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은 아파도 너무 만족스러워서 또 적는 말 많은 해석 감상문..
스포 많음.
1. 제목 해석
뒷골목 ;
- 명사) 폭력이나 매춘 따위의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범죄 세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시. 원체가 건장한 체격에다 오륙 년 역전 뒷골목에서의 경험이 가르쳐 준 싸움의 요령 덕분이었다. - 이문열의 변경 중에서
- 명사) 큰길 뒤로 난 좁은 골목.
블루스 ;
음악에서 처음 블루스가 등장했을 때 분위기가 우울한 가사가 많아 슬프다라는 의미로 블루스가 되었다.
영어에서 blue는 파란색 외에도 우울하다는 뜻이 있다.
대중음악에서 끼치는 위상과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한국에서는 중장년층 이상 기성세대에게 부루스라는 국적 불명의 춤 때문에 퇴폐적인 장르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블루스의 영향력은 한국의 대중음악들에서도 간접적으로 나타나지만(임재범, 바비킴, 자우림 인터뷰 참고)한국에서 블루스 자체 장르로는 인기를 끈 적이 없다.
이처럼 블루스는 우리가 아는 매우 친숙한 장르이면서도 삼류와 비주류라는 인상이 담겨있다.
블루스하고 그렇게까지 상관은 없는데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삶에서 느껴지는 애환, 슬픔, 웃음 등을 그리는 작품일 경우 흔히 뒤에 '블루스'라는 제목을 붙이곤 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처럼)
▲[뒷골목 블루스]에서 블루스는 나나와 희락이 만난 수향동, 그리고 팔팔 나이트의 상징과 같다.
뒷골목은 말 그대로 폭력 조직에 몸을 담은 희락과
오지 않을 이들을 기다리는 나나의 어둡고 구저분한 삶과 같은 골목을 말한다.
2. 나나에게 익숙한 뒷골목
▲해태와 이은창에게 붙들려 정읍 노래방에서 지낼 때도 나나는 뒷골목으로 드나든다.
▲이은창이 도망가고 홀로 남은 나나가 희락에게 잡혀온 팔팔 나이트 뒷골목
▲금고를 들고 튄 이은창을 감싸는 나나를
희락이 겁준 곳도 뒷골목이다.
나나에게 뒷골목이란 익숙하면서 동시에 위험한 곳이었다.
이 곳에서 나나는 보호자 없이 물가에 둔 어린아이와 같아서 자꾸만 이은창이나 희락과 같은 보호자를 갈구한다.
▲나나가 희락과 마음을 확인하는 곳도 뒷골목이다.
무섭고 지긋지긋한 수향동도 희락과 함께라면 괜찮은 것처럼 나나에게 뒷골목도 희락의 존재와 함께 변해간다(단어를 가렸더니 심각한 범죄 장면 같지만 나나가 배신한 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3. 수향동
▲희락은 이 곳 수향동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칠성파의 일원이자, 팔팔 나이트의 사장이다.
수향동에선 희락이 조폭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1) 나나가 수향동을 싫어하는 이유
2) 나나에게 수향동의 의미, 밤과 어둠
▲이은창이 금고를 들고 도망친 뒤 나나는 수향동에서 제 몸 하나 지키기 힘들다.
희락을 믿을 수 없으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 그를 선택해야 하는 곳.
▲삼촌이 죽고 삼촌의 자리에 또다른 불행이 들어 앉았다.
돈만이 목적인 이은창과 함께 불행의 중심부인 수향동으로 이사한 나나.
아이러니하게도 삼촌의 끔찍한 폭력에 노출됐던 어린 나나는 성인이 되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불행의 끝자락(수향동 끝자락)에 있었다.
하지만 삼촌을 죽인 뒤 시신을 묻어버린 건, 돌이킬 수 없이 불행의 한가운데(수향동 중심부)로 직접 걸어간 나나의 모습을 뜻한다.
