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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왜 맛집 간판들은 ‘고모네’가 아니라 ‘이모네’일까[카버의 한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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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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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올해 첫 칼럼은 새해 다짐을 쓰려 했었는데 어느덧 3주가 지나버렸다. 첫 칼럼의 다른 주제를 찾아보려 지난 1년 동안 적어왔던 수첩을 꺼내 보았다. 수첩에 무엇을 기록하는 버릇을 들인 건 사실 이 칼럼 덕분이다. 매달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어디에 가서든 눈을 크게 뜨고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색다른 일이 있을 때마다 다음 칼럼을 쓰기 위해 수첩에 열심히 적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작년 수첩 내용을 살펴보고 새해에도 쓸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새해 수첩에 다시 옮겨 적는다. 이렇게 하면 인생을 대청소하는 느낌이다. 휘갈겨 쓴 메모들을 다시 보면서 새 수첩으로 옮겨야 할지 버려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잠재적인 칼럼 주제라는 제목으로 적힌 페이지가 특히 그렇다. 지난해 말에는 아이디어 29개가 적혀 있었다. 어떤 주제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버리기도 하고 또 다른 주제들은 무슨 내용인지 이제 와서 파악하기 어렵기도 하다. 예를 들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고 뒤에는 느낌표를 5개나 적어놓았다. 지금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아이디어였는지 잊혀졌다.

또 다른 단어들은 세상의 빛을 볼 가능성이 반반이어서 시간을 들여 결정해야 하는 주제들이다. 예를 들면 한국과 영국의 욕설문화 비교, 한국에서의 연애 경험 등 옛날부터 쓰고 싶었는데 예민한 주제라 아직 마음을 먹지 못했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절반 이상 삭제하고 아이디어가 몇 개 남지 않았다. 이번에 쓰려는 주제는 대다수의 한국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들이다.

첫째는 식당 이름에서 궁금한 것들이다. 돌아다니다 보면 ‘엄마손 밥’, ‘할머니 어쩌고’라는 식당 간판이 끝없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이해한다. 엄마나 할머니가 우리가 어렸을 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집밥 이미지를 떠올리게 돼 고객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모네’라는 식당은 꽤 많은데 ‘고모네’라는 간판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고모들이 요리를 잘 못해서일까? 요새는 변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원래는 외가를 만날 기회보다 친가를 만날 기회가 훨씬 더 많았고, 이모보다 고모와 더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 ‘고모네’라는 식당을 개업하면 금방 망해서 그러는 걸까?

둘째는 이름과 관련된 것들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처음 오면 작성할 서류가 상당히 많다. 입국 서류, 외국인 등록 신청서, 은행 및 휴대전화 개통 신청 서류 등 끝이 없다. 각 기관에서 각종 서류를 작성할 때 샘플을 보고 쓰는데 그 샘플에 견본용 이름으로 항상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써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영국에서 ‘존 스미스(John Smith)’가 그렇듯이 한국에서 홍길동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영국에서는 ‘제인 스미스(Jane Smith)’라는 여성 버전도 있다. 한국은 여성 견본용 이름이 없는 걸까? 없다면 성차별을 피하기 위해 하나 만들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한국어 문법이다. 한국어는 문법상으로 불규칙동사나 예외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는 다르게 쓰고 있다. 화장실 급할 때 말이다. 문법적으로 ‘마렵다’는 ‘ㅂ’으로 끝나는 동사로서 ‘∼워’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어렵다’는 ‘어려워’로, ‘가렵다’는 ‘가려워’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볼일을 봐야 할 때 대부분 “오줌 마려”라고 한다. ‘어려워’는 ‘어려’라고 쓸 수 없는데 ‘오줌 마려워’는 이렇게 줄여서 쓸 수 있다니. 올바른 한국어를 열심히 쓰려고 하는 나한테는 이런 용도는 곤란하다. 급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급하게 말하느라 짧게 쓰려고 하는 것인지, 단어를 오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언어적인 논리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 독자 분들이 이 세 가지에 대한 답을 주시길 기대한다. 올해도 새로운 것들을 열심히 배워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의 경험을 이 칼럼에서 재미있게 풀어 쓸 것을 약속드린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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