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날 때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지는 세가지가 있다고 생각함.
부모(가족), 성별, 이름
나덬은 불행하게도 이 세가지가 다 힘든 케이스였음.
첫번째.
부모님은 너무 나이가 어려서 나를 낳았고,
장애가 있는 동생까지 낳다보니 매일 싸우는게 일이었음.
가난한 단칸방에서 늘상 칼부림에 몇 없는 살림은 맨날 부서지기 일쑤였고
나는 어릴 때부터 두드려맞고 폭언을 당했음.
그 와중에 나는 장애있는 동생을 돌봐야했고, 나는 돌봄받는다 라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음.
두번째.
내 이름은 사실 평범하고 연예인도 동명이인이 있음.
하지만 난 통통한 외모에 집에서 맞다보니 점점 내성적이게 변해서
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음. 특히 남자애들은 내 이름을 가지고 많이 놀렸는데
선생님께 일러도 그냥 니가 무시해 무시하면 그만할거야 라는 대답만 돌아왔음.
아빠는 내게 무서운 존재였지만 내가 딱 한번 아빠에게 내 이름 좀 바꾸면 안되냐고 부탁한 적이 있었음.
물론 대답은 왜 이름을 바꿔야 되냐며 안된다고 했음.
지금이야 개명이 쉽지만 그당시만 해도 개명은 굉장히 어려웠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음.
그러던 어느날, 너무너무 심하게 놀림을 당했던 그날
그때가 초4때인데 자살을 생각하기 시작함.
그리고 그 자살 생각은 8N년 생인 나의 머리를 지금까지도 지배하게 됨.
세번째.
중학생이 되면서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것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함.
왜 여자는 밤에 돌아다닐 때 겁을 먹어야 하는지도 불만이었고
내가 남자였다면, 더 강했다면 집에서 이렇게 두드려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도 내심 했던 것 같음.
그래서 그때부터 성전환 수술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미국에 있는 유명한 병원도 세군데 알아놨었음.
하지만 조사한 정보로는 정신감정을 패스해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있었는데,
그건 패스한다고 해도 가장 큰 문제는 가족과 주변인들의 인정과 동의가 있어야 수술 대상이 된다는 것이었음.
너무 높은 산을 만난 내게는 꽤 큰 좌절감이 생겼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저축하면서 살았음.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처음 좋아하게 된 사람이 여자였음.
마주치면 온몸이 아플 정도로 긴장을 하고
만나면 가진게 없는데도 그냥 다 퍼주게되는 사람이었음.
그 사람은 남자친구도 많이 사귀고 그랬지만 나는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늘 빌었음.
그러다 같은 대학까지 갔는데 내가 밥을 사기로 한 날
자기의 다른 친구들까지 우르르 데려와서 사달라는 걸 보고
나 혼자만 설렜구나, 그냥 병신호구에 지나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됨.
그래서 그날 이후 울면서 혼자 이별함.
나는 내가 동성애자인지 확인 하고 싶어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님.
만나보고, 술도 마셔보고, 얘기도 해보고, 그랬지만 한번도 어떤 끌림은 느낄 수 없었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그 사람이라서 마음이 갔던 것이고,
굳이 정의 내리자면 바이에 가깝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됨.
그리고 남자로 성전환 하겠다는 생각도 접었음.
어차피 유전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살덩어리 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지금 시점까지 내가 불만스러웠던 세가지는 여전히 바뀐게 없음.
다만 내 본가 가족들하고는 독립하면서 멀어졌고,
이름은 어차피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불릴 일도, 놀림 받을 일도 없게 됨.
성별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164의 키로 남자가 되어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들을 만나러 다니는게 바보같이 느껴져서 관둠.
그리고 수술한들 내가 죽어 흙이 되면 어차피 내 뼈를 보는 사람들은 여자의 뼈로 여길테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