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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펌)10년차 디자이너에서 3년차 교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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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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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래 청원들을 하나씩 살표보니,
일반인들의 교사에 대한 인식이 왜 저렇게 왜곡돼 있나 싶으면서
동시에 과거의 제 생각과 교차되는 걸 느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저급 댓글들로 마음을 다치셔서 안타깝고
저 역사 매우 화가 나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졌어요.


저는 10년 간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었으나 정시 퇴근했던 기억이
10년 간 10번 있을까 말까...
거의 모든 날을 7시 반 출근하여 일찍 퇴근하면 10시.
대개는 날을 넘겨 1시에 퇴근하기가 일쑤여서
결혼하여 아기를 가지고는 당장 퇴직했습니다.


예민한 아기 독박육아를 1년 하니 이러다 제가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치듯 교육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때 둘때 임신. 출산. 신생아 육아하며 드디어 합격을 했습니다.
대학원 입학부터 합격까지 꼬박 4년이 걸렸습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며 대학원 다니고 임용 공부하고
어휴...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죽을 만큼 우울하고 힘들었지요.


교사로서 처음 출근한 날이 생생한데
4시 퇴근을 하면서 몇 번이나 시계를 보았습니다.
세상천지에 이런 직업도 있구나.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 달라고 하니 택시 기사님 말이,
“선생은 방학이 몇 달씩 있고, 시험기간에도 놀고, 퇴근도 빠르고 여자가 하기 최고의 직업이 아니냐?..”
거기에 별로 할 말이 없었던 신규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까지는 제가 교사 옷이 아닌 회사원 옷이 더 익숙할 때라
택시기사님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 했습니다.


신규 때는 수업도 가장 적었고, 별실에서 거의 혼자 있었고,
담임도 아니었고, 고 3 착한 반들 수업이었고. 업무도 방송...
수업은 먼저 와있던 기간제 샘이 교과부장이라
교육과정도 시키는대로 했어야 해서 제일 편했던 시기였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진정하게 겪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2년 차부터는
처음으로 담임도 하고, 업무도 힘들고 예민한 생기부를 맡았고,
수업도 학교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한 학년을 통째 맡으면서 완전한 저만의 수업을 할 수 있었고
저는 미술교과라 교과서대로 수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교육과정을 완전히 재구성하여
수업내용과 수업자료를 100% 다 만들어야 했습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해서 저만의 수업을 만들었습니다.


수업시간 1시간을 열강하다 오면 진이 다 빠지고
쉬는 시간마다 오는 아이들, 반 아이들 상담이 끊이지 않고
공강시간에는 수업자료 개발과 생기부 업무를 정신없이 하고,
점심시간에도 반 아이들 상담이 이어지고...


아... 그제서야 회사와 비교가 됩니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교사가 되면 방학 하나로도 엄청나게 매력적인 직업이다.
일반 직장인은 여름 휴가 일주일만 바라보고 사는데
세상에 교사는 두 번의 방학 때마다 한 달 간 놀고 먹을 수 있다니..
게다가 매일매일 야근하는 건 아니라는 게 실화냐? “
라는 제 생각은 지금 청원의 일반인들 생각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은 인문예술 방과후수업을 준비하면서
한 달 간 잠을 못 잤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개학 전까지는 생기부 교과 세특을 써야 합니다.
아마 이것도 일반인들 생각엔
그냥 대충 몇 문장 지어내서 똑같이 몇 명만 붙여넣기 하는 것인 줄 알겠지요.


방학 때 업무를 보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학생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수업을 하고 싶어서
방학마다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학기 중엔 업무 때문에 수업연구와 자료개발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오히려 학기 중 보다 방학 때 더 많은 시간을 내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회사원 보다 교사 옷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이 시점에서 차이를 생각해 보면 이런 것 같습니다.


1. 회사근무는 “내 시간”이 있다. 방해요소 없이
온전히 업무”만” 보니 업무집중도를 최상으로 발휘할 수 있다.
근데 교사는 수업, 공강 교차로 업무집중도가 최악이다.
업무도 전혀 다른 카테고리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간”이 전혀 없다. 1분 1초도 일을 하지 않는 타임이 없다.


수업하고 나서, 공강 때 일이 좀 된다 싶으면 금세 종이 친다.
그럼 아이들이 밀려온다. 상담한다. 종친다. 수업 뛰어 간다.
50분 내내 열강하면 기가 다 빨려 나가는 느낌.
또 업무 좀 하면 종이 친다. 업무흐름이 팍 깨진다.
점심 빨리 먹고 한숨 돌리려는데 반 아이가 상담 온다.
무한반복.
하루가 어찌 흘러가는지 혼을 뺄 정도로 정신이 없다는 것.
회사처럼 한 가지 일만 집중적으로 할 수가 없다.
한 가지 일을 할 수도 없다. 최소 예닐곱 개가 겹쳐있다.


