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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강단 있는 주인공. 신혜선이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얼굴이다. 대체로 악보다 ‘선’에 가까운 캐릭터. 그래서일까. 영화 ‘그녀가 죽었다’(김세휘 감독)에서 보여준 신혜선의 새 얼굴이 반갑다. 아니, 반가움을 넘어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한 방 크게 먹은 기분이다.
영화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답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극장을 나오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신혜선은 극 중 거짓 포스팅으로 남의 관심을 훔쳐 사는 한소라 역을 맡았다. 정교하게 짜인 구정태와 한소라의 내레이션이 극을 이끈다. 자기합리화와 자기연민으로 가득 찬 한소라의 내레이션을 듣고 있자니, 우리가 알고 있던 신혜선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 배우, 연기 정말 진짜 잘한다.
새삼스러운 연기 칭찬에 신혜선은 손사래를 친다. “책부터 속도감 있게 읽혔다.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질주하는데, 인물의 이중적인 면이 극대화됐더라. ‘연기를 시나리오만큼이라도 잘 표현해 보자’ 싶을 정도로 재밌게 본 시나리오였다”라고 설명했다.
“(한)소라가 싫어요”라는 말로 현장의 웃음을 자아낸 그다. 그만큼 한소라는 위선으로 가득 차 가증스러운 인물이다. 신혜선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면서 “연기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에너지나 성격을 표현해 보는 것이지 않나. 그런 맥락에서 아예 핀트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재미는 있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이렇게 싫어하는 것도 처음이라 재미있더라”라고 눈을 반짝인다.
그는 “그간 맡았던 역할을 돌아보면 선한 역할이 많았다. 의롭거나, 보는 사람이 호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인물 말이다”라며 “그런데 소라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인물이다. 진짜 이상한 애다. 보여주는 걸 목적으로 살아간다. 자신의 일상을 꾸며낸다. 그게 싫더라. 거짓 이득을 얻는 뒤틀린 욕망이 불편했다. 처음엔 불쌍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칫 잘못하면 관객이 얘를 동정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소라 캐릭터를 만들어갔다”라고 설명한다.
‘염탐·관음’ 구정태와 ‘허세·관종’ 한소라 중 누가 더 비호감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어휴, 둘 다 징글징글해요”라고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짓는 신혜선이다.
실제로 만나면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한 사람. 이렇게 극단적인 비호감 캐릭터를 맡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이렇게 비정상적인 모습이 이 영화, 그리고 이 캐릭터에 꼭 필요했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배우로서 만날 수 있음이 감사한 일 아니겠나. 저는 악역도 범죄자 역할도 캐릭터만 좋다면 상관없다”고 답한다.
변요한과 신혜선, 연기 잘하는 거로 두말하면 입 아픈 30대 배우 둘이 뭉쳤다. ‘연기 차력쇼’라는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신혜선은 “(구)정태가 초반에 버스에서 고등학생 문자를 훔쳐보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귀엽네’라고 느껴지더라. 후반부 창고에서 소라랑 만났을 때 ‘왜 우리 집만 불끄고 OO이야’ 부분도 너무 웃겨서 빵 터졌다. 변요한이 그 비정상적인 애를 귀엽다고 느껴지게끔 인물의 괴리감을 잘 살린 것 같다”고 상대역을 칭찬했다.
“스피디하고 간결하고 신박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아주 스트레이트하고 젊은 스릴러”라며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그다. 연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난 표정을 짓는 신혜선의 차기작은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요? 정말 많아요. 아무래도 앞에 보였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크죠. 칼 액션이나 총기 액션에도 도전하고 싶은데 몸을 쓰는 제 모습도 언젠간 꼭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