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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2016.02. 나일론 - 서강준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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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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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부드럽던 서강준의 눈빛이 차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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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서강준은 고깃집에 앉아 있다가 시놉시스 한 권을 받았다. 이 시놉시스는 언젠가 웹툰으로 이미 본 내용이기도 했다. 종이 뭉치 앞장에 적혀 있는 이름은 당신이 예상하듯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그리고 그날은 8월 5일이었다. 그에게 찾아온 캐릭터 ‘백인호’의 생일도 같은 날인 건 운명이었을까. 끼워 맞추기일지 모르지만 서강준은 그 의미를 가슴속에 새기기로 했다. 

“시놉시스를 받고 나서 첫 미팅을 하는데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강준 씨를 제일 먼저 생각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대체 제 어떤 모습을 보신 걸까요. 아직 이유를 묻지 못해서 너무 궁금한데, 기분이 참 좋았어요.” 

처음으로 도전한 MBC 사극 <화정>이 방송되는 동안, 그가 악플에 시달리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건 이미 인터뷰와 방송에서 고백한 적이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에 공식처럼 따라붙는 캐릭터 비교 논란은 <치인트>도 비껴가지 못했고, 서강준과 백인호를 비교하는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까칠하고 거침없는 백인호와 유순하고 밝은 서강준의 이미지를 견주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한 차례, 사람들의 냉정한 반응을 겪은 그는 도리어 그 댓글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기사나 댓글을 보면서 현실이 어떤지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예전에 맡았던 역할이 사람들에게 이런 이미지를 심어줬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치인트>가 끝날 때는, 이 인식을 확 바꿔보자는 오기도 생겼어요.그날 이후로, 그는 자기 전이면 가만히 누워 1시간 남짓 무작정 상상을 했다. 인호가 걷고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렸더니 옆에 있는 벽이 그려졌다. 그리고 벽을 타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생각났다. 배경이 잡히면서 인호의 얼굴을 떠올렸고, 얼굴을 차지한 눈빛이나 표정이 그려졌다. 머리맡에서 하던 상상이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지만 <치인트>가 2번 방송되고 나서 그에게는 ‘2D를 넘은 3D 배우’라는 수식어가 새로이 붙었다. 그리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여유라는 단어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적어도 쫓기지는 않게 되었다. “요즘은 굳이 ’이게 잘하는 건지, 이렇게 연기하다 이상하게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진 않아요. 이윤정 감독님이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를 자유롭게 넓혀주셔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던져볼 수 있게 됐어요.”


언젠가 연기 수업을 받을 때, 선생님에게 들은 ‘현장에서 많이 놀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긴장을 내려놓는 것에는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또래라는 점도 작용했다.

 

“요즘 제일 좋은 건, 현장에서 논다는 거예요. 배우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정말 논다는 게 아니라, 연기할 때 그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거죠. 시간에 쫓겨 촬영하는 게 아니라 그럴 만한 환경이 갖춰져서 그럴 수 있을 거예요. 힘든 점은 하나밖에 없어요. 유정과 설의 포옹신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거.” 

금요일 밤, 9시가 가까워왔다. 5벌을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섰던 서강준이 원래 입고 왔던 까슬까슬한 질감의 마르니 니트와 블랙 스키니 디스트로이드 진, 골든구스 스니커즈를 신고 소파에 앉았다. 새로운 역할은 그의 인상에까지 영향을 준 걸까. “원래 깔끔하게 입었거든요. 아, 물론 지금 입은 옷이 더럽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찢어진 바지 같은 건 제 스타일이랑 거리가 멀었다는 거예요. 요즘은 좀 뭐랄까, 러프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인호 말투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같이 사는 서프라이즈 멤버가 제일 잘 알 거예요. 인호가 말을 툭툭 내뱉거나 가끔 욕을 하잖아요. 멤버랑 있으면 저도 모르게 가끔 거칠어질 때가 있나 봐요.” 

인호는 서강준이 맡았던 것 중 가장 예측 불가한 캐릭터다. 본 적 없는 노숙자와 잘도 하룻밤을 보내고, 잘 모르는 설이에게 개털이라거나 서슴없이 밥을 사달라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그런 인호가 가장 못하는 것이 있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츤데레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인호는 관계에 있어서 정말 진실된 친구예요. 그래서 더 정이 가요. 잃었던 것도, 잃을 것도 많은 아이죠. 너무 솔직하니까요.” 

 

여지껏 만나보지 못한 솔직한 캐릭터에게 거는 그의 기대와 욕심 역시 작지 않다. 두려울 때도 있지만 여전히 댓글도 확인한다.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서강준에게는 모두 채찍처럼 자극으로 다가온다. 촬영이 끝나고 잠깐 쉬려고 누웠다가도 저절로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누른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적혀 있으면,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피드백이 자신을 반길 때면, ‘더해야지.’ 나쁘면, ‘더 노력하자’라며 다시 일어선다. 많은 것이 새롭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한없이 바라보던 모습만은 이번에도 같다. 아직 웹툰의 결말은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원작이 있는 드라마가 결말까지 닮아야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어쩌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에이. 설마 저랑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근데 저는 바라보는 게 좋아요. 애틋한 느낌이 있거든요. 그리고 바라보는 역할을 여러 번 해온 사람으로서,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자기 캐릭터가 더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애정이 가요. 상대방이랑 잘되는 역할이었다면 별로 부러울 것도 없거든요. 아, 근데 저랑 안 될 바에는 유정이랑도 이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하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벌써부터 백인호와 유정을 두고, 홍설이 된 듯 감정 이입하는 여자 시청자를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서강준에게 둘 중, 남자로서 보는 괜찮은 남자는 누군지 물었더니 멋진 남자에 대한 지론부터 꺼냈다.

 

“일단 두 사람을 떠나서, 저는 남자는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tvN 예능 프로 <택시>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영자 누나가 ‘남자 짓거리’라는 단어를 쓰시더라고요. 남자라고 괜히 허세 부리는 거 있잖아요. 그건 정말 남자답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사람인데도 잘못했다면 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하고, 부당한 상황에서는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남자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그의 오른쪽 팔목에는 작은 상처들이 나 있다. 유정과 싸우는 격투 신에서 난 상처라고 했다. 만나면 항상 눈에 힘을 주고 날을 세우는 두 남자 주인공이 말싸움을 넘어, 제대로 몸을 쓰면서 치고받는 장면이다. 싸움의 화두는 역시 홍설. 지금껏 촬영한 <치인트>의 장면 중 서강준의 인상에 가장 강하게 남은 순간이다. “둘이 싸우면서 하는 대화는 똑같아요. 

 

‘너, 똑바로 살아. 설한테서 떨어져’ 같은 거죠. 근데 저는 싸우면서도 두 사람의 우정이 느껴져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란 말도 전부 서로를 생각해서 던지는 말 같았거든요.” 

 

작년 가을부터 촬영한 <치인트>는 올 봄이 되기 전에 결말이 난다. 서강준이 보낸 한 해의 끝과 시작은 이 작품과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의 기세라면, 그는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새해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에 한 뼘만큼은 다가가 있을 것 같다. 

 

 “새해를 할머니 댁에서 가족과 보냈는데, 기분은 의외로 평온했어요. 그냥 스물세 살이 지나갔구나 정도였죠. 그래도 돌아보면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올해는, 그러니까 스물네 살에는 작품으로나 배우로나 더 큰 확신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리고 연기를 대하건 사람을 대하건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중심이 제 가장 큰 가치가 되면 좋겠어요. 이건 올해든 내년이든 같은 마음일 거예요.”



https://www.smlounge.co.kr/nylon/article/2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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