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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국 NPR에서 방송한 방탄에 대한 대담 전체 번역 (feat. 김영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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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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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bts/id278974813?i=100050103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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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톰슨: 미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의 작가/편집자/크리틱
레니카 크루즈: 미 '애틀랜틱'지 문화부 시니어 에디터
김영대: 음악평론가/한대음 심사위원

1:43 (스티븐 톰슨) 일주일 전 한국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이 'BE'라는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올해 최고 히트곡들 중 하나이자 중독성 있는 노래 다이너마이트도 들어있는 앨범이죠 (다이너마이트 플레이)

2:16 (톰슨) 방탄은 지난 수년간 세게에서 제일 잘 나가고 있는 밴드이고 'BE'는 미국 앨범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그들의 다섯번째 앨범이 되었죠 이건 모두 지난 2년 반 안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BE'는 지금 수십억 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열렬한 팬덤들 중 하나를 갖고 있는 방탄 커리어에 있어 또 하나의 이정표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스티븐 톰슨이고 오늘 NPR 팝컬쳐 해피아워에서 우리는 방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그러니 어디 가지 마세요 (광고)

3:25 (톰슨) 워싱턴 DC로부터 저와 함께 하고 있는 '애틀랜틱'의 문화부 시니어 에디터 레니카 크루즈를 소개합니다 레니카 안녕하세요? (레니카 크루즈) 안녕하세요 스티븐! (톰슨) 그리고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할 음악 평론가이자 비서양 음악 연구가인 김영대씨를 소개합니다 'BTS: 더 리뷰'의 저자이기도 하죠 영대씨 안녕하세요? (김영대) 안녕하세요 스티븐 반갑습니다 

3:43 (톰슨) 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방탄을 대략적으로 빨리 살펴 보자면 이들은 제이홉 지민 진 정국 알엠 슈가 뷔 일곱명으로 2013년부터 앨범을 발매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들의 노래는 보이밴드+힙합+댄스뮤직+기타 등등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는 전부 영어로 된 그들의 첫번째 노래인데 그들 대부분의 노래 가사들은 주로 한국어로, 가끔은 일어로 되어 있고 영어로 된 구절들이 여기 저기에 섞인 형태죠 다이너마이트는 최근에 그래미 베스트 팝듀오/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구요 이밖에 방탄에 대해서 이야기할 부분이 아주 많은데 일단은 'BE'에 대한 이 두 분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하죠 레니카 방탄의 새 앨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4:27 (크루즈)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 좋아요 물론 앨범을 들은 건 며칠밖에는 안 됐지만 'BE'는 아주 특별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이 앨범은 방탄의 디스코그래피와 아주 잘 어울리지만 이 앨범이 탄생한 배경을 보면 또 (그들의 기존 앨범들과) 전혀 다르거든요 즉, 기존의 앨범들에서 가져 온 자아성찰이나 정신적인 건강같은 아이디어들이나 주제들이 2020년 코** 팬데믹이라는 렌즈를 통해 필터가 된 거죠 그런데도 시대에 뒤쳐진 느낌도 없고 전하는 메시지도 시대를 초월하고 있죠 아시다시피 이 앨범은 코** 때문에, 그래서 엄청난 규모의 월드투어도 할 수 없게 돼 버렸기 때문에 존재하게 된 앨범이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엔 이전 앨범과 비교할 때 멤버들이 앨범 제작이나 곡작업에 아주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그들에게는 또 예전에 비해 시간이 많았죠) 앨범 기획 단계부터 방탄이 이 앨범에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한 비전이 확실히 있었던 거 같아요 'BE' 앨범은 길지가 않죠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서 7곡에 스킷을 수록하고 있으니까요 의도적으로 짜여진 계획대로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방탄은 지난 5월에 앨범에 대한 그들의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죠 그 영상에서 각자가 경험하고 있는 서로 다른 기분이나 감정 등을 어떻게 건드릴 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듣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되 올해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외로움 등을 간과하는 공허한 빈말이 아닌 (그런 앨범을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를요) 방탄은 좌절과 분노, 그리고 유머와 카타르시스를 전하고자 했는데 그걸 7명의 멤버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거죠 아시다시피 각자 전혀 다른 자아들과 감성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걸 해 낸 거죠 전 멤버가 이 앨범 곡작업에 크레딧을 올리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 각자의 개성이 더 뚜렷이 드러난 노래들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중 두 곡, 블루앤그레이와 스테이는 두 명의 멤버가 자기 믹스테입에 담으려고 만들었다가 그룹곡으로 바뀌었고요 (스테이 플레이) 

6:37 (톰슨) 알겠습니다 영대씨 생각은 어떤가요?

