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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르웬의 세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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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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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중도 하차했어

2권짜리기도 하고 궁금한 내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계속 볼까 싶기도 했는데 이미 1권 1/4쯤 본 시점부터 같은 이유로 버티고 버티던 거라 인내심이 닳아서 다 보지는 못했어

우선 세계관 자체는 흥미로웠어

현대의 지구와 판타지 세계가 공존하고 있고, 두 세계가 나름 현실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재밌었고

근데 세계관이 아무리 흥미로워도 세계는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장치이자 배경이잖아

중요한 건 인물, 사건,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서술하느냐인데 이 요소들이 꾸준히 이어지는 게 아니라 뚝뚝 끊겨

인물을 놓고 보면 성격이 그렇고, 사건을 놓고 보면 사건의 개요가 그래

여주는 첫눈에 반했다고는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남주한테 천년의 사랑을 느껴서는 남주의 소울메이트인 뮬이 자기가 아니라는 거에 비통함을 느끼고 있고, 남주는 여주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그것도 직접적으로 서술된 건 아니고- 이중인격마냥 여주한테 냉정하게 굴었다가 잘 때 몰래 키스했다가 난리도 아니야

하차하기 전까지 읽은 장면들을 종합해봤을 때 남주가 모종의 이유로 여주의 기억에 손을 댔든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든 해서 현재 여주는 기억을 못하지만 둘이 어릴 때 만난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읽는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그 추측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과한 감정이라고 여겨졌어

사건들도 마치 생각나는 혹은 있어야 할 것 같은 장면들을 그때그때 써내려간 것처럼 연결이 뚝뚝 끊겨

직전에 미로에서-길은 안다는 설정이야- 남주랑 갈등빚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몇 시간 후에 같은 장소에서 헤매고 다치는 장면이 나와

갈등이 있었으니 직접 나타나지는 않고 조력자 통해서 남주가 여주 도와주기는 하는데 어쨌든 여주는 모르니까 갈등을 해소하는 장면도 아니라 집중해서 빠져들 사건은 아니다보니 그래서 미로는 갑자기 왜 그랬지? 뜬금없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불과 방금 헤매놓고, 그게 아니라도 혼자 돌아다니다 직접적으로 살해 위기를 겪은 적도 있는데 USB 잃어버렸다고 그 늦은 시간에 다시 나와서 뽈뽈거리는 것도 야무지고 똑부러진다는 여주 성격이랑 충돌해서 납득이 안 되고

아무런 능력도 없어서 번번히 피범벅 돼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남주한테 구명받았으면서 순순히 안 당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건 호기가 아니라 만용같이 느껴졌어

전체를 두고 봤을 때 그래서 이 사건이 벌어진 이유, 당위가 부족하고 얘는 왜 이러고, 쟤는 왜 저래 하는 의문이 드는 애들이 계속 튀어나와

여기에 평면적인 빌런 안 좋아하는 내 취향까지 겹치면 끝까지 보고도 찝찝함이 남을 것 같아서 나는 하차했어

약간 여주한테 남자들 잘 꼬이지만 정작 여주는 관심없고 나도 내가 인기있는 이유를 모르겠네 하는 할리퀸 감성도 좀 안 맞았고

세밀하게 잘 짜여지거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 좋아하면 안 맞을 건데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 넘길 수 있고 요정이나 정령 나오는 거 좋아하면 맠다 때 종종 보이니까 찍먹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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