는다. 물론 예민함을 세심함으로 다듬으면 사람들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그러려면 인간관계에서도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도록 온앤오프를 잘해야 한다.
"그런 사람(예민함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 혹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등을 신경 안 써요. 예민한 분들의 특징이 사람들이 말투나 표정 이런 거를 자기하고 결부시켜요. '이 사람이 왜 이러지, 날 싫어하나, 불만 있나...' 그런 질문엔 답이 없어요. 정확하지도 않고요. 이렇게 하다 보면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 거예요."
이하후략
전문 출처
https://www.bbc.com/korean/news-54459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