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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늘어나는 연명의료 중단.. 가족 불화 불씨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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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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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할 때 가족과 충분하게 숙고.. 정부도 관련 정책적 배려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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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도암 환자 A씨(68)는 항암치료를 받던 중 담도염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에 폐렴까지 겹치면서 호흡곤란 상태가 되고 의식이 저하됐다. 의료진이 인공호흡기 사용을 고려하던 중 A씨의 부인과 큰아들이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병원에서 치료 중단에 대한 가족 전원의 합의를 받으려는데 그동안 A씨를 잘 찾지 않던 작은아들이 나타났다. 작은아들은 “너무 쉽게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 어머니와 형이 아버지 치료를 일찍 포기하려는 속내가 뭐냐”고 화를 냈다. 가족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고 결국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해 A씨는 인공호흡기를 단 채 임종을 맞았다.

정부가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억제하고 생애 말기의 의료비 지출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를 추진 중이지만 한편에선 이 제도가 가족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데다 아직까지 가족 간 유대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 개인주의적 성격의 서구 제도가 들어와 가치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이행된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은 5만291건이다. 이 가운데 환자 본인 의사로 볼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라 이행된 건 32.7%에 불과하다. 나머지 67.3%는 가족에 의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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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은 환자의 의사능력이 있을 때와 의사능력은 없으나 의사를 확인할 수는 있을 때, 의사능력도 없고 의사를 확인할 수도 없을 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세 번째 ‘환자가 의사능력도 없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도 없을 때’가 의료 현장에서 두 가지 상황으로 전개된다.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논의할 시간이 없는 경우와 말기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의 반대로 환자 본인에게만 병의 상태를 고지하지 못하고 임종기가 도래한 경우다.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2일 “후자는 환자 상태가 누가 봐도 회복이 어렵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고 환자 본인에게만 통보되지 않았을 뿐 가족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문제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했다. 설사 갑자기 나타난 가족 누군가로 인해 문제가 불거져도 주로 환자를 돌보던 가족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진짜 문제는 전자다. 이 교수는 “말기암 환자여도 치료 결과가 매우 좋아 기대가 컸다가 갑자기 합병증이 발생해 임종기에 이르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가족끼리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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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 여부 결정에 대한 환자 가족의 만족과 결정에 대한 확신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김수현 경북대 간호학과 교수가 말기암 환자 가족 중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가족을 분석한 결과 중단 결정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4점,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100점 만점에 71점이 나왔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만족도가 낮을수록 이에 따른 후회 정도도 높게 진단됐다. 김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한 가족이 2~3일 뒤 후회하고 결정을 바꾸기도 하는데 이는 환자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가족의 만족도가 낮고 불확실성이 높은 건 제도를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게 큰 이유는 아니었다. 근본적 원인은 ‘불명확한 가치관’에 있다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지 30년이 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평소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환자가 건강할 때 이런 얘기를 나눈 경험도 부족하고 가족 스스로 연명의료 중단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 혼란을 겪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개인 중심의 가치관을 전제로 한 제도가 가족 중심의 공동체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에 온전히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의 배경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본인이 아닌 가족의 치료를 대신 결정하는 데 있어 생명 연장과 고통 경감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과 가족으로서의 책임감, 의무감이란 가치가 상충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가족 구성원 1명이라도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의료진은 환자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이 가족의 범위를 ‘모든 직계혈족’에서 ‘배우자 및 1촌 이내 직계존비속’으로 축소함으로써 가족 동의의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의료계에선 기준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식이 없는 무연고자나 독거노인의 경우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병원 윤리위원회에 판단을 맡기거나 지정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적 있지만 생사를 가르는 윤리적 문제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맡기면 환자 본인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어 무산됐다.

아직까지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가족 전원의 동의라든지 2명 이상의 동의를 받게 한 건 경제적 이유로 제도를 남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기준을 완화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에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중환자실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든 환자 가족의 민원과 항의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제도 남용을 방지하는 지금의 기준을 유지하되 3년 정도 제도를 시행하고 나서 결과를 평가한 뒤 (기준 완화 등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족이 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만큼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교수는 “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가족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는데 정책은 환자에 집중돼 있다”며 “가족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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