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김영만) 성공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1,609 4
2015.07.20 00:29
1,609 4

'종이접기 1인자' 김영만, 환갑 다 되도록 색종이 못놓는 이유는

"종이로 접는 학도 종류가 1000가지 넘는 거 알아요? 날개 꼬부라진 학, 마주보는 쌍학, 긴 종이로 10마리를 연달아서 접는 방법…. 일본에는 종이 비행기 접는 법만 책 한 권이에요."

김영만(金永萬·59)이 눈앞에서 색종이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금방이라도 "우리 친구들, 오늘은 움직이는 토끼를 만들어 볼까요?" 하는 80~90년대 TV 유치원 프로그램이 시작될 것 같았다.

오늘 주제는 '왕관 비행기'. "이렇게 한 번 두 번…. 이제 접힌 대로 병풍접기 하세요." 몇번 손놀림에 색종이가 원통형 왕관으로 변했다. "이게 무게중심이 앞에 있어서 던지면 잘 날아가요. 한번 볼래요?"

인터뷰 내내 그의 큰 목소리가 귀를 때리고 머리를 울렸다. 평생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제스처가 많아졌 다. 1년 내내 25벌 청바지만 입는다는 그에게 아이들은 순수함을 선물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종이접기 1인자

"그때 시청률이 어마어마했어요. 20~25% 나오던 때였으니까요. 엄마들이 'TV 유치원 한다'고만 하면 잠자던 아이들도 벌떡 일어나곤 했으니, 아이들 세계에서 스타가 된 거죠."

그는 1988년도부터 KBS의 'TV 유치원 하나, 둘, 셋'에 출연했다. 프로그램 말미에 5분간 종이접기를 가르치는 코너였다. '춤추는 도깨비' '말하는 꿀꿀이' 등 움직이는 장난감을 색종이와 나무젓가락, 종이컵만으로 뚝딱 만들어냈다.

10여년 넘게 KBS의 '혼자서도 잘해요', EBS의 '딩동댕 유치원' 같은 유아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이접기 열풍을 불러온 그는 국내 종이접기 1인자다. 22년간 직접 개발한 아이템만 1만여 가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일본, 미국, 유럽을 들락거리며 자료 조사해 개발한 것들이다. 이는 지금도 스크랩 북에 만드는 순서 그대로 빼곡히 스케치가 돼 있다. 그동안 종이접기 책만 6권, 비디오테이프만 16개를 냈다.

그는 "뭐든 다 접을 수 있다."며 "말만 하라"고 했다. 20년 넘게 전국 유치원과 미술학원, 대학에서 강의하다 보니 "이제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8년째 수원여대 아동미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89년에 지인들과 만든 한국종이접기협회도 계속 하고 있다. 그가 TV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종이 강아지를 만들고 하트 모양을 접었던 아이들은 어느새 엄마가 됐다. 그 엄마들이 다시 자신의 아이들을 김영만에게 보낸다.

그는 지난해 9월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아트 오뜨'라는 체험 미술관을 만들었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종이접기 등 1일 체험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미술 놀이터'다. 지금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 1만여명이 다녀갔다.

"선생님은 진짜 다 접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에요. '뭐 접어줄까?' 말하면 '평화!' 이래요. 그 순수함에 저는 지금도 애들한테 '뿅' 가요." 환갑의 나이에도 그가 색종이와 가위를 놓지 않는 이유다.

꽃 접는 방법만 책으로 10권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보냈다. 마당에 분수가 있었고 1960년대부터 가정교사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만화책을 좋아하던 그는 나갔다 하면 미술대회에서 상을 타왔다.

당시 잘 나가는 집안 아이들만 간다는 서울예고에 진학한 뒤 서양화를 전공했다. 정통 화가가 되려 할 때 아버지 회사가 망했다. 1969년 홍익대 미대 도안과(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한 것도 돈벌이 때문이었다.

등록금은 겨울 한 철 동기들과 크리스마스카드를 팔아 충당했다. 그는 "우리는 터치만 넣어도 그림이 되지 않느냐"며 "백화점과 극장 앞에서 촛불을 깔아놓고 만들기가 무섭게 연인들에게 팔았다"고 했다.

졸업 후 대우전자 광고 선전실에 취직했다. 5년 만에 나왔다. 그는 "과장이 되자 명색이 '그림쟁이'인데 드로잉 대신 결재만 하는 생활이 따분했다"고 했다. 개인 광고 사무실을 차리려 조사차 일본에 갔을 때 인생이 바뀌었다.

1981년 31살 때 일이었다. "조형놀이 코너에 종이접기 책이 쌓여 있더라고요. 그때까지 종이접기라고 해봤자 학이나 비행기 정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일본에는 꽃접기만 책으로 10권이 되더라고요. 충격이었습니다."

국내에 돌아와 유치원을 몇 군데 돌아다녀 본 뒤 '이거다' 싶은 확신이 더 강해졌다. 그는 "칠판에 코끼리를 그려놓고 이대로 그리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국내 조형놀이 수준은 황무지였던 것이다.

