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캔자스 다 봤음. 두번째 외전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나를 매우 행복하게 해줬기에 만족함. 줄리엣이 학창생활을 열심히 해서 마음에 들었음. 난 자기 생활이 있는 여주가 좋아.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무섭게 해서 미성년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실감이 나서 좋았음.
줄리엣이라는 이름은 그냥 우스갯소리용 설정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점차 셰익스피어 소설 속 상징들이 현대버전으로 묻어나오기 시작해서 무척 신이 났음. 작가가 21세기판으로 변용하려 하는구나. 사촌 티볼트도 등장하고 집안간 싸우는 긴장관계도 만들어주니 멋진 변주가 나오길 기대했음.
시어볼드는 줄리엣을 도와주는 조력자 포지션이고 가문간 싸움이 현대를 사는 여자애에게 스트레스 주려면 엄마아빠의 부부싸움과 소송이 엮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납득했음. 그렇게 나는 착각 속에서 주식을 실패했음.
물론 내가 밀었던 남주는 로미오였지만 제일 끌렸던 남주는 그레이였음. 미국사 캔자스 조 조장으로 휘어잡는 것도 멋지고 파티장에서 미친 애들 교통정리하는 것도 좋았음. 세 남자 중에서 가장 정신이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놀이공원이 너무 설렜다.
나는 줄리엣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음. 남동생이 아파서 인생이 거기에 끌려다니는 모습도 좋고 엄마 아빠가 이혼할까봐 잔뜩 긴장해서 의기소침하게 다니는 모습도 좋았음. 막판까지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 "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할거야" 라고 쭈구리가 되는 모습도 좋았음.
두번째 외전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 그래서 였던 거 같음. 연애 놀음만 있고 인생이 안 보였음. 줄리엣이 어느 전공에 들어갔는지도 끝까지 안 나오고. 아니면 내가 남친이를 그저 친구로 보아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줄리엣 캔자스 덕분에 매일매일 퇴근 시간이 신이 났다. 행복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