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워낙 좋고 마침 주말 상품권으로 지를게 있어서 사자마자 읽게됨.
워낙 장편을 선호하고 단권짜리도 짧다고 느껴서 기대가 없었음. 가격과 글자수는 비례하고 1500원이니까 전개가 빠르겠군 하고 시작함.
시작하자 마자 도입부가 여주가 침대에 혼자 남겨진 아침, 탁자위에 마치 화대처럼 남겨진 돈. 언제나 똑같은 상황.
어제는 여주 생일이었고 남주가 좀 무뚝뚝해도 챙겨줘서 너무 기쁜여주는 관계후 오늘같은 날은 같이 있어달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왜?"
파트너 사인가? 했더니 웬걸 약혼만 10년째임ㅋ 벌써부터 손끝에서 느껴지는 캡사이신x10배의 향기 킁카킁카 JMT
둘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정계재벌 결합 뭐 그런거로 정략결혼하기로 했음.
하지만 여주는 학생때부터 남주를 좋아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 정도로 남주를 무척 좋아했고, 이 결혼이 좋아서 최선을 다했음.
남주는 자신을 적당한 상대라고 생각하며 여자관계도 깨끗하고 적당히 할거 하는걸로 봐선 자기가 잘하면 잘살수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10년을 버텼음.
하지만 10년째의 어제. 자신의 생일에.
모든게 부질없어졌다고 느꼈음.
말 그대로 '더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내일'이 된 오늘, 양가 모임에서 파혼 선언을 함.
"결혼하지 않겠어요."
이게 무려 5p만에 일어난 일임ㅋㅋㅋ
한글자, 한글자가 버릴게 없이 몽땅 이야기를 위해 쓰였고 정말 알찬 내용만 있어서 흡사 시험 전에 핵심요약기출모음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음.
내용이 독특하다거나 설정이 특이하다거나 신선한건 아님. 딱 클리셰지만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그 클리셰임.
흔히 TV볼때 리모콘으로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드라마 보고 아 또 출생의 비밀이네 뭐네 재벌 정략결혼 어쩌구 하면서도 딱 "결혼하지 않겠어요."하는 장면을 보고 채널고정하는 그 느낌.
전개는 여주의 파혼과 마음정리, 남주가 자기식대로 붙잡으려논 노력 쪼끔 그리고 남주시점이 이어짐. 전개 순서 보면 알겠지만 남주시점 존맛임ㅋ
첨엔 여주 불쌍해... 이러다가도 남주시점 보니까 입원치료 해야하는거 아니냐 싶었음;;; 살아있는게 용함 암튼.
10년넘게 홀로 짝사랑하는 여주 + 무심냉정 나쁜남자 조합은 언제든지 맛있지만 후회남이 아니라 더 좋았음.
후회를 하긴 하는데, 입덕부정기로 못해준 후회가 아니라 다른 후회였음.
간만에 진짜 알찼다.
이게 1500원이어도 되는건가 외전 1500원짜리 하나 더써주시면 갓벽한 두권이 될거같은 느낌이드는데 제발 외전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발췌.
지난 10년간 여주는 네, 아뇨, 오빠가 좋으면 저도 좋아요 같은 말대꾸 없는 착한 화초 같았음.
하지만 그게 원래 여주의 성격은 아님ㅋ 눈치보면서 쭈구릴거 다 쭈구리면서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음.
고딩때 어떤 남자 선배가 자꾸 지겹게 껄덕대길래 거기다가 머뭇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러나 확실히 걔한텐 들리게
"저도 눈이있어요. 집에 거울 있으면 좀 봐요.... "하는 애였음ㅋㅋㅋㅋ이거보고 둘이 학창시절부터 장편으로 썼어도 진짜 재밌을텐데 했음ㅠㅠㅠ
아무튼 이 성격을 지난 10년간 죽이면서 눌러논거. 그저 남주가 좋아서.
과연 이걸 남주가 알고 있을까 싶은데.... 이걸 목격한게 남주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