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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불행이 문을 두드리면 극호 후기 (약 ㅅ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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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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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딱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여기사 나오는 작품들을 자꾸 보고 있어. 그러면서 깨달은 게 나는 계몽(?) 요소는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거.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오히려 너무 남녀가 평등해서 그 부분이 이질적으로 다가오긴 하지만서도 좋았어.

여주가 불행이 많다면 많은 인생이긴 한데, 본인이 너무나도 자기 입장을 잘 알고 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 그리고 제 위치에 아울리게 당당하지. 그래서 너무 좋았어. 암만 불행한 요소가 닥쳐도 거기에 당하지 않고 자기가 잘 처리해내니까. 제목만 보고는 고구마가 많을줄 알았는데 오히려 연속 사이다 파티였어. 아주 똑부러지게 자기 권리 지키고 챙겨먹어서 아주 시원시원했어.

남주는 모든 것을 갖춘 다이아몬드수저 마법사인데, 워낙 삶이 무료하다보니 만사를 다 귀찮아해. 그러다가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 여주를 보고 호기심을 갖다가 완전히 푹 빠져버리지. 그 뒤로는 완전히 헌신적이야. 후반에 내 마음에 제일 들었던 건 둘 다 가주라서 원래는 각자 자기 가문 일이 바쁜 건데 여기 남주는 자기가 능력 있는 마법사인 데다 (=필요하면 순간이동해서 다녀옴) 자기 없어도 자기 원래 영지는 잘 돌아가니까 아무 거리낌 없이 여주 집에서 안주인 노릇하는 거. 가주끼리 연애하면 각자의 의무가 갈등 요소가 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에 아주 신선했어.

드래곤볼처럼 여주가 자기 적을 일단 제패하고 아군 만들어 이용하는 방식도 좋더라. 그렇게 자주 쓰인 건 아니지만.

선대에서 얽히고 꼬인 인연의 피해자들이 지혜롭게 사태를 풀어나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억울하다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부딪히고 해결하는 것이.

십구금이 아닌 건 좀 아쉬웠는데, 뭐 그리 중요하진 않았던 것 같아. 기물 파손이 심할 때는 좀 궁금하기도 하지만...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여자인 건 신선하기도 하지만 약간 위화감 들었어.

사건 진행이 워낙 빨라서 좀 천천히, 자세히 다뤄줬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은 것도 있어. 뭐 주인공 커플만 본다고 하면 그게 군더더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남주에 대한 서사가 좀 더 있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어. 근데 뭐 워낙 별거 없어서 남주가 그런 성격이라고 하면 납득할 수도 있고.

아무튼, 가끔 유치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나는 대체로 크게 만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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