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는 리뷰. 읽기 전에 봐도 무방
이건 자료조사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니라 그냥 찐인데 ㅋㅋㅋ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쓰셨다는 게 느껴짐.
우선 스토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키워드만 봐도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슈뢰딩거의고양이 불교철학 화엄사상 시간여행 등등..
시작은 남주가 살해 당한 첫사랑 여주를 되살리려고 과거를 바꾸려는 거임.
보통 타임슬립하면 아예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사건을 바꿔버리잖음?
근데 이건 꿈속에서 뇌파를 매개로 현재의 내 영혼이 과거의 내 영혼을 제어한다 생각하면 될듯
몸 자체는 현실에 있는데 과거를 바꿔버리니 현재의 '나'도 달라지는 거임
이걸 불나방처럼 반복했는데 결과가 안바뀌어...
여주가 계속 죽어... 남주 인생까지 진창을 구름...
혼자 몸갈아도 될까 말까 개같이 힘든데 남주를 방해하는 범인까지 있음 ㅠㅠ
여기서 재밌는 게 여주가 화엄사상 그 잡채고 남주는 거기에 저항하는 인물로 보여짐
화엄사상의 뿌리는 연기설에 있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인연이 되어 사라지고 생겨나는 순환을 반복한다는 거임
어떤 것도 독립적인 하나로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
그런데 남주는 여주를 단 하나로 기억하고, 그로써 존재하길 바라기 때문에 매직 스피어를 통해 시간을 되돌려서 여주를 살리고 싶어함
여주가 원하는 것은 우주에 빛으로써 흩어져 남주의 곁에 존재하는 건데,
남주는 자신이 기억하는 단 하나의 육신 속 여주를 원해서 화엄사상에 대립됨
자성을 고수하지 않고 연을 따라 이동한다는 진성수연도 이 맥락
한마디로 남주의 행동은 맹목적인 순애로써의 사랑으로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집착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거
그치만 여주도 절절해서 둘다 개슬픔
제목의 매직 스피어 역시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의 이론에 기반함
어떤 물체가 천체를 향해 접근하다가 어떤 한계선을 지나면 마음이 바뀌어도 되돌아올 수 없는 경계를 말하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아는 블랙홀과 관련된 얘기임
상대성이론에서 사건의 지평선과 같은 이야기기도 한데 쉽게 설명하면
블랙홀로 이걸 설명했을 때
만약 내가 블랙홀에 걸려서 빠져들어가면
저 사건의 지평선까진 빛의 속도를 따라 탈출이 가능한데,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게 되면 시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방법을 써도 절대 탈출하지 못한다는 얘기임
남주가 여주를 매직 스피어로 칭하는 건 최고의 사랑 고백이기도 한 거지
이 기계가 사랑의 깊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작중에서 현대인의 욕망 미련 그로 인해 희생되는 다른 존재들을 비추기도 해서 입체적임
보통 생각하는 로설이랑은 거리가 있을 것 같지만 일반문학 읽듯이 보면 스토리 정말 짜임새있고 극을 이루는 모든 것이 사랑에 기반해서 흥미로움
프롤로그가 장벽임
초반에 세계관 풀어주듯이 설명 때려박는 프롤로그만 지나면 스토리 흡입력 미쳤고... 남주 여주 개찐사 ㅠㅠ 애틋해 미침 ㅠ
영화 인터스텔라/인셉션/시간을 달리는 소녀 느낌 좋아하면 도전 ㅊㅊ
아니 작가님 진짜 똑똑하신듯.. 내가 아는 게 부족해서 작가의 의도를 더 못읽어냈다 생각하니 많이 아깝다
암튼 신기한 경험이라 글 남기고감ㅋㅋㅋ
이섭의연애 여주가 이과 컨셉이었는데 그냥 문과남주랑 반대성향 강조용으로 귀엽게 묘사됐다 생각했거든
근데 이걸 보고 아 ㅁㅊ 이과바이브 찐이었구나...를 느꼈음ㅋㅋㅋㅋㅋㅋㅋ
시간 여행을 활용한 뛰어난 작품들은 많지만 이건 오직 이 작가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일듯
어렵지만 흥미롭게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