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극극극호작 만나서 영업하고 싶은데 진지충이라 슬픈 여성
재능이 없는데 고민한다고 뭐가 나오진 않더라
내가 할 줄 아는 건 울면서 존나 재밌다는 말 반복하는 것밖에 없어....

뇌에 힘 빡 주고 이 가슴 웅장해진 기분을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하면
원 앤 온리 상호 구원 서사가
조선 말엽부터의 한국사와 어우러지면
얼마나 지독하고 치열하고 처절해질 수 있는지
작정하고 보여주는 이야기
이 정도가 최선일 것 같음
5권이나 되는 걸 네 줄로 줄인 거면 내 딴엔 최선을 다한 거다 진짜
제목은 <그대 나 부르실 날에>임
작가 전작들의 기저에 깔려 있었던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는 그대 나날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남
이 작가님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트리 경이나 감금 공녀까지 세계관을 슬쩍슬쩍 다 연결하고 있음
이런 거 좋아하는 나같은 오탁후는 눈에 불 켜고 연관성부터 찾아보는거 알지ㅋㅋㅋ
죽음을 목전에 두고 발버둥 치는 여주
여주를 보좌 아닌 보좌하며 마음 졸이는 남주 구조
이런 공통의 구조를 취하면서 죽을 사람과 남는 사람의 삐거덕대는 긴장을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음
이 때문인지 그대 나 부르실 날에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는 계속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둥둥 떠다님
소유와 생을 욕망하는 에로스,
해체와 죽음을 지향하는 타나토스
프로이트는 대체 얼마나 더 현대인을 괴롭힐 것인가 짜증스러운 한편으로ㅅㅂ
그대나날의 남주여주가 작가님의 전작들보다 더 노골적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겠거니 함
삶을 혐오하면서 죽도록 살아남아 사랑하는 남윤
끝없이 죽음을 반복하며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그대로 당당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하는 최영목
모든 이야기가 이런 두 사람의 사랑에서 시작되고.. 둘의 심리와 상황이 끊임없이 대비됨
한쪽이 빛, 다른 한쪽이 그림자로 딱 나뉘는 게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넘치는 부분은 받아 안는 관계라는 게 진짜 취향👍
윤은 호패 없는 부잣집 도련님,
영목은 호패 있는 남장여자 호위무사
차분한 윤은 영목의 일에만 감정을 보이고,
매사 느슨한 영목은 윤의 일에만 진지해짐
윤에게 영목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등 뒤로 숨을 수 있는 사람,
영목에게 윤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귀히 여겨주는 사람
이러면서 서로 잘 지내는 듯하다가 정말 사소한 일이 쌓이고 쌓여서 큰 비극으로 몰아닥치게 되는데 여기까지의 과정도 쫀쫀하게 좋더라

권력 없이 부만 쥔 윤의 가문이 권력 쥔 가문에게 짓밟히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영목은 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죽고 또 죽기를 거듭하는 영목과
살고 또 살아서 영목의 죽음을 지켜보며 다시 돌아올 영목을 기다리는 윤의 삶이 진짜.. 처절함
둘의 사랑은 어김없이 죽음과 맞닿아 있는데
당사자와 주변인의 욕망과 결핍이 그 삶과 죽음의 공백을 빼곡하게 메워가
메운다는 말보다는 톱니바퀴처럼 딱 맞춰 돌아가는 이야기에 욕망과 결핍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표현하는 게 보다 적절한 것 같기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 전반의 갈등이자 넘어야 할 산은 유교 사회의 계급과 성별
이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태어난 그대로, 있는 그대로 살게 두지 않는 세상 그 자체가 둘의 난관이 됨
공동의 적을 <<세상>>으로 설정하고 있단 얘기인데....
두 주인공은 나름대로 평범한 축에 드는 인간이기에 주연들이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인들의 협력과 조언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좋았어
조연이 단순히 도구로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연 나름대로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
서산 대신과 호우준, 비형랑과 색시, 문세경과 나찬우, 불란서 의사 선생과 진서묵, 산군과 이무기, 굶주린 인간과 신
각자의 은원 모두가 켜켜이 쌓이고 얽혀 문자 그대로의 인과를 만들어냄
직조라는 표현 그대로 꽈아아악 짜여서 그때 슬쩍 지나간 그걸 여기서 이렇게 써먹냐ㄷㄷㄷ싶은 떡밥 뿌리기&떡밥 회수하기 대잔치
방심하는 사이에 헐 소리 나게 허 찔리는 기분으로 쫄깃하게 볼 수 있었음
뭐 모르고 보던 첫눈때는 당하는 기분으로 작가에게 머리채 잡혀서 끌려갔다가 알고 보는 재독 때 무릎 탁자 치며 보게 되는 그런 거 있잖아
나는 분조위는 작가가 내 머리채 잡고 퍼먹이는 이런▼ 기분으로 봤는데

