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훼이크이긴 하지만(왕자 성격 저런 거 아님) 잔잔한 농지물의 느낌을 잘 묘사해주는 제목인 것 같기도 해.
장점
언뜻 평화로워보이는 시골 같지만 3년 전 끝난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묘사가 좋은 편이야. 여주 안나의 아빠 한스는 전쟁 중도 아니고 전쟁 후 조사관들에게 시달리다가 사망한 한 것처럼 전쟁 부조리 묘사가 꽤 괜찮아.
실종 아들 찾아 땅 파는 노파나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남의 지역에서 정착해 살게 되는 패잔병 출신인 딘, 안톤 같은 사람들도 있어. 안나가 운영하는 마을 농장에 빌붙어서 어떤 이는 은혜를 원수로 갚기도 하고 어떤 이는 도움을 주기도 해.
이런 시골 마을에 왕자가 신분을 감춘 채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여주 안나는 베르트람을 패잔병 다루듯이 하고 왕자 또한 전쟁 ptsd 때문에 고생하면서 재활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야. (감정 상실 마법에 걸림)
왕자를 찾느라고 정부에서도 촌구석에 불과했던 마을에 고위급을 파견하고 어떤 이는 자기 욕심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점차 3년 전 전쟁 중에 있었던 이 마을에서 발생한 어떤 미스터리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돼.
남주 베르트람은 9년 전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이야. 전쟁 후 재활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마을의 전쟁 후유증의 원인이 밝혀지고 치유되어가는 모습과 교차편집되면서 마을의 상처회복이 곧 왕자의 상처회복처럼 감동을 연쇄작용시키는 데가 있어.
왕자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목각 인형처럼 심심하고 얌전한 모습인데 그렇다고 거짓말을 못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신분을 감추는 식으로 우여곡절이 발생해. 이 작품의 탁월한 지점은 남주가 감정이 꽉 막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주에게 사랑이 생겨서 키스 같은 신체 애정 행위를 통하여 점차 마법이 타격을 받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월등한 두근두근 키스 묘사에 있어. 맨날 자극적 고수위물만 보다가 키스만으로 심장 때려주는 작품은 오랜만이었다.
단점
마을의 전쟁 후유증과 수면 아래 사건을 파헤치는 부분 그리고 왕자의 로맨스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여주가 수도에 입성해서 왕이랑 귀족 만나는 부분은 재미가 없었어. 마을에 왕자랑 정착해 사는 부분도 지루했어.
여주 성격이 차기 촌장이라고 할 만큼 오지랖이 넓어서 패잔병들 끌어안고 사는 모습은 미스터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요소로서 의미가 있었어. 추리물을 위해서는 내 마을은 내가 챙긴다 같은 성격이 답을 찾아내니까.
하지만 수도로 무대배경이 바뀌면서 평민에 불과한 자가 높은 분들 말씀하시는 데 끼어들어서 자기 주장을 자꾸 하는 게 저러다가 칼 맞으면 어떡하냐 자꾸 불편하게 만들어. 그렇다고 딱히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천둥벌거숭이 같은 모습이 있어.
잔잔물이기 때문에 물론 어느정도 타협 선에서 실제 일어났을 법한 잔인한 일은 벌어지지 않고 얌전하고 평화롭게 매듭지어지는 편이야.
난 아래 게시물을 읽은 상태에서 작품을 시작했기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아
의외로 죽은 군인들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것들
https://m.clien.net/service/board/park/18488628
요약
미스터리 부분은 재미있고 여주 활극은 재미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