회사는 수업시간과 공강, 소란스러운 쉬는 시간 등
짧은 단위로 지속적으로 분절되는 시간의 구속이 없으니
업무집중도가 상당히 높아 잘 지치지 않게 된다.
게다가 교사는 하루 4시간을 꽉 채워 쉬지 않고 서서
큰 소리로 떠들어야 하는 이게 정말 온 몸의 에너지를 다 뺀다.
50분 동안 말을 멈추는 건 1분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2. 학교가 좋은 점은
쉬는 시간 종이 치면 어수선해지니 이때 화장실을 가게 된다.
회사는 업무집중도가 높아 화장실도 안 가고 파고들다 보면
방광염을 달고 산다.
또, 학교는 회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횟수가 많이 없다.
회사는 쓸 데 없는 회의가 너무 많고 시간도 비효율적 회의가 많다.


3. 회사는 심야퇴근을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큰 편이 아닌데
교사라는 직업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학생 상담, 학부모 상담, 내가 보육교사인가 싶을 만큼
몰지각한 학부모들 때문에 정신적 노동이 엄청나다.
담임 반 아이들 관계에 꼭 문제가 생긴다. 이건 정말 미친다.
감정 노동이 너무너무 심각하다.
반에 담임과 안 맞는 기 센 애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해는 매일매일 스트레스로 죽는 거다.
일반인들은 이 대목에서의 고충을 1도 알 수 없을 것...
이게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피폐하게 하는지....


4. 회사는 업무와 사생활이 완전히 분리된다.
그런데 교사는 퇴근을 해도 업무의 연장이다.


(물론 일반 직장인들도 카톡으로 업무전달이 충분히 많지만
야근이 생활인 직장은 팀원들끼리 하루종일 같이 있다가
집에서 잠시 눈만 붙이고 오는 수준이라 카톡업무가 없다.
카톡으로 업무 전달이 많은 회사는 업무 강도가 세지 않거나
업무시간이 널널하거나 일찍 퇴근을 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잠시 잠만 자고 와봐... 카톡할 새가 어딨나...
6시간 뒤 새벽에 회사에서 또 만날 건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교사들이 퇴근 후 학생, 학부모 전화, 문자 상담, 문의로 힘들다
하면 그들은 “우리도 카톡으로 업무지시 한다” 하겠지. )


학생들은 학교가 곧 그들의 생활이니, 교사도 똑같이
퇴근을 해도 학교 일에 얽매이게 되는 “생활”이 된다.
퇴근을 해도 공사 분절은 절대 없다.


5. 학교는 회식문화가 깔끔하다. 회사 회식은 생각도 하기 싫다.


6. (아닌 분들도 있긴 하나) 대부분은 교사집단 자체가
교양있고 점잖은 분들이라 서로 존중한다.
회사는 같잖은 상사에게 멸시받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학교는 기안 잘못 올렸다고 서류를 얼굴에 뿌리는 일이 없다.
후배교사에게 회사 상사처럼 “야야!” “저 새끼는” “임마”
또는 제일평범한 “김과장아” 또는 이름을 직접 부르지도 않는다.


7. 교사는 회사보다 경력에 구속되는 경우가 적다.
회사는 경력 6개월만 길어도 대선배 상전인데
교사는 개개인이 전문가 브랜드라
부장교사들도 100% 지시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동료교사로 인식을 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많다.
교사 몇 년 차냐 하는 경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연세 드신 선생님들이 후배들의 참신하고 반짝반짝 하는
수업자료와 관점을 배우려 열린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는 능력있는 후배는 개인 비서다.


8. 교사는 전문가 집단이라 몇 명만 모이면
역사부터 문화, 유래, 변용, 철학, 사견까지 살아있는 알쓸신잡.
모이면 매우 양질의 대화가 이어진다.


9. 회사는 회장님 보고가 있으면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회장님이 한 번 뜨기라도 하는 날은 회사 전체가 뒤집힌다.
월급을 주는 오너이니 트렌드 분석이나 매출보고, 사업계획 등
보고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쓸데없는 삽질이 매우 많다.
회장님한테 욕을 안 먹으려면 보고를 위한 보고가 되고 만다.


그런데 학교는 의외로 뻘짓이 거의 없다.
교육청 공문이나 내부 기안 등
모든 일이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형식화가 되어있다.
뭐 이런 것까지 기안을 올리나 싶어도 나중에 보면 이것들이
모두 업무의 근거로 남게 되어 매우 투명하다.
이 부분에서 괜히 공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들의 잡다한 업무는 매우 많지만, 이런 걸 보면
아무리 작은 공문이라도 소홀히 처리할 수가 없다.