그림자 어스름~그대 나날은 이런▼ 기분으로 봄

나라 망해가는 조선 말기, 나라 잃은 일제강점기, 왜놈보다 더한 군부정권시기 등이 배경이라 상황적으로는 꿈도 희망도 없는데 훌쩍거리면서도 책장은 술술 넘어갔음
메인 디시는 영목과 윤의 사랑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다른 인생들도 저마다의 서사가 있고, 그 모두의 삶이 큰 사건에 죄다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ㅜㅜ
스포 없이 감상문 쓰기도 간단하게 줄이기도 너무 힘들다
기분 진짜 좋다, 허벌 눈물샘이라 울라는 데서 울었더니 두통 개오진다 이딴 말밖에 안 나오는 내 비루한 표현력이 빡침

이런 구성 덕에 남윤의 인생에 반영되는 연수산의 역사는 분조위 6, 어스름 4, 그대 나날 5로 각각 독립된 장편인 동시에 15권짜리 대서사시이기도 함
각 작품이 초반 세계관 빌딩만 넘기면 막권까지 훌훌 넘어가고 마지막 장 덮으면 이게 한 달간 벌어진 일이라고? 싶어지는 밀도인데, 이런 이야기 구조와 밀도는 세계관 전체에도 적용됨
아무래도 서사가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걸쳐 있으니까ㅋㅋㅋㅋ
권수만 보면 보기도 전에 기빨리지만 막상 책장 넘기다 보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짐
더 조라 외전 조라 맡겨놨다 하여튼 그렇다✊🙏

최근 진짜 인상 깊게 본 동양풍 두 작품 있는데 두 개가 전부 표지가 안티, 표지가 장벽, 표지가 오점인 수준이라 슬프고요
표지 가리기 되는 리디에서 살 걸 그랬다고 후회했을 정도로 표지 일러 극불호지만 공식이 다 떠먹여주면서 표지 굿즈가 등장했으므로 일러는 흐린 눈 하기로 했어 확신의 얼빠라 일러 정말 중요하지만 이번엔 내가 짐 씌앙
두서 없이 말만 길어졌는데 기분 좋은 독서였다는 감상문임
사기 전에 종이책 가지고 싶다던 후기 봤었는데 이제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알 것 같아
따끈한 커피 옆에 두고 책장 넘기면서 읽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이 진짜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얼마나 지독하게 몸부림쳐야 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과연 좋은 세상인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계속 생각해 보게 됨
아 그리고 그림자 어스름도 분조위도 모든 사건의 베이스는 사랑이었지만 분조위 진서묵의 감정선은 그대나날을 봐야 무릎탁탁 이마빡빡으로 이해된다고 봄
스포 아닌 스포 하자면.. 진서묵의 연애 고자 짓은 그대 나날에서 남혁윤이 건 저주 때문이더라ㅋㅋㅋㅋ
이렇게 예민하고 치밀하고 뒤끝있는데 여주한테 헌신하는 남주와
남주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삶도 소중한 여주가 구르고 구르고 구르고 구르는 짠내, 좋지 않니
중간 과정만 보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게 믿겨지지 않지만 그게 된다 얘들아 ㄴㅇㄱ

마지막 문장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와씨 써놓고보니 드럽게 기네 주절주절 미안😞
#동양풍 #남장여자 #찌통 #역사물 #미인남주 #몸쓰는여주 #성장서사 #결국은_해피엔딩
이런 키워드 좋아하면 그대나날 후회없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