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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울빌 후기 (스포,긴글,불호주의)
29,211 22
2021.03.16 01:16
29,211 22
울어봐 빌어도 좋고 후기

울빌을 불호와 신기함
그 어딘가 중간쯤으로 감상한 후기

내가 울빌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를 정리하면

범죄, 가스라이팅 당한 여주가
스톡홀롬 증후군에 걸려서
결국 새장 속 카나리아가 되는 이야기

처음엔 경악하면서 이게 로맨스 소설이 맞나 싶었어 ㅋㅋㅋ

남주 하는 짓이 완전 싸이코패스 ㅋㅋㅋ
새 죽이면서 무덤 만드는 거
나무에서 떨어진 여주 강제로 키스하고 가슴 만지는 장면부터
니가 울어야 좋다(?)면서 울어봐라 빌어봐라..
잉크병 일부러 쏟아서 망친다음 옷 새로 사주고;
보고싶다고 데려와라 해서 먹이고 재우고 인형취급 등등

소설 거의 3/4 가량까지
<강압적 감정표현-니가 싫어- 난 그런게 재밌어>
이런 부분만 있길래 도대체 어떻게 끝나나? 싶어서 끝까지 봤어

사랑한다면서 사람 마음을 그렇게 난도질 해놓고
거기다 약점 빌미로 강제 성매수까지ㅠ ㅋㅋㅋ
레일라는 고아, 사회적하층민이라는걸 자기도 자각하고 있는데 거기에 기름을 부어서 사람 마음을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해야하나?

내가 주인이고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내 뜻대로 될 수 밖에 없는 내 소유다 라는걸 깨닫게 하는 과정들(카일사건, 빌아저씨 사건)을
나는 카나리아 날개 자르는 거랑 동일시 했음


그렇게 폭력적으로 굴다가 한번씩 잘해주니까
여주는 거기에 빠져서 공작에게 이런 면이..?
이거 완전 가정폭력 하는 남자들이 여자 때리고 그 다음날 꽃다발 주면서 잘못했다고 하는거랑 뭐가 다른가 싶더라고ㅋㅋㅋ

여주가 남주 좋아하게 된 것도..
사실 끝까지 읽으면서 여주가 임신을 안했다면 절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음
벨 아저씨도 죽고 없지, 천생 고아에 오갈곳도 없지 전쟁나서 죽게 생겼지... 임신했지... 의지할 곳이라곤 남주밖에 없잖아

거기다 전쟁통에서도 찾아내서 납치하고
그 군인들 다 있는데서도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여주 모른 척하고 방에 감금... 자물쇠 잠궈서 창문으로 뛰어내리지 않으면 못 나가게 만듦


난 여주가 그 폭력과 강압에 절여져서 희망을 포기하고
‘나한텐 이 사람이 사랑이구나, 마지막 빛이구나’ 이런 식으로 세뇌되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나서 여주 죽을거 같으니까 그제서야 풀어주는데 그럼 뭐하나요 ㅋㅋㅋ 그것도 여주한테 미안해서 그런거 아니고 자기가 여자 죽일까봐


학교에서 그런거 배우잖아
벼룩이 원래 1m 높이를 뛸 수 있는데
10cm 높이 유리병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면 유리병 없어도 10cm까지만 뛰는거

딱 그런게 느껴졌거든?
여주는 이제 자유를 찾아가라고 해도 아무곳도 못가
그냥 남주한테 세뇌됨
이게 스톡홀롬 증후군인가 그거 아니야? ㅋㅋㅋ

날개도 잘렸지 ㅠ 먹이도 어디서 찾아야 할 지 모르는 카나리아한테 숲으로 떠나라고 해도 자발적으로 새장으로 들어가는 거 같다 해야하나

나중에 여주가 자기도 사랑인데 그걸 몰랐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난 그거 세뇌되어서 합리화 하는걸로 느껴졌거든 ㅠ
어릴때야 귀족에다가 잘생기고 능력좋은 공작 보면 두근거리고 좀 두렵기도 하고 멋있어보이고 그렇지 당연히
근데 그 다음 엄청난 모든일을 다 겪고도 그 사람이 무서워서 도망까지 쳤는데 그게 사랑? .. 맞나 싶네 ㅋㅋㅋㅋㅋ


이걸 엄청난 필체로
진짜 세심하고 아름답게 잘 쓰셨더라
보면서 감정선을 이렇게 촘촘하게 쓸 수가 있구나 싶었어
모든 장면이 반짝반짝하고 몽환적으로 이어지는 느낌
영화처럼 장면이 주루루룩 머리에 펼쳐져
대박이야 ㅋㅋㅋ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구나 싶었어
마지막이랑 외전까지 보면 이 둘이 정말 찐 사랑 하고 있는 거 같고 예쁘고 아름답고 절절한거 같아보임

근데 지울 수 없는 찝찝함...?
이 소설을 다 읽고 긴 여운이 남았는데 좋은 여운이 아니라서
내가 왜 이렇게 소설 하나를 읽고 기분이 안 좋을까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결론이 이거야 ㅋㅋㅋ

여튼 정말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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