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동물임. 여자애가 다른 세계로 빠져서 연애도 하고 영웅도 됨. 지겨운 회빙환 유행만 타다가 모처럼 차원이동물을 읽으니 새삼스러운 재미가 있었음.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남주의 엄마 서사임. 이 여자는 열살도 안되어서 성폭행인지를 당해서 머리가 다섯살 짜리임. 그러다가 왕자 형제를 각각 만나서 각각의 애를 낳음.
여기서 내가 남주 숙부에게 의문이 들었던 게 있음. 자기가 낳은 애(보로미르)는 사랑 속에서 태어난 아이이고 히미르 태자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태어난 아이라고 함. 이말이 너무 이상했음.
왜냐하면 에일린은 고다드 왕(남주 아빠)에게 강간을 당한 거라고 하기에는 애매함. 네베드가 둘의 잠자리 현장을 목격했을 때도 반응이 태평했음. 게다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보인 반응은 기쁨이었음.
네베드 왕이나 고다드 왕이나 그냥 백치 같은 여자애한테 반해서 앞뒤 안 보고 덮친 건 똑같은데 무엇을 근거로 자기는 참 사랑이고 형의 사랑은 거짓 사랑이고 에일린이 자기랑 서로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혹자는 유부남이 처녀 건드린 점에 거부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시대배경 상 그쪽은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음. 하지만 근거 없는 확신은 받아들일 수 없음.
설정 상으로 의아했던 부분은 보로미르가 굳이 초대왕의 환생이어야 했는가 하는 점임. 굳이 환생이 아니더라도 보로미르 자체로 인간미 있는 인물이고 싸움도 잘하는데 환생 패치까지 붙일 이유가 있었을지?
오히려 설정 과다 부착으로 인하여 오버하는 느낌이 들었음. 환생이 맞다면 초대왕의 수호수도 보로미르가 가져가야지 그건 또 안 가져 갔음.
초대왕의 영혼이 두 개로 쪼개진 것인지? 수호수와 금발 외모는 히미르가 가져가고 몸 속 인격은 보로미르가 가져간 듯한 느낌이 들었음.
좋았던 인간관계로는 모리안 공주 남매를 들고 싶음. 모리안은 자기가 남동생보다 능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하며 성별 때문에 남자가 왕위를 잇고 여자인 자신은 볼모로 잡혀간다고 피해의식을 드러내고 있음.
그런데 무척 재미있게도 모리안이 하는 짓이라고는 마법으로 자기 미모를 북돋아주거나 세계를 지배하는 것에 관심이 쏠려있음. 그러다가 후반에 남동생이 큰일을 하나 해내는데 옆 나라 왕을 꼬셔서(외교능력) 숙주로 삼아서 마수 대왕격을 불러들임(마술능력)
누나 말만 믿고 있다가 남동생의 뛰어난 능력을 목격하고는 역시 사람 말은 양쪽 다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음.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듦
모리안 공주의 결말도 현실감 있어서 좋았는데 대혼란 속에서 어느 귀족에게 잡혀서 성 안에서 성 노리개로 삼아져서 자존심이 금이 가서 미쳐버리고 아이까지 출산했는데 누구 아이인지도 모르고 그 애는 가출하는 바람에 외부로 사정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경위가 좋았음.
이런 이야기가 독자의 복수심을 위해 그려지는 게 아니라 그저 건조하게 사건이 묘사되는 것도 좋았음.
외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리안 왕자가 지구로 갔을 때 어린 아이를 이용해서 앵벌이 시키거나 애기 때리면서 어린 애는 부러져도 금방 낫는다는 대사가 나오는 걸 보고 시대고증 대단하다고 생각했음.
보로미르가 여자 바꿔가며 허구헌 날 잠자리하던 시절에 귀족적 감성으로 지유를 데려다 몸을 뎁힐 생각 하는 것도 귀족 남자 답다는 생각이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