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없이 한복 연출한 비결…‘전통 힙’ 보여준 카이 ‘피치스’ 의상 스타일링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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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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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Peache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한복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의상이다.
‘한복 없이 한복 연출하기’. 지난달 30일 발매된 그룹 엑소(EXO) 카이의 솔로 미니앨범 <Peaches>(피치스)는 스타일링이 시선을 끈 작업이다. 타이틀곡 ‘Peaches(피치스)’는 연인과 보내는 시간을 복숭아의 달콤함에 비유한 곡이다. 카이는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두루마기자락을 휘날리며 춤을 춘다.
카이가 뮤직비디오에서 소화한 다섯 벌의 의상은 모두 한복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는 한복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의상 대부분이 기성복을 ‘리폼’해서 연출됐다. 한복이 전통 그대로의 모습으로 K팝 퍼포먼스에 등장한 적은 있지만, 한복 없이 한복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김욱 스타일리스트는 1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태까지 한 작업 중 ‘피치스’가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큰 콘셉트는 ‘전통과 현대의 믹스 매치’다. 전에 없던 스타일을 카이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게 목표였다. 옷은 한복처럼 연출하고 모자는 볼캡(야구모자)을 씌운다거나, 플리츠스커트(주름치마)를 한복 하의처럼 리폼하거나, 스니커즈에 노리개 장식을 덧붙이는 식이다.
이 콘셉트에는 카이의 의견이 반영됐다. 뮤직비디오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등장한다. 산·대나무·구름·기와지붕 등 전통의 요소도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카이는 낙원 속 신선의 이미지 등 신화적 상상과 다양한 이미지를 제안했다”며 “서로 다른 시각적 요소를 혼합해 연출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갓을 쓴 카이가 동양화 속 구름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현대적 포즈를 취한 게 한 예다.

카이 ‘Peache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갓을 쓴 카이가 구름 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이 ‘Peache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한복이 쓰이지 않은 의상이다. 의상은 한복 스타일로 연출했고, 볼캡에 갓끈을 추가해서 ‘믹스 매치’ 콘셉트를 살렸다.

카이 ‘Peache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트렌치코트에 플리츠스커트를 매치해 한복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이런 콘셉트일수록 “어설픈 오리엔탈 룩으로 풀어내면 차별성이 전혀 없을 것 같았다”며 “한복을 안 쓰면서 한복의 룩을 연출하는 건 제 고집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업은 “한복이 아니지만 (한복으로) 매칭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능한 많이 떼다가 맞춰보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는 “한복은 실루엣이 분명하고 전통적 요소가 명확한” 옷이기 때문에 기성복으로 해석하는 것이 도전적인 작업이었고 “실제 결과물이 예상과 달라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고 했다.
저고리는 맨투맨 상의에 시스루 소재를 덧대 만들었다. 오버핏 힙합바지는 통 넓은 한복바지처럼 연출됐다. 트렌치코트와 플리츠스커트 조합, 벨트 랩 재킷에 셔츠 조합도 함께 입으니 한복처럼 보였다. 카이가 복숭아꽃 낙원 장면에서 입은 조끼는 원래 칼라가 있는 재킷이었는데 이를 없애고 브이(V)자로 리폼해 만들었다. 한복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복장이다. ‘믹스 매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코디에 볼캡이 추가됐고, 거기에 갓끈을 매달았다. 회색 갓과 함께 코디된 의상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바탕으로 리폼됐다. 칼라와 매듭을 추가해 한복의 느낌을 냈다. 갓은 실제 갓이다. 갓에 옷과 동일한 색깔·재질의 천을 입혔다.

카이 ‘Peache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의상은 기성복에 매듭 등 요소를 추가해 리폼했고, 갓에 의상과 같은 색·재질의 천을 씌웠다.

카이가 ‘Peaches’ 퍼포먼스에서 착용한 신발. 운동화 브랜드 로고를 활용해 버선코 모양을 표현했고, 노리개 장식을 달았다. 김욱 스타일리스트 제공

카이 ‘Peaches’ 스타일링 사진. 김욱 스타일리스트는 두루마기를 자체 제작했고, 나머지는 기성품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발은 운동화를 버선 모양으로 변형해서 만들었다. 운동화 브랜드 로고를 활용해 버선 코 모양을 표현했고, 노리개 장식도 달았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신발은 카메라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스타일의 밀도를 높여야 전체적인 룩이 확실하게 완성된다”며 “소품, 신발, 액세서리도 전통의 느낌을 살리되 옛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일은 피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K팝 퍼포먼스 유튜브 채널인 ‘스튜디오 춤’ 의상도 반응이 좋았다. 카이는 한쪽은 치마, 한쪽은 바지처럼 보이게 연출한 의상을 입었다. 역시 한복을 거의 쓰지 않고 만들어낸 의상이다.

카이 ‘Peaches’의 스튜디오 춤 퍼포먼스 장면. 기성복을 리폼해 한쪽은 치마, 한쪽은 바지로 보이게 연출했다.
댄서들의 의상도 신경써야 했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솔로 아티스트를 스타일링할 때는 같이 퍼포먼스를 하는 댄서들의 의상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아티스트가 아무리 멋지고 예쁘게 입어도 댄서 의상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전체 그림을 망친다”며 “댄서들의 의상도 같은 옷을 두 번 이상 쓴 게 없다. 카이의 비주얼이 바뀔 때마다 댄서들의 옷도 새로 준비했다”고 했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뮤직비디오 의상은 일주일 정도 준비하느라 시간이 촉박했는데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며 “앨범마다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하는 K팝 시장에서 창작이 쉬운 일은 아니고 매번 성공할 수도 없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 좋게 봐주신 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