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잘하면 돼요. 그럼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요.
저는 제가 28살 정도 되었을 때를 꿈꿔요.
제 스스로 10년 이후에는 꼭 좋은 뮤지션이 되자고 약속했거든요.
저는 무대에서 터트리려고 해요. 에너지라는 게 뭉쳐있다가 넘치면 터지잖아요.
그 정도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는 순간이 그 때길 바래요.
Q. 예쁨받은 덕분에 연습실 바닥 청소같은 혹독함은 빗겨나가지 않았나?
근데 연습실 청소라는 게 혹독한 게 아닌데,
연습실 쓴 사람이 치우는 게 당연히 맞는 이치니까요.
우리보다 늦게 데뷔했다는 이유로 ‘선배’라는 호칭을 받기 보단
그들에게 ‘선배’로 보일 수 있을만큼 우리가 해내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
Q. 요즘 깨어있는 시간에 가장 많이 생각 하는 건 무엇인가?
작사. 내가 생각하는 시적인 표현은 머리가 아니라 실제로 겪은 일들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언젠가 슬픈 일 앞에서 “세상이 출렁인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해봤다
눈물이 고인 눈으로 바라볼 때 세상은 출렁이지 않을까? 글쓴이가 경험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글이다.
한 줄인데도 마음에 와닿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Q.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객관적인 사람. 그러니까 서로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할 수는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Q. 쉴 땐 뭘 해요?
쉬지 못했어요. 쉬고 싶지도 않고요. 일하는 걸 좋아하는, 아니 일해야 한단 강박이 있는 사람이어서요. 가만히 있으면 쓸모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Q.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군요.
가끔 ‘난 왜 이렇게 못 쉴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른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진 잘 모르겠어요.
Q. 모순이네요. ‘하루쯤 모두 제쳐두고 쉬어도 돼’라고 노래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해주는 얘기죠. ‘넌 그래도 돼. 난 안 되지만.’ 뭐 그런 느낌? 위로하는 노래를 많이 쓰긴 했어요. 저한테 하는 얘긴 아니었어요.
Q.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면요?
질문보단… 솔직해지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해요. 아직 솔직하지 못해서요.
근데 솔직해지고 싶어요. 치장하지 않고 싶고요. 아직 무리인 것 같지만… 언젠간 되겠죠?
Q. 솔직해서 도리어 상처를 받거나 주게 될지도 몰라요.
상처를 주고받는 것에 따른 노력은 해야겠지만 그마저도 성장의 증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해지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꿈꾸는 청년의 모습을 띠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Q. 어떤 청년의 모습이요?
사회에 이바지하는 청년….
Q. 밝은 청년이네요.
저 염세주의자예요. 몽상가죠. 근데 우린 사실 몽상가가 많이 필요해요.
Q. 몽상가란 사실엔 동의해요. 그런데 염세주의라… 왜요? 많이 가진 사람이잖아요. 사랑도 많이 받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염세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세계나 인생을 비참하다고 보고 환멸을 느껴 놓아버리고 사는 걸 뜻한대요. 전 거기까진 아니고…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도 알아야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Q. 왜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정의가 부정될 때 제 자신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요. 나 하나로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방향을 잡고 옳은 쪽으로 나아가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종현 씨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누구나 평등한 사회, 그래서 평화로운 세계요.
Q. ‘어른’이라는 말을 들으면 연상되는 것은?
꿈을 키우는 것이 어린이, 꿈을 이루는 것이 어른.
그렇지만 애초에 ‘어른스럽다’ 라든가 ‘어린애 같다’라는 걸 느끼게 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 분명 나쁜 일은 아니에요.
Q. 10년 뒤의 자신은 어떤 남자가 되어있었으면 해?
자기 자신을 믿고 프라이드가 있는 남자.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때였으면 좋겠다.
제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집에서도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거든요.
너무 솔직한 게 가끔은 저 자신이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솔직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라는 플랫폼 안에 있다는 건 상당히 여러 의미가 있죠.
일단 첫째로는 운이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걸 캐치한 사람들? 준비된 사람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의 눈엔 그저 시기를 잘 탄 애들일 뿐일 수 있죠.
반감은 없어요. 저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Q. 종현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365일 언제나 자신감에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은 아니고요.
누군가에 대한 열등감으로 더 에너제틱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런 걸로 극복해내려 하는 편이죠.
Q. 가장 자존감이 높은 시기라면요?
잘하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이 솟아요. 그리고 거기서 온 영감으로 뭔가 만들어냈을 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죠.
물론 항상 최고의 작품이 나오면 좋겠지만, 시스템상 불가능한 부분이 있으니 내 기준점 이상의 어떤 작품이 나왔을 때.
Q. 당신은 8년 동안 많은 것들을 이루었어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5㎏을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곡을 쓸 때든, 무대에서 공연할 때든, 제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건강이거든요.
단 하나 제가 목표로 삼아 온 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거예요.
그래야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계속 하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팬들과 만날 수 있으니까요.
Q. 그런 세심한 노력에 비해, 샤이니라는 테두리가 좁진 않나요?
샤이니 팬덤 이상의 뭔가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편견은 없지만.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께 인정받고 싶다는 거에요.
Q. 오늘 촬영의 주제는 ‘그 누구의 조종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의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아이돌’ 이었다.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관리된다’는 흔한 생각을 전복시키자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고정관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성실할 수밖에 없다.
너무 좋으니까 다른데로 눈을 돌리고 싶지 않은 거다.
말하자면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 매일 화실에서 그림만 그리는 걸 보고
‘멋있게 보이려고 이미지 관리하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게 오해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터뷰가 반가운 거고.
얼마 전에 누나에게 강아지를 선물했어요. 평소에는 가족들을 더 못 만나는 편인데
이대로 가다간 가족들과도 대화하는 게 어색해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소통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강아지를 새가족으로 들였어요.
엄마가 강아지 사진도 찍어 보내시고 저도 예전보다 집에 더 자주 전화를 하게 됐어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친구와 나누는 일상의 삶은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거든요.
Q. 그냥 그냥 흥얼거리는 노래는 날씨를 따라가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래서 많이 연마하는 건 감성아에요.
오늘처럼 커튼 친 것 같은 날씨라면 그것에 가장 충실하는 거죠.
근데 금방금방 까먹어요.
어제도 이 기분이었는데 내일 똑같은 상황이 되어도 색다르게 다가오니까 표현은 수만 가지가 돼요.
나 혼자가 아니라 샤이니의 멤버로 활동하는 건데 내 멋대로 굴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꾸미는 건 없어요. 단지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죠.
Q. 이를테면 또 어떤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요? 존재의 진정한 의미?
예를 들면 산타클로스 같은 거예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믿음으로 착한 일을 하게 되면,
그러니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 그건 실존의 유무를 떠나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존재한다’와 ‘존재하지 않는다’의 경계가 무너져버리게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