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20대 초 어린 친구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남자주인공이 조금이라도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이면 남주가 왜 그렇게 행동하지? 하면서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비판해 (나도 막 몇백명의 다수를 만난 건 아니기 때문에 편향된 입장을 들은 걸 수는 있어) 나도 무심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장면들, 여주가 거부하는 반응을 보인다거나 남주가 가볍게라도 집착하는 장면들에 대해서 지적해서 스스로 반성할 때도 있었어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는 카카페 댓글 보면 타 플랫폼들보다 강압적인 남주에 더 비판적임. 지금 ㄱㄱ판타지의 소비자가 다 나이가 많다는 건 아니고, 나이대가 어릴수록 강압적인 남주, 수동적인 여주 조합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했어. 그걸 플랫폼들이 인지하고 앞으로 독자층이 될 세대까지 타겟삼는다면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의 주 소비층한테만 어필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더더욱 강압적인 내용, ㄱㄱ을 다루는 내용들이 15세로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유해하다고 느꼈어. 오히려 본인들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이 먼저 아니야 이건 로맨스야 하고 보여주는 꼴이 되는 거니까.
약간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중고등학생 때는 여성 주연 액션물이 없었거든. 여성 주연 영화 자체가 얼마 없었어. 그래서 난 "멋진 캐릭터는 남자"라는 생각이 박혀서인지, 남성이라는 성별 자체가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었거든. 그런데 어른이 되고보니 아니더라고. 그냥 제작자들이 여성 이야기를 안 다루어준 것 뿐이었음. 그게 내가 학습한 '남성에 대한 판타지'였던 거지. 이제는 여성 서사도 많이 나오고 그런 판타지는 더이상 여자 아이들한테 생기지 않을 거야. 아마도 내가 어릴 때보다는.
그런 면에서 ㄱㄱ 판타지도 비슷하다고 봐. ㄱㄱ 판타지를 다루는 작품이 줄어들면, 강압적인 로맨스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아지고 자연스럽게 ㄱㄱ 판타지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함. ㄱㄱ의 소재 자체가 사라져야한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야. "판타지"로서 아이들에게 노출되지 않아야한다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