평소 가정폭력을 휘둘렀던 삼촌을 우발적으로 죽인 나나는 정당방위로 어느정도는 참작이 가능했을 것이다(수능이 얼마 안남은 시점이라 소년법이 적용될지 여부는 몰라도..)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 전인 2000년대 배경에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아 배운 것도 도와줄 어른도 없던 나나에게 이런걸 알려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몇 달만 버티면 고등학교 졸업인데 중졸이라 말하는 걸로 보아 학교에서도 나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출석일수 미달로 졸업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믿지 못하면서도 이은창과 희락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나의 오랜 외로움과 애정결핍, 공포의 온상인 수향동 때문이다.
▲나나의 인생은 잘못 들어온 구저분한 뒷골목과 같다. 바로 이 수향동처럼.
▲혼자 잠든 밤 악몽을 꾸고 골목으로 나와, 오지 않을 이은창을 기다리는 나나
밤에 일하는 이들에게 아침은 반갑다. 퇴근하니까.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풀 퇴근 시간만 기다리듯 나나도 고단한 삶에서 이만 달아나고 싶다.
오랜 악몽과 공포에서 해방시켜줄 아침은 희망이다.
그러나 나나에게 아침은 멀기만 하다.
▲나나에게 어둠은 늘 무섭다. 수향동은 밤이 긴 환락가다. 나나의 인생은 언제 아침이 올까.
▲나나의 밤은 유달리 길다. 진득한 공포와 외로움은 나나에게서 쉬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이런 수향동을 떠나지 못해도 희락과 함께하고 싶은 나나.
▲해태와 이은창의 협박으로 희락을 배신한 나나는 무섭고 지긋지긋한 수향동으로 희락과 함께 돌아가고 싶어한다. 희락과 함께라면 낯선 정읍의 노래방이나, 팔려갈지도 모르는 목포보다 수향동을 원하는 것.
나나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유일한 애정을 준 존재인 희락이
폭력이 어울리고 익숙한 조폭인 양면성을 가진 존재인 것처럼 수향동은 나나에게 김희락과 같은 존재다.
불안에 떨어도 나나는 희락과 함께하고 싶어 조폭을 그만두라 말할 수 없던 것처럼
나나가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동네 = 나나가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하는 연인, 조직폭력배 희락
지긋지긋하고 위험한 환락가 수향동이라도, 희락을 만난- 나나에게 잃고 싶지 않은 애정을 주게 한 수향동.
나나의 어둠을 밝히는 희락
4. 나나
여러 번 가출을 시도하느라 학교를 나가지도 않아서 배운 것 없는 중졸.
부모라는 디딤돌과 처마 없이 그저 무력하게 폭력에 휘둘리고 속절없이 외로움에 허덕이는 인물.
애정을 갈구하며 삼촌 주변을 맴돌아보지만 무관심과 폭력만이 돌아왔다.
삶은 한 번도 나나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부모의 죽음도, 삼촌의 폭력도, 이은창의 도주도, 희락과의 시작도.
그래서 나나에겐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이나 힘이 없다.
반복되는 좌절과 고통에 끄떡 없는 사람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주먹으로 때리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다. 삼촌의 죽음 이후에도 이은창의 가스라이팅과 삼촌을 묻은 기억은 맨몸으로 서 있는 나나를 수도 없이 치고 간다.
정이 많고 미련하지만 안쓰러울정도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능력있고 강단있는 인물이 아닌데도 어리석고 어수룩한 나나를 응원하게 된다.
동갑인 희락이가 나나보다 훨씬 오빠같은 모습으로 어르고 달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 희락을 만나기 전까지 나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나나의 ‘불행이 물꼬를 트는 소리’
▲보험금에만 관심을 보이는 삼촌의 무관심
▲무관심 후에 이어진 폭력
▲폭력 앞에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던 나나
이런 나나에게 이은창이 나타난다.
▲나나 나름대로 폭력과 부당함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반복되는 폭력은 나나를 더 무력하게 만들뿐이다.
▲삼촌의 죽음으로 나나는 자신의 비밀과 밑바닥인 모습을 은창과 공유했다.
나나는 여전히 외롭고 관심이 고픈 애정결핍인 아이일 뿐이다.
