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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qoo

그외 간호학과 마지막 실습을 앞두고 지난 실습을 돌아보는 중기 (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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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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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미래도 없었던 내가 '어떻게든 취직은 되겠지..' 하고 온게 간호학과이지만 

4학년인 지금도 아직 원서 한군데도 안썼고.. 공무원 준비할지 그냥 로컬갈지 고민중임ㅋㅋㅋ

그래도 어찌 버티다보니 휴학 한번도 안하고(이것만으로도 장하다) 곧 마지막 실습이라 혼자 생각정리 할 겸 써봐=


첫 대학병원 실습 때 병동에 배치된 실습생이 나뿐이라서 하루종일 앉지도 못하고 온갖 잡일을 했었어. 

3학년이 뭘알겠냐고... 차라리 알바가 더 낫지 이건 돈도 안주고 부리기만 부리니까 출근하는 길에 존나 죽고싶었다.... 

퇴근하고 집에와서 매일 술먹고 더쿠에도 엄청 징징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어떤 환자분이 말은 못하시고 의식만 있으신데 고집 쎄신 분이 계셨거든. 

혈압재러가면 일부러 팔에 힘주고 눈 부릅뜨고 팔 뿌리치고 나 때리려고하시구^^.. 

나 혼자가면 절대 못재고 보호자가 엄청 어르고 달래면 겨우겨우 허락하셨어 

안그래도 잡일 많은데 환자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서러워서 매일매일 이분 혈압재러 갈때 정말 스트레스였다ㅠㅠ 

근데 나 실습 마지막 날, 보호자분이 "학생 마지막날이니까 좀 재줘~" 이랬는데 

그날 날보고 처음으로 씨익 웃으시면서 혈압 재는데 힘도 안주고 완전 평온하게 팔 내주시는거야...... 이게 뭐라고 뭉클해져서.....눈물 참으면서 혈압쟀ㅠㅠ


내 성격이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살갑게 대하는 편이 아니어서 정말 기계처럼 실습했었거든

첫 실습에 데이고는 뻔뻔스러움이 늘어서 두번째 대학병원 실습 때는 환자분들에게 "아침 드셨어요~?" 이정도 말은 걸 수 있게 됨.. 

어떤 병실에 다른 분들은 나한테 말도 걸어주시고 하는데 

한 분은 내가 말걸어도 그냥 시크하게 "그래." 이러셔서 항상 뻘쭘했던 분이 계셨어

그 분 퇴원하실 때 옆에있던 보호자분이 "그동안 감사했다고 안그래도 남편(시크한환자분)이 매일 학생 왔다가면 밥은 먹고 일하는건지 맨날 물었었다"고 ㅠㅠㅠㅠㅠ하시는거야....존나 또 울컥ㅋㅋㅋㅋㅋㅋㅋ해서ㅋㅋㅋㅋ 저 잘먹고 일한다고 했더니 그 환자분이 멋쩍게 "다음에 또 봐요." 이러는데 

내가 "다음에 또 보면 안되죠 앞으로 쭉 건강하셔서 병원에선 보지마요~" 했는데 이 말 하면서 눈물날뻔........


내가 학생이라 그런지 나한테 진상(?)부리시는 분은 많이 없었던거같네 

딸같다고 예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좀 허둥지둥하면 "나는 무조건 학생편이라고 천천히 해" 하던 환자분 ㅠㅠ

고생한다고 줄거는 이거밖에 없다시면서 홍삼캔디 한가득 내 주머니에 넣어주시던 환자분ㅠㅠ

검사실 위치 알려드리려 같이가는데 쌤들 몰래 먹으라면서 초코우유 주시던 보호자분 ㅠ.ㅠ..... 쓰고보니 먹을거주신분들이구나ㅋㅋㅋㅋㅋㅋ


사실 실습을 하면서 제일 현타왔던 상황들은 환자들 대할 때보다 사실 간호사들이나 조무사들을 보면서 더 많았어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고 생명을 다루다보니 다른 근무환경보다 예민할 수 있는건 알지만 왜 학생한테 왜 화풀이를 할까 ㅠㅠ 

바이탈이랑 BST는 당연히 학생이 하는거고 반말하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학생 빨리하라고 닥달하고 짜증내고.... (학생 없을때는 대체 누가하는지요?)

