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점은 여주가 옛날 사랑에서 망쳤던 미성숙한 행동을 자기반성을 통해 다음 사랑에서는 답습하지 않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상 깊었어.
일반적으로 로판에서 여주가 사랑하는 남주는 한 명이기 때문에 애샛기였던 여주가 첫번째 남자에게서 좌충우돌하다가 두번째 세번째 연애에서는 좀 더 나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오기 어렵다고 보는데
이 작품의 설정(남주의 기억상실 및 별개의 자아 형성)을 통하여 이 지점이 뚜렸하게 부각되는 모습이 아주 흥미로웠어. 드물게 나오는 스토리라인에다 작가의 필력까지 더해서 현실감까지 느껴졌어.
여주의 10대시절을 애샛기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회계 같은 회사 일에는 잘하지만 자기를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남주에게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을 모르겠다는 미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어서 남주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게 만들어.
하지만 세월은 9년이나 흘러버리고 새롭게 나타난 기억상실 남주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 남자는 귀족적이며 사람 위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옛날에 자기에게 비굴했던 소년과 아주 다른 사람이었지.
그외에도 여주가 상단 주인을 할 정도로 행동력이 아주 큰 사람이고 자기 생명을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 일반적인 여주들과 달리 리스크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거침없이 해. 그때마다 사달 날까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이 쫄깃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어.
회빙환의 머리 좋은 주인공들이 과감한 결단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인이 큰 모험을 벌이니까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라도 하면 차라리 사형당하는게 편할 텐데라고 고문이라도 당하면 어떡할라고 라고 걱정하게 되는 긴장감이 있어.
아무튼 제일 좋았던 부분은 애샛기가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고 마지막에 가서는 여전히 행동거지가 애들 같을지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경험이 농후한 세련된 어른임에 분명한 모습을 보이는 여주의 모습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