2) 나나가 폭력에 무력한 이유
앞서 말한대로 반복된 폭력 앞에 나나는 성인이 돼서도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칠성파에 붙잡힌 해태를 본 나나는 트라우마에 패닉을 일으킨다.
3) 삼촌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나에게 채워진 수갑이다
▲나나는 삼촌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했던 것처럼 해태에게 무력하게 휘둘린다.
삼촌의 죽음은 수갑이 되어 나나를 옭아맨다.
4) 아이처럼 엉엉 우는 나나
▲이은창이 나나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금고까지 털어서 도망간 사실을 알았을 때 나나
▲VIP손님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한 나나는 희락이 등장하고서야 마침내 엉엉 소리내어 운다.
▲이은창에게 맞은 멍자국을 감추는 것과 희락을 배신하게 될 나나가 우는 모습.
나나가 멍든 건 배 뿐만이 아니다.
나나는 유독 희락의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우는 장면이 많다.
몸만 컸지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나나.
부모의 죽음 이후 전혀 자라지 않은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 같아 안쓰럽다.
▲우는 나나를 보면 희락은 어쩔줄 몰라하며 아이를 어르듯 달랜다.
나나가 유독 희락의 앞에서 아이처럼 목놓아 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 나나가 울고, 희락도 울고, 나도 울었다..
5. 나나에게 희락이란
1) 나나가 원하는 삶
▲예나 지금이나 돈에 눈이 멀어서 나나의 보험금을 꿀꺽하고
상관없는 나나를 끌어들여 비디오를 훔치게 시키는 이은창
2) 희희낙락, 희락
▲희락이는 이름부터가 희희낙락이다.
나나가 그렇게나 원하던 평범한 삶, 희희낙락하며 꽃밭에 사는 삶.
3) 다치지 않는 무릎
▲희락은 제 앞에 무릎 꿇는 나나에게도 무릎이 바닥에 쓸릴까봐 걱정한다.
그런 희락이 붙여준 다정함이 이은창의 무지막지한 폭력에 쓸려 떨어져 나간다.
▲이은창이 나나를 무릎 꿇리는 모습
▲희락의 모습
▲그러나 나나 앞에서 선뜻 무릎 꿇는 희락
▲배신한 나나가 무릎 꿇었을 때 더이상 배려하지 않는 희락
▲나나를 용서한 희락은 주저않고 무릎 꿇는다
▲계속 꿇는다
▲나나가 금니에게 납치 됐을 때 난로로 기어가면서 무릎이 갈린다.
▲아이를 잃은 나나 앞에 죄책감으로 무릎 꿇는 희락
4) 기다리면 나나에게 반드시 달려와줄 유일한 존재
희락은 나나 인생의 유일한 다정함이다.
▲나나에게 만성적인 기다림과 익숙한 외로움.
▲나나는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다.
기다림 끝에 오지 않는 이들을 잘 알고 있다.
해태와 이은창에게 끌려가는 이 순간 나나가 제일 간절하게 기다리는 건 희락이다.
기다려도 오지않던 삼촌과 이은창과는 달리 희락은 나나에게 늘 달려와 주었다.
그러나 지금, 나나는 희락을 기다리지 못하고 삶의 어둠으로 또다시 이끌려간다.
▲나나가 기다리면 반드시 와줄 단 한 사람, 희락
5) 나나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케익, 평범
케익,
작고 소박하지만 동네 제과점 생크림 케익을 늘 꿈꾸기만 했던 나나의 삶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희락에게 세탁물 배달비 만원을 뜯어내면서도 자존심을 버려야할만큼 나나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나나에게 희락은 케익 같은 존재다.
멀리 있는 게 아닌데 가질 순 없어 유리문 너머로 구경만 해야했던 평범하고 달콤한 삶.
6.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과일 씬 모음
1) 석류 알갱이 손으로 먹여주자 희락의 손가락도 같이 빨아먹는 나나
2) 나나 먹으라고 딸기 꼭지 떼놓고 출근한 희락
3) 희락의 무릎에 앉아 귤 까먹는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