이듬해 일본에 돌아가 종이접기 협회의 3개월 코스를 이수한 뒤 한국에 돌아왔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조바심에 과천에 미술학원부터 차렸다. "과천 미술학원 원장이 조형놀이를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났다.

색종이, 풀, 가위…

방송 출연이 시작되면서부터 그의 아이디어 싸움도 시작됐다. 기존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싫어 100% 개발한 것만 방송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5번 이상 접는 아이템은 피했다.

담당 PD는 "아이들은 모르니 내년 이맘때쯤 똑같은 것으로 방송하라"고 했지만 그는 "아이디어가 고갈 되면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운전을 하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차를 세우고 지갑의 돈을 꺼내 종이접기를 했다.

식당에서 나오는 젓가락 포장지도 훌륭한 소재였다. "어디 앉았다 하면 손으로는 뭘 접고 있어요. 접다 보면 '어, 이건 용처럼 생겼네, 이건 딱지네?' 하는 거예요.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시간 날 때 다시 새로운 모양으로 개발하지요."

방송을 시작하면서는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이미 색종이라고 하면 이미지가 여자인 거예요." 그는 "38살 나이에 방송에서 색종이를 오리고 풀로 붙이고 앉아 있으니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서울예고, 홍대 미대 동창들에게도 그는 조롱거리였다. "너 요즘 종이접기한다며?" "그런 걸 왜 하냐? 돈 되냐?"는 말이 싫어 동창회 나가기도 꺼려졌다. 순수미술을 하는 동창들은 "코흘리개 돈이나 뺏는다"며 비웃었다.

김영만은 "그저 책이란 책은 죄다 일본 것 일색이었던 국내 조형놀이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며 "남들이 '고스톱'이나 골프를 취미생활로 삼는 것처럼 나는 종이접기를 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각 도에 이런 체험 미술관을 만든 뒤 죽기 전에 어릴 때 꿈을 살려 유화 전시회 한 번 해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20년 넘도록 종이접기 전시회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만들었다 하면 강의장이건 스튜디오에서건 "아이들 갖다준다"며 다들 가져가는 통에 그의 작품은 머릿속에만 남았다. 종이접기 1인자는 뭐든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는 "이 자리에서 시키면 채 50가지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간단해도 순서 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1만개쯤 내가 개발을 했는데, 이걸 더 발전시켜서 보다 다양하게 조형놀이 분야를 이끌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게 내 선에서 끝나게 생겨 걱정입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런웨이 시사회 초대 이벤트 535 04.19 31,40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72,26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220,63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54,82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526,99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96,76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43,99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57,81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0 20.05.17 8,670,57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9 20.04.30 8,557,18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88,259
모든 공지 확인하기()
1692125 이슈 거울 앞에서 카메라를 어떻게 숨길 수 있었을까? 7 04:54 1,242
1692124 이슈 어제(4/20) 재난문자 오기 전에 승객들에게 안내하며 멈춘 신칸센 04:41 1,528
1692123 이슈 해저 지각 변동이 쓰나미를 유발하는 과정 4 04:27 884
1692122 이슈 프린세스 다이어리3에 돌아온다고 오피셜난 남자배우 12 04:27 1,597
1692121 이슈 요새 난기류로 심해진 기내 공포 7 04:11 1,956
1692120 이슈 황당한 33세 교사와 15세 중학생 카톡 15 04:08 2,783
1692119 이슈 방탄소년단 빌보드 HOT100 SWIM 10위, 빌보드200 아리랑 3위 22 03:48 486
1692118 이슈 주지훈 : (최근 21세기 대군부인으로 '궁'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궁'은 스테디셀러에서 내려온적이 없다. 26 03:31 2,239
1692117 이슈 루이지애나주 총격사건 범인과 피해자들 10 03:02 2,993
1692116 이슈 가끔씩 '심한 결벽증 같은데 외식은 괜찮은 사람'이 있는 이유 46 02:35 4,403
1692115 이슈 과도한 노출로 반응 안좋은 캣츠아이 코첼라의상 160 02:33 21,509
1692114 이슈 좋아하면 바로 데이트 요청해라, 나는 항상 성공했다 27 02:26 4,115
1692113 이슈 형이 과로사하고 집안이 망가짐 33 02:14 5,311
1692112 이슈 트럼프에 대해 이미 경고했던 워렌 버핏 5 02:03 2,342
1692111 이슈 [KBO] 10개구단 야빠들이 모두 "이건좀..."하고 있다는 키움 박병호 은퇴식 사태 49 01:56 3,292
1692110 이슈 한때 유행이었다가 잘 안 보이는 치킨 41 01:50 4,217
1692109 이슈 코첼라 유튜브 조회수 순위 20 01:38 4,262
1692108 이슈 강소라 당근온도 8 01:28 3,088
1692107 이슈 노르웨이 한식당의 가격.. 10 01:25 3,786
1692106 이슈 트럼프, 전쟁에 흥미잃어 43 01:24 2,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