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기가 물었다.
그때 터널에서 왜 자신의 차를 피하지 않았냐고.
은기에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그이유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난 세상과 내 자신에 몹시 지쳐있었고 이번 생은 그냥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던거 같다.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 은기와 꼭 다시 만나
그땐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세상 사람 누구나 하는 평범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거 같다.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 은기와 다시 만나
그땐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세상 사람 누구나 모두가 하는 평범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 거 같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아는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어떤 땐 그녀의 집 앞을 서성여보기도 하고
어떤 땐 그녀의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그녀의 아버지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배우고 바둑도 배우고
아무 음식이나 먹성 좋게 잘 먹는 법도 배우고
어떤 땐 그녀가 좋아하는 팝아티스트의 노래를 전부 외우고
어떤 땐 그녀가 자주 가는 장소에 가서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려보기도 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리우면 그리웠다고 말하고
설레며 감사하며
그렇게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다고 기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난 신에게 기도한다.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