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촬영이 끝날 때 마다 '탁류 맛있다'고 외치면서 끝냈어요. 28살의 로운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했던 것 같아 후련했어요."
배우 로운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연출 추창민, 극본 천성일) 현장을 돌아보며 남긴 소감이다. 그동안 극 중에서 깔끔하고 멋있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로운은 '탁류'를 통해 새로운 변신에 성공했다. 본인과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킨 연기 변신은 로운이라는 배우의 지속 가능성을 확장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로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왈패 장시율 역을 맡아 2년 만에 작품에서 제대로 모습을 비춘 로운은 "2년 만이라 기대됐다"는 소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혼례 대첩' 이후 2년 만이라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됐어요. 어떻게 찍었는지 아니까 대중분들의 반응이 기대됐는데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로운이 맡은 장시율은 과거를 감추고 마포 나루터의 왈패가 된 남자다. 그동안 바른 이미지의 소위 '꽃도령'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로운은 '탁류'의 장시율을 통해 완벽하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이런 작품이 저한테 왔다는 게 정말 신났어요. 이전까지 바른 이미지, 꽃도령을 주로 했었는데 저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누군가는 봐주고 있었다는 것 같아 좋았어요. 제 안에도 나름 외로움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매 신을 마칠 때마다 '탁류 맛있다'고 외치면서 끝냈어요. 28살의 로운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한 것 같아 후련해요."
비록 극 중 신분은 낮아졌을지 몰라도 왈패 무리 속에서도 로운의 비주얼은 빛났다. 로운은 "왈패 중에 빛났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도 비주얼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평가받고 싶었다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오래갔으면 좋겠지만, 잘생김이란 건 오래가지 않잖아요. 그거 하나 가지고 경쟁력이 있을까 싶어서 목말랐던 것 같아요. 물론 잘생김도 무기가 되고 설득력을 줄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어요."
로운은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장시율의 내면 역시도 훌륭하게 구축했다. 로운은 사랑의 결핍이라는 키워드를 시작으로 자신이 구축해 낸 장시율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캐릭터가 결핍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장시율의 결핍은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왜 죽지 않았지'에 대한 생각도 해봤어요. 어쩌면 살고 싶었다는 메시지가 있던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시율이를 보면 이름을 불려서는 안 되고 돌아갈 집이 없는 인물이잖아요. 불리는 이름과 돌아갈 집은 인간의 소속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없는 시율이는 사회에서 동떨어진 인물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무껍질 같은 질감을 주고 싶었어요."
로운의 새로운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화답했다. 로운은 '로운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제일 좋았다며 주변 반응을 함께 전해왔다.
"로운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그 배역으로 보였다는 뜻이니까요. 엄마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엄마까지 설득시킨것 같더라고요. 아빠는 '탁류' 대본을 받았을 때 좋은 꿈을 꾸셨다며 좋아하셨어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을 낯간지러워서 못보겠다고 하는데 친구 중 한 명이 이번에는 안 쉬고 다봤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가 그렇게 말해줘서 더 좋았어요."

새로운 캐릭터뿐만 아니라 추창민 감독과의 촬영 역시 로운에게는 도전이었다. 섬세하고 꼼꼼한 추창민 감독의 특성상 같은 신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 로운은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테스트해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꼼꼼하고 세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과연 그 과정까지 즐길 수 있을까 스스로 테스트해 보기도 했어요. 그 순간도 즐길 수 있다면 연기를 즐길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니 그 순간이 재미있었고, 감독님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열어주셨어요."
'탁류'를 통해 연기라는 작업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 로운은 "100%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100%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하는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고, 딱히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기보다는 믿고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고 싶어요. 불안하고 초조할 때도 있는데 그런 시간조차도 현장에 나오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매력적인 직업이 없는 것 같아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도 좋고, 새롭게 캐릭터를 만나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는 것도 좋아요."
그만큼 '탁류'는 로운에게 다양한 의미를 남긴 작품으로 남게 됐다. 로운은 '기분 좋은 변곡점'이라는 표현을 쓰며 '탁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꼼꼼하고 조금 더 집중해 대화를 나누면서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확인한 작품이에요. 물론, 모든 현장이 그럴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결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이제까지 매순간 열심히 했는데 잘했다는 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예전에 팬분께서 '매일 매일 점만 찍고 앞으로 갔는데 뒤를 돌아보니 선이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에게 큰 위로처럼 다가 왔어요. '탁류'는 이제껏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기분좋은 변곡점이라고 생각해요."

'탁류'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모습이지만, 아쉽게도 로운의 연기 시계는 잠시 멈춰야한다. 오는 10월 27일 군에 입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초 7월 입대할 예정이었던 로운은 재검 판정을 받으며 입대가 밀렸다. 입대가 밀리면서 불가능 해보였던 '탁류'의 홍보일정에도 참여하게 된 로운은 입대를 앞두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자대 배치를 받았을 시기네요. 부모님과 여행도 다녀오고 친구들과 술도 한잔 마시면서 계획을 다 세웠는데 처음에는 계획이 틀어져서 서운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작품 홍보까지가 배우의 책임인데 '탁류' 홍보를 못 해 찜찜하기도 했었던 걸 없애주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마음의 준비는 마쳤고 몸 건강하게 다녀올 생각이에요."
자연스레 '탁류'는 로운의 20대 마지막 작품이 됐다. 로운은 치열하게 달려왔던 20대를 돌아보며 30대에는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특히 "진지하게 30대에는 너무 섹시해질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20대는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남과 저를 비교하며 제가 저를 힘들게 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러다 연기를 재미있다고 느낀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 불만이 가득했던 시간을 지나면서 지금은 저를 더 존중하고 있어요. 아직 저를 사랑하기까지는 못하지만, 조금 더 저를 위할 줄 아는 29살이 된 것 같아요. 다가오는 30대에는 늘어지거나 열의가 없는게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진지하게 너무 섹시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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