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남자친구는 만난지 일년 좀 넘었어.
이십대 후반이라 만나면서 결혼얘기나 미래에 관한 모습을 그려본 적도 있고.
진지하게는 아니지만 뭐 그랬음 좋겠다. 이러면 어떨까 이런식으로...
만난적은 없지만 양쪽 부모님들도 만나는 사람이 있단 걸 알아.
근데 남자친구네 어머니께서 연락을 하셨더라구.
뭐 남자친구 자고있는 동안에 휴대폰에서 연락처알고 전화를 따로 거신거 같은 느낌.
만나서 남자친구한테는 만나는거 말하지 않았다.
얼굴 한번 보고 싶었다. 말 많이 들었다. 이런 안부나 형식적인 이야기들...
그리고는 직업얘기 쪽으로 들어가선 어머니께선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자를 며느리 삼고 싶대.
나는 의류매장에서 일해. 남자친구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그냥 연애는 괜찮대. 만나래. 그런데 결혼까지 가는 건 아닌거 같다고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
나도 아 이남자다! 이사람하고 결혼해야지~ 마음먹고 있던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
나도 인서울은 아니지만 대학교내내 장학금 받으면서 다녔고 수석으로 졸업해서
언론사에서 있었는데 도저히 더 못하겠고 내 적성하고도 안맞는거 같아서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
그어머니 눈에는 내가 안차겠지.
내가 그쪽일을 그만두고 지금 판매일을 선택한 결정에서 이런 시선이나 겉으로 보여지는 위치?
같은 걸 생각하지 않은건 아니야. 존중받지 않겠고, 무시당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잘할 수 있고
적성에 맞는걸 하자는 거였었거든.
내가 그쪽 어머니를 설득하면 되지!! 라고 말할 수 도 있겠지만.
내가 왜 그래야 돼냔 생각도 들어서. 나 떳떳하고 잘못하며 살아온 것도 없고
그쪽 어머니 생각도 잘못된 거 아닌데. 나는 증명하며 살아야 되는 거에 지쳤어.
늘 나는 이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잘할 수 있고 잠재력이 있고.
그렇게 면접과 이력서, 사람들을 만나며 나를 알리는 거에 이젠 지쳤어...ㅠㅠ
나도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양쪽 가족들도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그래서 남자친구와 그만 헤어질까해.
우리 부모님도 나 열심히 잘키우셨고, 나도 잘 살아 가고 있는데
누군가 싫다고 하는데 그 의견 거스르며 까지 만나고 싶진 않아.
죽고 못살정도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대사 같은데 저말 지극히 현실적인 말인거 같아.
내가 부모라면 안그렇겠냐고. 자식이 더 좋은 조건의 사람과 결혼하는거
그거 안바라는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나한테 그러시더라고.
두사람만 사랑하면 다 극복되지라는 말은
주변 지인들만 봐도 정말 아닌거 같아.
결혼이라는거 생판모르는 가족도 분명 섞이는 일이라서
둘만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은 늘 잠재적 갈등요소를 안고 가는거라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