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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유용/추천 가을 정취 가득! 한옥에서 책과 함께 여유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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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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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독서·필사·사유가 있는 ‘일일서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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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 배렴가옥은 10~11월 ‘독서, 필사, 사유’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박혜진


도심 속 한옥에서 필사를 해볼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 공공한옥인 종로구 계동 배렴가옥에서 10~11월 매주 수요일마다 ‘독서, 필사, 사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유할 공간이 필요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일서재 프로그램이다. SNS를 통해 예약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동안 배렴가옥에서 필사 체험을 할 수 있다.

13일 찾아간 배렴가옥은 수많은 도시 한옥이 밀집한 가회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등록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된 배렴가옥은 한국화가 제당 배렴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화가가 작고한 뒤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었다가, 2017년 서울시가 역사가옥으로 개방하기 위해 공간을 정비했다. 지금은 서울시 공공한옥으로 홍익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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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렴가옥 다목적실에 필사를 위한 노트와 책상, 책이 비치돼 있다. ⓒ박혜진


점심께 배렴가옥에 도착하니 환한 가을 햇살이 안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튼 ㅁ자형 한옥의 쪽마루에는 오밀조밀한 화분과 소반이 놓여 있었다. 안내를 받아 필사를 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필사 노트와 노란 연필을 들고 배렴가옥 선정도서를 둘러보았다. 읽을 책으로 <수전 손택의 말>을 골랐다. 흑백사진 표지 속에서 반쯤 누워있는 저자가 ‘함께 여유를 찾아보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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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렴가옥 선정도서 9권이 놓여있다. ⓒ박혜진


<수전 손택의 말>은 <타인의 고통>, <해석에 반대한다> 등으로 잘 알려진 수전 손택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대화체여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사유의 깊이가 심오했다. 수전 손택은 책, 사진, 록 음악 등 방대한 주제에 대해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필사할 문장으로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모르는 게 좋고, 또 그러면서도 한참 멀리 길을 떠나 있다는 느낌이 좋죠”를 골랐다. 고정된 생각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했던 수전 손택과 잘 어울리는 문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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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나무 그림자를 만드는 배렴가옥 안마당, 지나는 길에 누구나 쉬어갈 수 있다. ⓒ박혜진


책을 읽고 간간이 문 밖도 구경하면서 모처럼 여유를 만끽했다. 두어 시간 흐르자 좀이 쑤셨다. 잠시 빈백에 누워 쉬다가 몸을 일으켰다. 배렴가옥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구경거리가 많다. 문에 덧댄 유리창에는 시민들의 드로잉이 붙어 있고 안채 대청에서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가을 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쪽마루를 밟고 다니며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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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다목적실의 빈백에 누워 쉴 수도 있다.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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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배렴가옥에서 그린 그림들이 창문에 붙어 있다. ⓒ박혜진


전시 <다른 공간들: 기억, 물들이다>는 전통 베틀 수작업의 묘미를 보여주는 시민참여형 예술 프로젝트다. 박지선 작가의 작품에 시민들이 창작한 붓 그림, 비단 조각들이 더해져 전시가 완성된다. 안채 전시실에는 실크 섬유를 활용한 번짐 작업들이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실 입장은 10월 19일부터 31일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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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에는 박지선 작가가 전통 베틀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이 전시 중이다. ⓒ박혜진


배렴가옥 내부를 둘러보는 것은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이 날도 계동길을 지나는 많은 시민들이 배렴가옥에 들러 사진을 찍거나, 쪽마루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든 배렴가옥의 매력은 무얼까. 전통건축의 가치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신비가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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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렴가옥 다목적실 천정과 다락, 한옥의 수수한 구조와 색감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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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마루 위에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화병과 소반이 올려져 있다. ⓒ박혜진


필사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배렴가옥 인스타그램 계정(@seoulbrhouse)을 팔로우했다. 계정에는 다른 시민들이 필사한 기록도 공유돼 있었다. 배렴가옥은 ‘일일서재를 통해 삶을 더 맑게 만들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밝히고 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담고 싶은 구절을 눌러 써 보는 경험이 어떤 사유의 시간을 제공했는지 반추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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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렴가옥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다른 시민들의 필사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배렴가옥


배렴가옥 외에도 서울 공공한옥은 가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서울한옥포털(https://hanok.seoul.go.kr/)에서 지도와 ‘이달의 일정’ 메뉴를 통해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24일까지 10일간 열리는 ‘2021 북촌의 날: 100년지기’는 북촌문화센터 100주년을 맞이해 서울 공공한옥 9곳이 참여하는 축제다. 북촌 랜선 여행, 북촌 골목 테라피, 계동이길 콘서트, 청사초롱 마을장터 등 이름만 봐도 흥미로운 이벤트가 다양하게 예정돼 있다.

한옥의 정취가 깊어지는 가을에는 서울 공공한옥에서 쉬어가 보자. 따뜻한 나뭇결에 기대 한 해의 결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계동 배렴가옥(등록문화제 제85호)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 개장시간 : 매일 10:00~18:00(월요일 및 공휴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s://seoulbrhouse.com/
○ 문의 : seoulbrhouse@gmail.com

'일일서재' 가을 프로그램

○ 일시 : 10월~11월 매주 수요일 10:00~17:00
○ 모집 : 1일 1팀, 팀당 최대 2명
○ 참여방법 : 인스타그램(https://instagram.com/seoulbrhouse)
○ 비용 : 무료
○ 문의 : 02-765-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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