6:39 (김영대) 간단히 말해서 이 앨범은 위안을 주는 아주 훌륭한 앨범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팬들을 위로하고 있지만 또한 그들 자신들도 위로하고 있죠 바로 이 순간 그들은 어떠한가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솔직해져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방탄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BE' 앨범은 아마도 가장 서정적이면서도 가장 다가가기 쉬운 앨범이 아닐까 하는데요 하지만 이 앨범에 이지리스닝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지리스닝과는 약간 결이 다르거든요 물론 이 노래의 메시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도 우린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우리 마음을 진정시켜 주잖아요 듣기에도 좋고요 하지만 가사와 메시지, 전체적인 내러티브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리고 방탄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해 왔던 일련의 메시지들을 이해한다면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겁니다

7:40 (톰슨) 네, 저는 방탄 디스코그래피의 모든 곡들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기 때문에 시상식 같은 데서 그들의 퍼포먼스를 즐기고 몇몇 싱글곡들을 여기 저기서 듣는 걸로 시작했는데요 그래서 그들의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곡 저런 곡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물론 스킷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지기도 했지만 하하 하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서 느끼는 저의 즐거움은 앨범이 나오게 된 맥락과 앨범에 깃든 그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더욱 깊어졌습니다 방탄은 확실히 정신적인 건강이나 위로를 전하는데 관심이 있지만 한편으로 그 뒤에는 약간의 현실감이 있거든요 그들도 힘들어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일들을 겪고 있고.... 아무튼 제 생각엔 이 앨범 전반에 걸쳐 '온기'와 '공감'이 빛나고 있는 거 같아요 앨범이 나오게 된 맥락을 알고 있다면 더욱 더.... 방탄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저는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방탄이 해내려고 노력하고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사실에 매번 놀라게 됩니다 노래 하나에 7명 멤버의 기여도를 균형있게 분배해야만 하죠 각각의 노래는 보이밴드+팝의 요소 뿐아니라 힙합+댄스뮤직의 요소들을 잘 녹여내고 있죠 이 다양한 장르들이 각각의 노래에 얼마나 딱 떨어지게 녹아드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그들은 아주 열정적인 수퍼팬덤인 아미 뿐만이 아니라 방탄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퍼팬들과 그냥팬들을 모두 즐겁게 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한국, 일본, 미국과 전 세계의 청중들에게까지 다가서려고 하고 있죠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언어의 장벽을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이런 일들을 해내는 것은 단순히 귀에 쏙쏙 들어오는 팝송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믿기 어려율 정도로 까다로운 일이거든요

9:55 (크루즈)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앨범이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뤄내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죠 이 앨범을 계속 들으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요, 리스너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차원에서 방탄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알 것 같아요 앨범 기획 처음부터 이를 명확히 했었죠 올 한 해는 정말 끔찍한 한 해였고 방탄에게도 힘들었죠 그걸 나누고 싶었던 거에요 그걸 세상과 나누고 싶어했던 그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보는 건... 그들이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란 말이죠 그들은 TV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브이라이브를 할 수도 있고 그밖에 다른 여러 것들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이 항상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건 바로 음악이거든요 그리고 이 앨범에서 다이너마이트 이외의 곡들을 들어보면, 솔직히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은 곡이 다이너마이트잖아요 제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이너마이트를 듣고 "오, 방탄!" 이렇게 되는 거.... 아마 그들은 전에는 방탄을 큰 관심없이 그냥 넘겼을 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방탄은 타국어로 노래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아니면 그저 방탄에 대해 잘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다이너마이트로 방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제 바람은 그걸 계기로 그 사람들이 방탄의 방대한 디스코그래피를 듣게 됐으면 하는 거예요 방탄의 디스코그래피에는 수많은 장르가 있고 각각의 멤버가 각자만의 음역대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 바람은 사람들이 'BE'앨범을 들었으면 하는 겁니다 굳이 제가 하는 것처럼 번역된 가사를 찾아볼 필요도 없고요 모든 벌스들을 깊게 파고 들어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방탄의 음악은 그 자체로 설명이 필요 없으니까요 저도 처음 방탄 음악을 들었을 때 아무 것도 몰랐고 한국어도 모르고 그랬지만 그들 음악 속에서 진정성과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무대에서의 그들의 존재감이나 퍼포먼스에 빨려 들어가게 됐죠 여러분도 이런 차원에서 방탄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것들이 방탄 음악의 특징이죠

