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랐는데.
크게 지고 나면 선수들이 아주 위축된다. 또 많은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로서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고맙다. 우리가 해야 할 걸 했다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 차범근 전 감독에게 A매치 최다 출전(137경기) 기념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차범근 전 감독은) 항상 어릴 때부터 얘기도 많이 듣고 우러러 보던 분이다. 그런 분과 한 경기장에서 이렇게 좋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또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서 이렇게 축하받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기뻤다.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선발 출전했지만, 45분만 뛰었다. 개인적으로 아쉽진 않은지.
파라과이 선수들이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내가 공간에서 공을 받기도 어려웠고, 발밑으로 받는 플레이도 되게 어려웠다. 브라질전에서도 많이 느꼈다. 내가 또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움직여야 공을 더 많이 받아서 더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매번 상대팀이 다르다. 그래서 축구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면서 배울 점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축구 선수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2000년생들이 골을 만들었다. 맏형으로서 흐뭇했을 거 같은데.
내가 전반에는 경기를 뛰고, 후반에는 밖에서 지켜봤다. 모든 선수들이 한 가지 목표를 갖고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했기 때문에 경기를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선배로서 주장으로서 되게 뿌듯하다. 앞으로도 더 잘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 선수 입장에서는 스리백 전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포메이션으로 정말 하루 종일 얘기할 수 있을 거다. 스리백의 장점이 포백의 단점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스리백을) 조금씩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팀으로서 여러 포메이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될 거다. 당연히 새로운 포메이션을 입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속팀에선 매일 함께 훈련하지만, 대표팀에선 짧은 시간에 입혀야 한다. 많은 대화와 영상, 공부가 필요하다. 아직 서서히 맞춰가는 중이다.
- 대표팀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지 오래 됐는데. 미리 얘기된 부분인지.
오늘 경기는 감독님께서 미리 말씀을 해주셨다. 내 몸 상태는 항상 풀타임을 뛸 수 있다. 나도 아직 시즌을 치르고 있고, 돌아가면 중요한 경기들이 있어서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신 것 같다. 감독님이 이렇게 미리 얘기만 해 주신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컨디션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 관중이 많지 않았다. 이례적인 모습이 낯설진 않았는지.
낯설다기보다는 오신 팬분들한테도 우리가 감사한 마음을 표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가 또 해야 할 역할인 것 같다. 재미있는 축구, 좋은 축구, 멋진 축구를 한다면 팬분들은 또 분명히 경기장에 오실 거다. 오늘은 상황이 좀 특별하기도 했다. 다들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오랫동안 쉬다가 일상생활로 복귀하셨다. 일상생활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에서 두 달 정도 뛰었다. 대표팀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내가 있는 곳은 상당히 덥다. 잔디도 적응하고 있다. 한국 잔디와는 다르다. 월드컵이 여름이다 보니까 상당히 더울 거다. 이런 부분을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또 클럽 월드컵을 뛰어본 선수들도 있어서 잘 알고 있을 거다. 내가 크게 공유한다기 보다는 선수들이 현지 적응 훈련할 때 조금 더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 자리를 비운 사이 LAFC 동료들이 아쉽게 패했다.
아쉽더라. 여기 있으면 소속팀이 신경 쓰이고, 또 소속팀에 있으면 항상 대표팀이 신경 쓰인다. 어떻게 보면 핵심 선수들이 다 대표팀 차출로 빠졌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다는 것 자체가 되게 고맙다. 우리가 지금 서부 콘퍼런스 우승은 할 수 없게 됐지만, 중요한 MLS컵이 남아있다. 거기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선수들과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 월드컵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중점을 둬야 될 거는 너무나도 많다.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강팀을 상대할 때 어떻게 더 과감하고 거칠게 경기에 임할지 생각해야 한다. 브라질전은 우리가 상대를 너무 많이 존중한 점이 경기 결과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선수들에게도 얘기했지만, 맞아봐야 어떻게 맞아야 덜 아픈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많이 아파봤으니까 이제는 덜 아프게 맞고, 우리도 한 번씩 때릴 수 있또록 신경 써야 한다. 남은 경기 잘 준비해서 월드컵까지 잘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 미국에서 행복 축구를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축구를 하고 있는 거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단 한 번도 내가 있는 위치에서 불평 불만 없이 항상 행복하게 축구해왔고, 축구하고 있다. 다들 '행복 축구'라면서 걱정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지만, 축구 인생을 살아오면서 매일매일 행복하게 축구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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