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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케이팝 덕후’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가사 베스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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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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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엑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음악을 즐기며 가슴에 내 마음 같은 노랫말 하나 안 품어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유독 힘내고 싶은 아침, 오랜 짝사랑의 애틋함, 독한 사랑에 마침표를 찍은 다음 날, 노래는 언제나 그 마음 다 안다는 표정으로 울고 웃으며 우리의 하루를 달래주었다. 가사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케이팝 가사 역시 짧지 않은 역사 동안 같은 역할을 해왔다. 다만 이들의 전문 분야가 따로 있었다. 듣는 이의 마음을 어딘가 ‘벅차오르게’ 만들 것. 모르고 살면 그냥 살지만 한 번 맛보면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강도 높은 몰입과 정서적 고양을 약속하는 ‘케이팝 덕후’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7개의 가사를 꼽아보았다. 

엑소 ‘Love Me Right’ - 내 우주는 전부 너야

대상은 불분명하지만 그를 향한 감정만은 언제나 태산처럼 변하지 않는 아이돌 세레나데계 가사의 끝판왕. 사랑한다거나 너밖에 없다는 흔한 표현이 아닌 ‘내 우주는 전부 너’라는 탈지구급 고백이 밤하늘 아래 늘어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도로 위에 별처럼 쏟아진다. 무방비로 녹다운당한 마음에 모난 곳 하나 없이 밝고 경쾌한 멜로디까지 덤으로 스며든다. 외면하기 쉽지 않은 고급 기술이다. 

우주소녀 ‘꿈꾸는 마음으로’ – 난 안 되면 되게 해

‘비밀이야’, ‘꿈꾸는 마음으로, ‘부탁해’ 삼연타로 차세대 벅차오름계 왕좌에 오른 우주소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한 방. 참고 기다리는데 익숙해져 있던 소녀들이 뮤직비디오 속 장면처럼 우주의 기운을 모아 기적처럼 관습의 방향을 바꿔놓은 곡이기도 하다. 찾아내고, 달려가고, 꽉 잡은 순간을 힘차게 이끌어 가는 이들이 마지막 위기의 순간 외치는 단말마 같은 이 가사는 다양한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활용 가능한 마법의 주문이기도 하다.

몬스타엑스,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 ‘DRAMARAMA’ -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내 것이지만 좀처럼 내 마음 같지가 않다. 특히 상대를 향한 마음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멈추지 않을 때, 우린 이 마음을 막아줄 사람이나 순간을 온 힘을 다해 찾아 헤맨다.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는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도우미 찾기를 실패한 이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면죄부 같은 가사다. ‘그게 되나 ~ 는 게’를 넣은 각종 응용편이 존재한다. 물론 변명은 상식적이고 건강한 사랑의 마음에만 사용하도록 하자.

온앤오프 ‘사랑하게 될 거야’ – 사랑에 대한 면역력은 내가 더 세

벅차오름에도 갈래가 있다. 일상이 끈적하게 늘어 붙은 현실계에서 꿈 같은 환상이 잔뜩 콜라주 된 초현실계까지. ‘사랑하게 될 거야’는 그 가운데 초현실계의 왕좌를 차지한 대표곡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얽히고설킨 두 사람의 운명을 소년만화적 비장함으로 버무린 노래는, 예정된 슬픔 앞에 선 상대에게 건네는 ‘슬픔에 관한 면역력은 내가 더 세’라는 가사로 절정을 완성한다. 앞선 구절이 ‘내 뒤에 숨어’라는 걸 알면 원초적 벅차오름이 배가 되는 가사. 

인피니트 ‘추격자’ – 내 사랑이 이겨

‘추격자’를 떠올리면 ‘어기야 디여라차’라는 케이팝 전대미문의 파격 가사가 먼저 떠오르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 곡의 실질적 벅차오름 포인트는 전반부에 있는 ‘내 사랑이 이겨’다. ‘니가 원한다면 그래 good bye’ 바로 뒤에 등장해 듣는 이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드는 가사이기도 하다. 상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그 사람과 헤어져도, 그리고 나를 만나도, 끝내 나와 헤어져도 상대에게 어떻게든 매달렸던 집착돌 인피니트의 인장이자 훈장 같은 가사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태민 ‘Criminal’ – 더 망쳐줘  

보통 태민의 정체성을 케이팝이 낳은 궁극의 퍼포머로 결론짓곤 하지만, 거기에 ‘위험한 걸 전혀 위험하지 않게 표현하는 재주를 가진 인물’이라는 정의를 하나 더 붙이고 싶다. 태민의 노래에는 다른 아이돌에 비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묘사가 많은 편인데, 특히 ‘Criminal’의 ‘더 망쳐줘’는 만약 그가 아닌 다른 아이돌이 불렀다가는 화면 우측 상단에 19가 뜨고 말았을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인 가사다. 그런 금기에 대한 도전이 꾸준한 벅차오름을 부추기는지도 모르겠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단언컨대 ‘다시 만난 세계’를 듣고 가슴 한 번 뜨거워지지 않은 이가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을 리가 없다. 물론 케이팝을 좋아하게 되었을 리는 더더욱 없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라고 단언하며 시작하는 노래는 곡의 거의 모든 부분이 벅차오름의 교과서에 가깝지만, 그래도 역시 한 구절만 뽑아야 한다면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일 것이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이 거친 세상 속에서 손을 잡는 것도, 곁에 있는 것도 아닌 생각만으로 날 강해지게 만드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65&aid=000000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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