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여주
XX: 남주
1.
“네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추운 날, 제발 네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나를 흘려보내도 좋으니, 네가 그저 슬프고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
2.
하지만 어째서 연약함이란 그렇게 경멸 받아야 하는 건지, 굴복을 창피하게 여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속에 담긴 녹을 듯 부드러운 감정들은, 행복함은, 정말 가치 없는 일인가?
3.
그러나 이것은 세상 사람들을, 생명들을 지키겠다는 고결한 마음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기적인 맹세이다. 이 하찮은 목숨을 다 바쳐서 그가 숨 쉬며 살아가는 이 세상을 지키리라. 이제 그는 OO의 세상이 되었다.
4.
그런데 오늘의 너는 왜 이렇게 다정할까. 쓸데없이. 너의 다정함은 달콤한 독과 같아서, 내 눈을 멀게 할 것을 알면서도 나는 기꺼이 눈을 감게 된다. 이 순간이 오로지 나의 아픔에서 비롯된 거라면, 이대로 앓다 죽어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너는 질린다는 얼굴을 하겠지. 그렇지만 XX, 나는 이제 정말 그대로 침잠하게 된다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5.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고요한 미소가 피어났다.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마치 별처럼 만개했다.
그때서야 XX은 서글피 깨달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6.
웃게 만드는 보람이 있는 사람이다. 웃으면 더 잘생겼으니까. 그 얼굴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광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7.
“그럼 여기서…… 죽이든가.”
OO는 진심을 담아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여기서 네 손에 죽는 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끄트머리엔, ‘나는 죽어서 편하겠지만 남은 너는 또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하는 걱정만 덩그러니 남는다.
XX: 남주
1.
“네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추운 날, 제발 네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나를 흘려보내도 좋으니, 네가 그저 슬프고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
2.
하지만 어째서 연약함이란 그렇게 경멸 받아야 하는 건지, 굴복을 창피하게 여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속에 담긴 녹을 듯 부드러운 감정들은, 행복함은, 정말 가치 없는 일인가?
3.
그러나 이것은 세상 사람들을, 생명들을 지키겠다는 고결한 마음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기적인 맹세이다. 이 하찮은 목숨을 다 바쳐서 그가 숨 쉬며 살아가는 이 세상을 지키리라. 이제 그는 OO의 세상이 되었다.
4.
그런데 오늘의 너는 왜 이렇게 다정할까. 쓸데없이. 너의 다정함은 달콤한 독과 같아서, 내 눈을 멀게 할 것을 알면서도 나는 기꺼이 눈을 감게 된다. 이 순간이 오로지 나의 아픔에서 비롯된 거라면, 이대로 앓다 죽어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너는 질린다는 얼굴을 하겠지. 그렇지만 XX, 나는 이제 정말 그대로 침잠하게 된다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5.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고요한 미소가 피어났다.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마치 별처럼 만개했다.
그때서야 XX은 서글피 깨달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6.
웃게 만드는 보람이 있는 사람이다. 웃으면 더 잘생겼으니까. 그 얼굴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광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7.
“그럼 여기서…… 죽이든가.”
OO는 진심을 담아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여기서 네 손에 죽는 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끄트머리엔, ‘나는 죽어서 편하겠지만 남은 너는 또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하는 걱정만 덩그러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