11:44 (김영대) 스티븐, 당신이 아까 방탄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방탄을 단순히 보이밴드나 팝뮤직의 범주에 가둘 수 없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이것에도 또한 문화적인 측면이 있거든요 방탄은 케이팝 밴드고 그래서 이렇게 여러가지 장르를 융합해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발전시키는 것 자체가 케이팝적인 것이란 말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음악산업에서 음악은 항상 어떤 종류의 시장과 결합이 되어 있죠 (톰슨) 그렇죠 (김영대) 그게 어떤 인종/민족에 관련된 음악 시장이든 (역주: 미국내 라틴음악 시장 같은 거) 어떤 특정 지역과 관련된 음악 시장이든 (역주: 예를 들면 미국 남부 내쉬빌의 컨트리 뮤직 시장 같은 거) 또 아니면 기성 음악 시장이든 언더그라운드 시장이든 말이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케이팝은 이 모든 걸 아우릅니다 케이팝은 만인을 위한 음악이죠 케이팝은 십대들만을 위한 음악이 아닙니다 그래서 몇몇의 케이팝 그룹들은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 실험적인데 방탄은 케이팝의 실험적인 분야에 있어 리더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방탄은 그들 국가와 그들 세대, 그리고 한국의 음악산업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쯤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를 어떤 특정한 장르에 가두지도 않을 겁니다 그들은 다른 스타일을 찾기 위해,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색다른 접근과 색다른 편곡을 추구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죠 이런 면에 있어 방탄은 모험심이 매우 강하고 실험적입니다

13:10 (김영대) 여기서 제가 꼭 언급하고 싶은 점은, 케이팝 산업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말하는 건 아니고요, 아무튼 이제까지 케이팝은 일반 대중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그룹, 즉 케이팝 팬덤만을 위한 어떤 특정한 형태의 음악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톰슨) 그렇죠 (김영대) 하지만 방탄은, 그리고 싸이도, 사실 싸이도 아주 특별한 경우죠 강남스타일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난 경우니까요 싸이는 분명 케이팝이 세상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인기를 얻도록 하는데 기여한 주요 인물들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방탄이야말로 케이팝 팬덤 밖의 사람들이 단순히 케이팝 아티스트들 중 하나로서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간주한 최초의 그룹인 것입니다 

13:54 (톰슨) '라이프 고우즈 온'(라고온)은 이 앨범에 수록된 신곡으로 바로 팬데믹 상황의 현재 이 순간을 다루고 있죠 이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들 중 하나가 '화합'과 '희망'입니다 이 힘든 시기에 희망을 찾는 이야기인 거죠 그런데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희망과 화합의 정신을 고취하는 글로벌 앰배서더(국제적인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방탄의 방식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에 마이클 잭슨이 '힐 더 월드'라는 싱글을 통해 보여줬던 바로 그 방식이라고나 할까요 (김영대) 네 (톰슨) 사람들의 유대와 화합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의도를 아주 대놓고 드러냈단 말이에요 방탄도 이런 종류의 정신을 추구하고 있고요 이번 앨범 'BE'와 '라고온'에 대한 전세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14:50 (크루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라고온'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에 전반적인 대중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 하는건 다소 이른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대중들의 반응을 아주 열심히 살피고는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 최근 '에스콰이어'지에서 방탄 커버스토리를 그들의 화보와 함께 게재했죠 최근 몇년 간 제가 본 방탄의 커버스토리 중 가장 훌륭한 기사였는데요 아무튼 제가 방탄의 노래를 들을 때는 그들의 팬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만약 내가 그들의 팬이 아니라면 이 노래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런 관점에서도 듣는데요 이런 두 개의 다른 마음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건 좀 힘이 듭니다 제 생각에 '라고온'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발표된 올해의 여느 노래들처럼 공감할 수 있고 듣는 사람들의 귀가 즐겁고 친근하고 보편적인 그런 노래입니다 (라고온 플레이)

