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수식어에 매몰되지 않는 배우가 있다. 서강준을 두고 ‘사건’이라 부르는 이유다.
청계천가의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 네온 간판이 천장에 붙어 있는 조금은 독특한 술집에서 배우 서강준을 만났다. 밤 8시, 술집 옥상의 간이 테이블에 앉아 을지로의 오래된 풍경을 바라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서강준은 안전한 길 대신 <화정>이라는 모험을 택했다. “드라마는 밤새우는 일이 당연하니까 몸이 힘든 건 상관 없어요. 대신 스트레스가 커요. 경험은 부족한데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크고, 제 뜻대로 표현이 안될 때도 있고 그래요. “
“70,80세까지 연기하며 살 인생인데 지금 겪는 스트레스와 고민은 아주 작은 일부분일 거라 생각해요. 넘어지면 당영히 아프죠. 앞으로가 기대되면서 사실 두렵기도 해요. 그래도 피하고 싶진 않아요. 어쨌든 지금이 미래의 연기에 좋은 자양분이 될 테니까요.”
서강준은 연기자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로 데뷔했다. 아이돌 그룹처럼 다섯 명이 함께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뭐든 구체적인 그림이 없으면 안 돼요. 갑자기 내년에 소속사에서 각자 나가서 살라고 하는데 이런 그림이 없으면 방탕하게 살지 않겠어요?” 대답은 매번 똑 부러지고 매사에 구체적인 계획과 이유가 있었다.
반듯한 얼굴에서 나오는 그의 말들은 종종 예상을 뒤집었다. “만약에 스타성을 버리고 예술만 하고 싶었다면 연극을 하는 게 맞았겠죠. 하지만 스타성을 가지고 싶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고 연기에 대한 갈망도 있으니 전 드라마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서강준은 자신이 지금 연기 인생이라는 터널 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만큼 어른스럽다. 그래서 넘어졌다가도 묵묵히 일어난다. 성실함을 이길 재능이 과연 있을까? 그의 연기에 노련한 굳은살이 박이기를 기다리는 건 이렇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