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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인 246명이 직접 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생 시'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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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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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계간시집 '시인세계')





5위. 이형기 - 낙화 (13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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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4위. 서정주 - 자화상 (14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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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3위. 백석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15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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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2위. 윤동주 - 서시 (18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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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위. 김춘수 - 꽃 (23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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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23표 - 김춘수 "꽃"


18표 - 윤동주 "서시"


15표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14표 - 서정주 "자화상"


13표 - 이형기 "낙화"


12표 - 한용운 "님의 침묵"


12표 - 서정주 "동천"


11표 - 김소월 "진달래꽃"


11표 - 김수영 "풀"


10표 - 정지용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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