16:10 (크루즈) (앨범) 발매 전에 이 노래의 제목이 '라고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사랑스러운 메시지가 되겠구나'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이 노래를 다른 그룹이 불렀다면 유치하고 과하게 들려서 '그래, 삶은 계속 되지 (그래서 누가 뭐래?)' 이런 느낌을 주었을 거에요 하지만 방탄은 주제를 가볍게 건드리면서도 공허하거나 진부한 도덕적인 말처럼은 결코 들리지 않도록 노래를 펼쳐내고 있죠 노래를 들으면서 '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뮤비를 봤으면!' 이렇게 바라게 되더라고요 아마 '다이너마이트'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제가 바라는 건 '다이너마이트'를 들은 사람들이 이 노래도 찾아 듣고, "와우! 이 노래는 내가 들은 디스코곡/팝송(=다이너마이트)와는 다르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라고온'에는 안무도 없는 것 같고요 방탄의 퍼포먼스나 아주 타이트하게 조율된 칼군무로 그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지만 '라고온'이라는 노래는 그런 것들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자체입니다 이 노래는 방탄 퍼포먼스에서 극적인 요소들을 다 벗겨내고 메시지 하나만이 오롯이 빛나게 하고 있죠 노래를 들으면서 방탄이 얼마나 사람들과 닿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올해 들어 느끼고 있는 고통들을 전혀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으로부터 그들을 꺼내주고자 하는 방탄의 뜻을 알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이 노래의 또 다른 열쇠죠 이 노래는 "모두 일어나! 너희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든 가족들을 너무 오래 못 봤든 올해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다 잊어! 우리도 똑같은 걸 느끼고 있단 말이야 우리는 여기 가만히 앉아서 이 모든 게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지" 이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17:37 (톰슨) 두 분께 방탄의 팬덤 아미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이고 헌신적이고 충성적인 팬덤인데요 제가 방탄에 대해 트윗을 할 때마다, 그리고 우리 NPR에서 방탄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를 업로드했을 때도, 저는 트위터에서 그들을 만나곤 했는데요 그저 소문자로 i love bts 라고만 써서 트윗해도 5만여 개의 답멘들이 쏟아져 들어올 정도죠 (김영대/크루즈) 하하하하하하 (톰슨) 완전 흥분의 화산이 터진다고나 할까요? 방탄은 이런 팬덤을 어떻게 키웠을까요? 이 팬덤은 방탄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홍보를 하고 있나요?

18:25 (김영대) 가장 큰 요인은 방탄이 대형 기획사에서 나온 그룹이 아니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겁니다 케이팝 시장은 주로 SM, YG, JYP 3대 대형기획사가 우위를 차지해 왔는데요 방탄은 빅히트가 본격적으로 만들어 낸 최초의 보이밴드일 겁니다 그래서 팬들은 방탄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나 미디어, 그리고 다른 모든 형태의 홍보에 있어서 제대로 서포트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방탄 데뷔 첫날부터 알고 있었죠 보통 케이팝 산업에서는 모든 일이 탑다운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그룹을 만들고 돈을 퍼부어서 열심히 홍보하고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방탄은 데뷔 첫날부터 팬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바텀업 방식의, 일종의 풀뿌리 운동과 같다고나 할까요 전형적인 케이팝 방식의 프로모가 아니라 인디적인 방식의 프로모였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방탄 팬덤과 해외의 팬덤들이 아주 끈끈하게 결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한국 팬덤은 미국 음악시장에서 전혀 힘을 쓸 수 없잖아요 방탄을 홍보할 방법도 없고 그들을 차트 상위에 올려놓을 방법도 없습니다 방탄 각국의 팬덤들은 자국의 차트를 위해 홍보합니다 영국 팬덤은 영국 차트에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한국 팬덤은 한국 음악평론가들에게 질문하고 미국 팬덤은 미국 평론가들의 반응을 살피고 질문을 합니다 방탄 팬덤은 모든 방면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죠 음악평론가의 의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팬덤을 그 전에는 만나 본 적이 없어요 아무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방탄 팬덤은 아주 다릅니다 그들은 방탄에 완전히 빠져있고 그것이 아미의 아름다움입니다

