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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삼국지 역본만 400종… 뭘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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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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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원문 내용과 분위기 잘 살린 김구용, 황석영, 정원기 역본 추천

https://img.theqoo.net/ZeYUX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삼국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국지>는 중국의 고전이면서도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고 각색되고 읽힌 작품이다. 중국에서 <삼국지>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로 집대성된 것은 원말 명초 무렵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반도의 고려와 대륙 사이의 활발한 교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이미 그 무렵 우리나라에도 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계의 보고다. 

‘삼국지 한국어판본 연구’에 참여한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윤진현 박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문헌 자료에 따르면, 조선 선조 2년(1569년)에 기대승의 상계(上啓·조정이나 윗사람에게 사정이나 의견을 아룀)에 그 명칭이 처음 나타나고, 이후 허균의 <성소부부고>, 김만중의 <서포만필>, <정조실록> 등 여러 문헌에도 삼국지에 대한 기록이 발견된다”면서 “특정 문헌이 전래돼 인용, 언급되기까지 시간을 감안한다면 <삼국지연의>의 전래 시기를 조선 전기로 잡아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태원, 박종화, 정비석, 황석영, 이문열, 김홍신, 장정일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스타작가들은 한 번 이상씩 <삼국지>를 출간했다. 김구용, 황병국 같은 한학자도 <삼국지>를 펴냈다. 


이 중 가장 많이 판매된 판본은 이문열의 <삼국지>다. 민음사의 강미영 팀장은 “1988년 초판을 발행해 지금까지 1700만 부가 팔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학입시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필독서로 광고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게 주효했다. 제1권은 2002년 2월까지 초판 19쇄와 신조판 81쇄를 합해 총 100쇄를 발간했을 정도다. 

하지만 작가의 명망과 상업적 성공에도 이문열 판본은 간행 초기부터 독자와 학계로부터 많은 오류가 있음이 자주 지적됐다. 2002년 개정판은 이런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을 가다듬어 간행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판에도 여전히 심각한 오류가 적잖았다. 중국의 동포 작가 리동혁이 2002년 개정판의 각종 오류를 꼼꼼하게 지적한 <삼국지가 울고 있네>(도서출판 금토)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이문열의 <삼국지>는 2004년 다시 개정판을 내야 했다. 홍상훈 인제대 중국학부 교수는 “이문열 판본은 원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작가의 명망과 문장력만 내세워 어설프게 진행한 ‘평역’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문열의 글발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어차피 <삼국지>를 누구나 한 번쯤 읽었다고 전제한다면, 당대 최고의 한국 작가로 꼽히는 이문열이나 황석영의 문체로 <삼국지>를 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단언했다. 

이문열 역본 20년간 1700만 부 팔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가장 추천하는 <삼국지>는 어떤 것일까. 많은 이가 공통적으로 꼽는 작품은 김구용, 황석영, 정원기 역으로 정역류다. 공통적으로 원본의 내용과 분위기를 잘 살린 장점이 있다. 윤진현 박사는 “제2의 창작이라고 할 만큼 번역은 언어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우아한 의고체 문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김구용 번역판은 고전소설을 읽듯 유연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황석영 판은 현대 한국어의 감각을 잘 살려냈기 때문에 마치 한국 소설처럼 수월하게 읽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현암사를 통해 초판이 나온 정원기 판은 고전 삼국지 원전의 오류까지 완전히 바로 잡은 중국학자 선 진의 <교리본 삼국지>를 저본으로 하여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번역이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다. 

완전 재창작에 가까운 장정일 역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김봉석씨는 “젊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은 장정일의 삼국지”라며 “장정일 역은 <삼국지>가 한족을 위한 선전물일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책 서두에 등장하는 황건적의 난을 황건 농민군의 봉기로 해석하는 등 최근의 역사적 평가를 가미한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등연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2005년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장정일 역이) 너무 주관적인 해석이 강해 삼국지라 보기에는 가당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역류 외에 일본판 재번역류, 번안류 공존

국내에 있는 판본은 모종강 본을 저본으로 한 정역류와, 일본 요시카와 에이지 본을 저본으로 한 일본판 재번역류, 그리고 국내 작가들이 임의로 번역한 번안류 세 종류가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 역본은 1939년 9월 20일부터 1943년 9월 14일까지 <경성일보>에 일본어로 연재됐다. 이후 국내에서 간행된 번역본 중에는 1958년 박영사에서 간행한 <삼국지>(5권, 김동리·황순원·허윤석)처럼 요시카와 판본을 중역한 번역본이 상당수였다. 김구용, 황석영, 정원기, 정소문, 조승기 판본 등이 모종강 본을 저본으로 한 정역류라면 김광주, 방기환, 이원섭, 김용재, 박정수 판 등은 요시카와 판본을 중역한 번역본이다. 또 개역 또는 번안류는 이문열, 정비석, 김홍신 판본 등이다. 

요시카와 에이지 판본의 특징은 전래의 촉한정통론에서 이탈, 조조의 북위정통론에 의거해 창작됐다는 점이다. 소설 번역에서는 요시카와 에이지 판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중국의 원전 <삼국지연의>를 직역한 판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만화·애니메이션 등 여타의 변용 장르에서는 요시카와 에이지 판이 강세다. 요코야마 미스테루의 만화 <전략삼국지>(전 60권)는 박영이 번역해 1993년 대현출판사에서 발간,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오쿠다 세이지의 애니메이션도 <전략삼국지>를 원작으로 만든 것이다. 윤진현 박사는 “요시카와 에이지 판본의 특징은 모종강 개작의 <삼국지연의>가 지닌 청대의 장회소설적 구성의 전근대성을 극복함으로써 근대적 소설작법에 충실했고, 인물의 성격과 형상화에 합리적인 근거와 객관적 묘사에 신경 씀으로써 전래의 ‘촉한정통론’에 치우친 태도를 버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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