10. 회사는 경비처리나 샘플구입 가라 영수층 처리 등에서
새는 금액을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지만,
학교는 모든 경비처리가 매우 투명하다.
10원 하나도 부정하게 쓸 수가 없어 깔끔하고 깨끗하다.


교사가 되기 전엔 부끄럽게도 저 역시 저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교사의 학교 업무가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수업을 한다는 게 이렇게 진 빠지는 것인지도 몰랐고,
학생과 학부모 상담 땐, 콜센터 상담원과 같은 감정노동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도 몰랐고,
자기 전공이니, 그저 1년이든 10년이든 똑같은 내용을
매번 똑같이 떠들어 재끼는 것인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매 시간 수업을 준비하고 자료를 방학 내내 만들고
더 좋은 수업을 해주려고 방학 내 고민하고
수업자료를 업그레이드 하고, 연수 듣고 또 공부하고...
생기부 세특 등 써주는 것도 한 번으로 끝이 아닌
다시 열어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또 확인하고 또 고치고,


방학 때는 수업-공강-수업-공강으로 집중이 끊어질 일이 없으니
집중이 잘 돼 학기 중 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일이 잘 되니까요.


“방학 때 공항 가 보면 죄다 교사더라”
하는 말도 들어봤어요.


전혀 교사들의 업무를 들어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이
표면적으로만 보이는 “방학은 출근 안 한다” 이거 하나로
이때다 싶어, 교사의 사명까지 까대는...
살기 힘들고 대접 못 받아 베알 꼬인 자들이 만들어 낸 관용어.


교사는 1인 전문가 집단입니다.
개인마다의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이 개발한 수업을 하며
수업시간에는 학교의 장이신 교장선생님도 침범을 할 수 없을 만큼
고아한 것입니다.


그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인고의 공부를 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지만 교사가 됩니다.

교사들은 방학 때도 업무를 봅니다.
개학하고는 워낙 업무가 정신이 없어,
방학 때 수업준비를 해 놓아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이런 말을 해도 매번 똑같은 청원이 올라오는 것을 봅니다. 교사들의 방학 월급에 대한.
그런 사람들은 팩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태클을 걸기 위한
낮은 수로 집단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밖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내 주변 교사들은 방학 때 놀기만 잘 놀더라”
그건 그 분들이 그런가 봅니다.
회사 근무시간 내에도 어떤 사람들은 뼈 빠지게 일하고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몰래하는 사람들도 있듯이
그들이 아는 교사는 그런가 봅니다.


아직도 “방학”에 대한 교사의 급여를 따지려 한다면,


피나는 훈련으로 자신만의 창법을 가진 가수가
대학 축제 때 노래 한 곡 불러주고 2천만원 받아가는 것도,
연구와 실습으로 기술을 축적한 엔지니어가
선 하나 찾아 연결하고 보수하며 몇 십만원 받아가는 것도,
보석감정사가
보석 한번 슬쩍 빛에 비추어 보고 높은 보수를 받아 가는 것도,
멘토링으로 유명한 강사가
강의 한 시간 하고 몇 백만원 받아가는 것도
불공정하고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냐? 다 각자의 고충이 있는 거지.
겪어보지 않고 남을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다” 라고 말하지
저런 말은 안 합니다.
마치 아무리 못된 인간도 그들의 가족은 건들면 안 되듯
직업사명도 절대 건들여선 안되는 부분인데 말입니다.


그런 저급하수들 때문에 저 역시 매우 분노했으므로
선생님들께서도 그들 삶과 낮은 사고를 불쌍히 여기셔서
선생님이 걸어 오신 그 무수했던 길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덥고 짧은 여름방학 건강히 마무리 하시고
2학기에는 또 어떤 상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겁이 나지만,
또 잘 버티고 승리해 봅시다
라고 이제 겨우 3년 차가 선배님들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녔던 20년 전엔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장래희망이 교사인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제게 교사가 되라고 하셨을 때도 제가 죽어도 싫다고 길길이 날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존경할 만한 선생님이 제 기억엔 초등학교 때 XXX 선생님
딱 한 분 밖엔 안 계십니다. (선생님 보고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어휴....형편 없었습니다.
선생님으로서 하나의 멋진 상이 돼주신 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이라는 직업도 가치도 전혀 닮고 싶지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 중에서는
장래희망이 교사인 아이들이 많습니다.
사회분위기상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군이라는 영향도
분명 존재하겠으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보는 교사들이
하나의 좋은 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이것이 교사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시험이 그렇겠지만
임용고사 그깟 것 하나 통과했다고 벼슬이고 유세가 아니라
그 과정을 모두 견디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여
결승점을 통과한 성공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뜨거운 울림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의 시간들이 쌓여갈수록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 멋진 직업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어찌 이 직업을 10년씩 걸어오셨나....
정말 존경합니다.
저도 저들의 인식에 맞서 더더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겠습니다.
그것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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