20:22 (크루즈) 아미는 종종 사람들이 방탄에게로 가는데 있어 최초의 컨택트포인트(영업담당자)가 될 겁니다 그게 바로 저의 경우였는데요 작년에 방탄이 SNL에 출연하게 됐을 때 팬들이 트위터에서 그 소식을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걸 보고 그걸 알게 됐어요 그걸 보고 '와 흥미롭네 이 보라색 하트들은 대체 뭐지? 와 진짜 기뻐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건 십대들이나 하는 짓이야' 뭐 이런 고정관념은 제게 없었고요 방탄이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만들고자 하는 유형의 음악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듯이 아미들도 자신들이 방탄이라는 그룹을 대표하는 방식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아미들은 이 음악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고 스트리밍 하는 법을 배우고 모든 다양한 종류의 음악방송을 섭렵하고 모든 종류의 게이트키퍼들을 함께 힘을 모아 밀쳐내는 등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자발적으로 실행합니다 (역주: 게이트키퍼/문지기: 다른 사람들이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그들이 특정 그룹의 일부라는 등의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작업이나 의견을 폄하하거나 거부하는 사람을 말함) 보이밴드라는 이유로 또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방탄이 무시 당한다고 느낄 때마다 그들은 거대한 팬덤의 힘을 이용해서 방탄에게 관심이 쏠리도록 합니다 방탄 팬덤은 지리적으로 뿐 아니라 언어나 나이, 성별이나 종교, 정체성 등 아주 많은 부분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데요 이것이 또한 팬덤을 견고하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방탄 팬덤에는 아주 많은 다양한 배경과 직업을 갖고 있지만 똑같은 것(=방탄)을 사랑하는 아주 많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이렇게 똘똘 뭉치는 데에는 '방탄에게 정말 아주 특별한 것이 있나 보다!' 뭐 이렇게 되는 거죠

22:05 (톰슨) 또 하나 놀라운 일은 우리 NPR에서 방탄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를 업로드했을 때 우리 방송에 기부금액이 치솟았어요 감사의 표시로 아미들이 도네이션한 거죠 (크루즈) 그렇죠! (톰슨) 우리 방송 청취자들도 이미 다이너마이트는 잘 알고 있을텐데요 레니카 당신이 말했듯이 다이너마이트를 들은 사람들은 방탄의 다른 노래들도 듣고 싶어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다이너마이트 이외의 곡들 중 방탄에 호기심이 생겼거나 방탄의 다른 노래들을 더 듣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22:45 (크루즈) 제가 좋아하는 방탄의 노래면서 방탄 팬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노래, 바로 '봄날'입니다 2017년에 발매된 노래인데요 아직까지도 매주 한국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죠 발매된 이래로 내내 멜론인가 하는 차트에 붙박이로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인기곡의 차원을 넘어서 '봄날'은 정서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방탄이란 그룹이 어떤 그룹인지, 방탄을 이렇게 훌륭한 그룹으로 만들어 준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순수하게 나타내 주는 아주 유니크하고 특별한 노래입니다 방탄이 청년의 시점으로 우정, 상실, 사랑, 인간관계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노래인데요 이 노래 전에는 이런 곡을 발표한 적이 없었죠 앞으로도 이런 곡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뮤비와 노래 자체가 그저 너무 훌륭해요 사람들이 이 노래를 찾아 들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에서 짧게라도 들어볼까요? (봄날 플레이)

24:27 (톰슨) 매우 흥미로운 부분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이게 전형적인 방탄의 노래, 전형적인 케이팝 보이밴드의 노래는 아니라는 사실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발라드는 아니지만 아주 느리고 만약 가사를 잘 모른다면 다소 단조롭게 들릴 수도 있죠 왜냐하면 곡 안에 매우 극적인 변화나 변조, 코드나 키에 있어서의 변화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곡은 듣는 사람에게 일종의 노스탤지어(그리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슬픔 등의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25:03 (김영대) 이 노래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노래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헌정이라는 실마리들이 특히 뮤비 곳곳에 심어져 있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찾아 보시면 아주 슬픈 이야기, 특히 최근 한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노래가 그때 목숨을 잃은 청춘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실마리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죠 이 노래에서 방탄은 계속해서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봄날이 오면 만나게 될 거야" 이렇게 노래를 합니다 아주 아름다운 곡이죠 하지만 이 노래가 예외적인 노래라는 사실, 방탄 특유의 미친 듯한 퍼포곡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렇게 특별한 정서를 갖고 있는 밴드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렇게 그룹 전체를 대변해주는 특별한 상징적 요소들을 갖고 있는 밴드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방탄은 그저 보이밴드의 하나가 아니라 아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진지한 뮤지션/아티스트입니다

26:08 (톰슨) 봄날! 이 노래를 알려주신 두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중간에 자잘한 광고 생략)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루즈/김영대)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26:50 (톰슨) 레니카, 제가 잊어버리기 전에 한가지 부탁 좀 해도 될까요? (크루즈) 물론이죠 (톰슨) 방탄 응원법 좀 알려 주세요 (크루즈) 헉! (톰슨) 하하하 (크루즈) 사실 저도 그걸 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주제 넘은게 아닌가 했거든요 하하하 멤버 이름으로 하는 응원법 알려 드릴 수 있어요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비티에스!!!! (톰슨) 훌륭해요! 아주 아름다운 발음이었어요 (크루즈) 너무 감사합니당! 하하하하하하핳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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