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귀화가 잘한 선택인가”
“음, 음, 유 노(You know), 음….”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알렉산더 겜린(25)은 감정이 복받치는지 목이 잠겨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눈시울을 붉히고 나서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꺼냈다. “올림픽 출전 기회를 준 것이 무척 고맙다. 최선을 다했는데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
015년에 은퇴하면서 짝을 잃었다. 마침 재미교포 민유라가 새 파트너를 구하고 있었다. 호흡이 착착 맞고 실력이 쑥쑥 늘었다. 이중국적이었던 민유라가 한국을 선택하면서 겜린도 한국 귀화를 고려했다. 겜린은 “가족들이 내 꿈을 응원해줘서 (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겜린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여동생이 피겨를 그만둔 것도 비용 때문이다. 겜린은 “나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는데, 부모님이 노후 자금까지 내주며 지원해줬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미국인이지만 다소 한국적인 정서를 가졌다.
겜린의 부모는 올림픽을 직접 보고 싶어 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오지 못했다. 대신 평창올림픽 로고가 박힌 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아들을 응원하고 있다. 겜린은 “분명 쇼트댄스 경기를 보고 부모님이 펑펑 우셨을 것”이라고 했다.
겜린의 엄마 도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들이 (귀화까지 하면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게 가치가 있을까? 만약 금전적인 부분을 고려했다면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 꿈을 꾸는 선수에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선수를 둔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프리댄스에서 ‘홀로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한복 형태를 살린 의상을 입는다. 익숙한 선율이 아니라서 불리하다고 코치가 만류했다. 하지만 민유라로부터 아리랑에 대한 의미를 들은 겜린은 밀어붙였다. 겜린은 “한국인에게 아리랑이 어떤 의미인지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만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인만큼 꼭 사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겜린은 “성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중들이 유라와 나의 연기를 보고 감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겜린은 민유라와 함께 4년 후 베이징 올림픽에까지 한국 대표로 뛰기를 원한다. 그때 쯤이면 아리랑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것이다.
한편 팀이벤트(단체전) 쇼트에서 의상 윗옷 끈이 풀어져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한 민유라는 이날엔 옷을 입은 채로 세 군데를 꿰맸다. 몸 형태 그대로 맞춰 꿰맨 터라 결코 벗겨질 일이 없었다. 민유라는 “오늘은 절대 옷이 벗겨질 일이 없다. 나도 못 벗을 정도인데 어떻게 벗겨지겠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