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임
22년 연말에 홀로그램 직캠 보다 입덕해서
타돌 덕질 제외
샵콘이 첫 콘, 첫 스탠딩, 첫 실물 영접이었어
떨리긴 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힘들 정도인 줄 알았으면
더 떨어서 전날 잠도 못 자고 점심도 못 먹었을 듯ㅠ
다음 콘부턴 못 자고 못 먹고 들어가겠지ㅋㅋ
오프로 콘서트 보는 게 8년만이어서
타돌 스탠딩 고경력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입장 직후 다들 우당탕 달려들어가고 무대볼 때도 엄청 밀치니까
양말 구멍날 각오하고 운동화도 까만 거 신고
짐은 최대한 줄이라고 조언해줌
점심도 대단히 많이 먹고
종아리 스포츠테이핑 빡세게 하고 힙색에 에너지바 채워서 줄섬
막콘 A구역 500번대였고
대기 중에도 샤월끼리
비공굿 나눔, 화장실 갔다올 동안 짐 맡아주기,
머리에 붙은 벌 떼주기,
일본인 팬 캐리어 맡길 곳 알아봐주기,
양산이나 손풍기 공유하기 등등
훈훈하다고 느낌
잠금장치 없는 쇼핑백을 들고 스탠딩 입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굉장히 의아해함
백이 다 찢어지면 어쩌지?
티켓 확인 직후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낌
모두 다 선녀처럼 사뿐사뿐 줄 맞춰 살금살금
A구역 도착 직후 더 느린 걸음으로 각자 취향껏 서더니
아무도 끼어들거나 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섬
입장 대기 때 대화 나누던 아리따운 여성분이 내 앞번호셔서 옆자리에 섰는데
내가 버리고 나오려던 쇼핑백도
그냥 내 발치에 두면 그대로 있을 거라 알려주심
시작 직전엔 바닥에 두면 번거로우시겠다고
다정하고 격조있게 말씀해주셔서 힙색에 걸었음 ㅋㅋ
오프닝 때 기범이 등장 순간
!!!!! 내 평생 그렇게 예쁜 사람 처음 봄 !!!!!
키가 엄청 큰데 두상이 너무 사랑스럽고
얼굴이 작은데 이목구비가 다 또렷함
피부가 깨끗하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뭐랄까 맑고 투명한데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영롱함
젠더리스패션이 왜 존재하는지 처음 이해했고
기범이한테 입혀진 옷이 정말 기쁘겠다고 느낌
머리 묶고 나오자마자 신체부위 명칭의 함의를 깨달음
관자놀이는 우유빛 조개관자가 판 깔고 노는 곳 같아서 관자놀이구나
광대뼈는 보는 사람이 광대가 된 듯 웃게 해서 광대뼈구나
살면서 처음 알게 됨
땀을 흘릴수록 더 청초하게 빛나서
수련도 물망초도 수국도 비할 바가 아니었음
그야말로 내 눈알 테두리가 어디까진지 느껴질 정도로
눈이 튀어나오게 충격적이었음
첫 착장이 내 입장에선 너무 자극적이어서 이성을 잃음ㅠ
배꼽 주변은 램스이어 잎사귀처럼 보드랍고 폭신해보이는데 납작함
허리의 갈비뼈 양쪽 아래 부분은
방금 완성된 우뭇가사리 묵처럼 매끈하고 하얗고 탱탱해서
그때부터 난 괴성을 지르기 시작함 ㅋㅋㅋㅋ
(이렇게 자세히 묘사해도 되나?;;)
그 와중에 또 충격은
무대가 시작됐는데 아무도 밀치지 않았어
아무도 자기 자릴 벗어나지 않음
그 상태 그대로 두개골이 통째로 울릴 정도로 크게 하는 떼창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옴
기억하다보니 손가락 끝이 하얘지도록 또 충격적인데
기범이 성량과 음색이 비욘라나 유투브 보던 것과는
감동의 급이 달랐어
내 몸 전체가 스피커가 된 것처럼
귀뿐만 아니라 내 몸이 통째로 청각 기관이 된 것처럼
나에게 신체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어
내가 종교가 없는데 종교적 체험이 혹시 이런 기분인가 싶었음
내가 지르는 함성과 괴성ㅋㅋ에 나 스스로도 놀람
그러다가 쓰리 램블에서 아예 함락됨
나 목청 큰 편이어서 좀 컴플렉스고
직장에서도 회식 때마다 농담거리였는데
나보다 목청 큰 사람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있는 경험도 처음
ㅋㅋㅋㅋㅋㅋㅋ
세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음
마치고 옆자리 샤월분과 퇴장하면서
제가 너무 괴성을 많이 질러서 죄송했다하니
어제 좌석보다 오늘 같이 보니 더 재밌었다 해주셔서
또 마음이 벅참ㅠ
너무 설레이고 떨리고 감동받고 감사하고
다음 콘서트를 기다리다가 애가 타서 온몸이 바스라질 것 같고
그 특유의 마음이 힘든 상태가 됨ㅠㅠ
김기범은 극도로 아름다운 생명체임
미학의 극한이 현실화한 기적 그 자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