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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키 작지, 못생겼지, 혀 짧지... 배우 맞냐고 욕 엄청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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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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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독심의 술사>에서 열연을 선보인 송재룡 배우
ⓒ 디에스컴패니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로봇이 아니야>, <미생>과 영화 <스윙키즈>를 오가며 감칠맛 나는 역할로 주목 받은 송재룡 배우는 연극계에서는 코미디 연기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생활 연기는 여과지에 거를 것도 없이 순도 높은 코미디의 결정체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이심전심, 그의 대사와 표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바로 그가 연기력으로 평가받는 무대 위에서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그가 연극 <독심의 술사>로 2년 6개월 만에 그토록 그리던 무대로 돌아왔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무대 체질'임을 증명해 보이면서.
 
연극에 대한 갈증을 채워준 작품, <독심의 술사>

연극 <독심의 술사>는 날아다니는 파리의 마음까지 읽어낸다는 신묘한 독심술사 나자광과 지독한 의심병 환자 장무안, 자신의 감정과 과거를 숨기려는 장무안의 부인 신이화가 펼치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특히 <너와 함께라면>, <키사라기 미키짱>, <웃음의 대학> 등으로 독창적인 스타일의 코미디 장르를 개척해낸 이해제 연출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거기에 탁월한 연기력으로 각광 받는 김진수, 정희태, 장혁진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사전부터 기대감이 높아졌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무대 연기에 갈증을 느꼈던 송재룡 배우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해제 연출님께 <키사라기 미키짱>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했거든요. 그게 아마 7년은 더 됐을 텐데 잊지 않고 연락해주신 게 감사하기도 했고요. 마침 연극을 너무 하고 싶던 시점이었기에 대본을 읽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  연극 <독심의 술사> 중 한 장면
ⓒ 디에스컴패니


 

1970년대 말을 재현해낸 무대와 소품은 물론이고, 복고풍 의상을 입은 배우들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다. 무엇보다 감춰진 사연이 드러나기까지 배우들이 만담하듯 주고 받는 대사의 합이 엄청나다. 능수능란한 연기로 서로를 밀고 당기며 극의 전개에 줄곧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느슨하고 진부한 억지 유머가 똬리를 틀 공간 한 평 없다.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연출님이 강조하신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죠. 극 속에서 진실성이 떨어진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걷어냈어요. 연습하는 내내 그 부분에 대해 배우들이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첫 공연이 올라가고 보니, 생각보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흐뭇했죠."
 
집 만들고 싶던 소년, 연극을 시작하다

1995년 연극 <도이장가>로 데뷔해 오랜 세월 동안 무대에 섰지만, 처음 그를 매료시켰던 것은 어느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잘 만들어진 세트 한 채였다.

"집안이 유복하지 않아서 이사도 많이 다녔고,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어요. 중학교 3학년 때쯤 성당을 나가기 시작했고, 청년부 활동으로 성극도 하게 됐죠. 그때가 아마 부활절이었을 거예요. 무대 세트를 만드는 분들이 오셨는데 하루 밤 사이에 너무 예쁜 방이 하나 뚝딱 완성된 거예요. 그걸 보고 '아, 나도 내 손으로 집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세트 만드는 걸 배우려고 극단을 쫓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단칸방과 숱한 이사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소년의 마음에 핀 꿈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극단에 가서 세트 만드는 것을 돕던 그는 배우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엉겁결에 무대에 오르게 된다. 별 생각 없이 떠밀려 한 연기였지만, '배우 감은 자고로 이래야지!' 하면서 온갖 훈수를 두는 이들의 말이 그의 오기에 불을 지폈다.

"95년도에 처음으로 연극제에 나갔는데, 욕을 얼마나 먹었는지 몰라요. 키 작지, 얼굴 못생겼지, 혀 짧지. 배우가 그렇게 없냐고 난리들이었죠. 처음에는 '나는 연기하러 온 사람이 아니니까' 하면서 넘기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날 그렇게 욕한다고? 그럼 나도 한 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 오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여기 있지 않나 싶어요."


 

▲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일품인 송재룡 배우
ⓒ 디에스컴패니


 


실제로 연극은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연기를 하며 배우의 꿈이 생긴 그는 대학에 갔고, 가족의 곁을 떠나 대구에서 서울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

"대구공고를 나와서 대학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스물일곱에 대학을 갔죠. 제 마음이 동하는 대로 연기하고 싶은데, 극단 선배들은 자꾸 그게 아니라고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으니까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잖아요. 논리적으로 제 생각을 펼치고 싶고, 저만의 연기 이론을 정립하고 싶어서 대학을 간 거예요.

대경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기 공부를 더 하러 서울 간다니 아버지도 참 좋아하셨어요.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사고 한 번 안 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잘 하고 있다고요. 연극 덕분에 꿈도 생기고, 하고 싶은 학문도 닦아보고, 대학교까지 갔으니 정말 하길 잘했다 싶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버지는 그의 팬이자, 홍보 전도사로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대구에 내려갈 때마다 한 번씩 깜짝깜짝 놀라요. 아버지랑 같이 지나갈 때면, 저희 아버지가 동네 주민 분들한테 먼저 눈빛을 보내요. 그러면 '아, 그 탤런트 아들?' 하고 반응이 오죠. 워낙 작은 역할로만 나오니까 예전에는 부끄럽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죠. 크게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제 덕분에 어깨 펴실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47&aid=0002249232&date=20191209&type=1&rankingSeq=2&rankingSection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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