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더 킹',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독전', '뺑반', '돈', '외계+인', '올빼미'까지 탄탄대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또래 배우들이나 같은 시기 데뷔한 배우들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쉼 없이 필모그래피를 채운 류준열.
단기간 빛나는 성과를 낸 배우들과 비교해도 그의 성장세는 참 놀랍다. '반짝' 하고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면을 쓰고 벗으며 스스로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묘한 매력의 마스크와 독보적인 분위기가 신선했던 청년의 이야기는 다채로워졌고, 그 깊이감은 나날이 극대화되고 있다. 춘사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올빼미'에서도 역시 배우의 성숙미가 여실히 드러났다.
류준열·유해진 주연의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조선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새로운 허구의 캐릭터를 가미해 완성한 영화로,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로 기록된 역사적 미스터리에서 출발했다.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은 소현세자 사건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특히 류준열은 '주맹증'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의 캐릭터 경수를 세밀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소화, 흥행과 호평을 이끄는 구심점이 됐다.
▲ '제28회 춘사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배우 류준열. /사진=김상문 기자, '올빼미' 메인 포스터 |
'올빼미'의 경수가 그렇듯, 류준열은 매번 인물 그 자체가 된다. 영화라는 가상의 프레임을 잊게 하는 열연이 매 순간 놀랍도록 눈부시다. 캐릭터와 한 몸이 되는 건 곧 배우의 힘일 테다. 이를 관객들은 물론 유수의 영화제가 모두 인정했다. 그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제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에 이어 제28회 춘사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차지하며 '올빼미'로만 3관왕에 올랐다.
"데뷔하고 나서 직업란을 작성해야 할 때마다 '영화배우'라고 적고 싶은데 선뜻 쓰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쑥스러움일 수도 있고, 부끄러움일 수도 있고, 영화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인이라고 해도 되는지 죄책감 같기도 했다."
류준열은 늘 관객들에게 동의를 얻고자 했다. 연기와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다. 그래서인지 놀라운 성과를 이룬 뒤에도 늘 겸손하고 진중했다. 자신이 찍어낸 발자국의 개수와 크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갖는 의미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배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지치지 않고 오래 연기하는 게 꿈이라는 그이기에, 성공이 아닌 과정과 그 땀방울의 가치를 논하는 그이기에. 영화인 류준열이 걷는 길을 먼발치에서, 마음으로는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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