실습 첫날 바이탈 9시까지였는데 8시 40분에 줬다고 초면에 학생은 잘하는게 뭐냐는 소리까지 들음 시발ㅋㅋ거지같은 성격을 가지신분들 많더라ㅎㅎ..

조무사분들 중에 나한테 자기 할 일 시키고 앉아서 폰만지시는 분도 있었음ㅋ.... 그래서 가끔가다 일시키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쌤들 보면 감사했어..

잡일도 배움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내가 '당연하게' 그 일들을 해야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현타왔었거든

(그래서 이런 잡일을 하는데 실습 케이스스터디를 어떻게 하며 이 과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었음...정답은 해피캠퍼스다..)

그치만 좋은 간호사분들도 많았어. 자기 일도 엄청 바쁜데 실습왔으니 뭐라도 배우고 가야한다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어


때문에 거지같은 성격의 간호사분들을 보면서 나는 아무리 그래도 저런 사람은 안되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고 

환자분들이 직접 병원 게시판에 칭찬글을 남기셨다는 이야기에 한 간호사분이 눈물흘리시는 모습 보면서 

처음으로 이 직업이 참 보람있는 직업이구나 하면서 간호사분들이 멋져보이기도 했어

사실 지켜보면 근무조건 환경 존나 열악해서 그냥 임상에 있는것만으로도 대단하기는 함........ 이 세상 간호덬들 화이팅


실습으로 얻은걸 정리해보면


1. 비위

이제 남 응가 치우는건 기본이고 머리 며칠 안감고 며칠 안씻은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도 버틸 수 있으며 피 철철 흘리는 것도 볼 수 있게 되었다........


2. 눈치

존나 이기적이던 내가 이제 남들이 뭐하고있거나 망설이고 있으면 뭐 도와드릴거 없냐고 나서는 눈치를 배웠다..... 


3. 먹금력

쓸데없는 말시키거나 나를 갈구는 사람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는 먹금력이 생겼다......


4. 못할 것 같아도 해야되는거라면 할 수 있다. 

못할 것 같은 일은 겁나서 아얘 시작도 안했었고 중간에 포기했었던 나인데ㅋㅋㅋㅋㅋㅋ실습도 그렇고 간호학과의 모든 커리큘럼잌ㅋㅋㅋㅋㅋ하기싫어도 해야된다면 할 수 있다라는 것?


5.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건강챙기자.

실습하는 동안 떠났던 분들도 있고, 스스로 마지막을 직감하고 준비하려는 분들을 보면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건강할 때 더 관심가지고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음......모두 건강하자 


이번 해에 실습하면서 어떤 간호사 선생님이 나보고 4학년이냐고해서 맞다니까 "역시 4학년은 다르다. 잘하네" 하신 적이 있는데 실습하면서 처음 받아보는 칭찬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맙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낱 조무래기일뿐이지만 

그래서그런가 마지막으로 느낀건 어쩌면 나도 간호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ㅋㅋㅋ

입학할 때도 성적맞춰 들어온거라 존나 싫었고 이 직업 자체가 내 성향과는 정 반대라.. 친구도 가족도 말리는ㅋㅋ길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어쩌면 나도 간호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 

아직도 이 직업이 재밌어보이고 이런건 아니지만 그냥 하게된다면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생각했어ㅋㅋㅋㅋ


아직도 고민이 많고 두려운게 많은데 이번 달 안에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ㅎ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두서없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지금 이 시간에도 일 하고 있을 간호사덬들과 고민 많을 간호과덬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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