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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여초,남초 반응 정반대로 갈리는 신기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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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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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할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했어..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 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땃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돼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거야..



사실 나 명절때 친정에 가있던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 받았어.



당신이 걱정할까봐..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수있었을거야

난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랬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얼른 병원으로가 검사 결과를 들었다.





"아내분께서 위암이십니다..

이미 암세포가 전이될대로 전이되서 더이상 손을 쓸수가 없네요...

유감스럽지만.. 3개월 정도의 시간뿐입니다.."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동안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앞으로 나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문을 열었을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 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아내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 있다.





만나고 나서 집으로 가던중 아내가 말을 걸었다.





"여보,집에 가기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데 들렸다 가자"



"코스모스?"



"그냥.. 가고 싶어.. 꽃도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걸 해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걸 먹고, 비싼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이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고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 해보고..."





"당신 정말... 왜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께.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에게 200만원만 드려줘



엄마 이가 안좋으셔서 틀니 하셔야 되거든.."







난 그자리에 주저 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걸 알면서도..

소리내어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 하면서 했던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땐 그런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그리고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아침이였다.







"여보!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좋아하며 일어나야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도 하지 않을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해...."






-남초

감동이다,슬프다,가슴이 먹먹하다
ㅠㅠㅠㅠㅠㅠ
저런 사랑하고싶다

등등



-여초
죄다 남자 욕하고, 여자 불쌍하다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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