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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아버지의 병을 알게 된 후 수술하기까지의 한달여 간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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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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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아버지가 계단에서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다치셨고,

괜찮다는 아버지의 말에도 부득불 끌어당겨 CT촬영을 하게 했어.

하는 김에 언니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세세하게 받기로 하고 

하나씩 검사를 했는데,

아버지의 폐에서 암으로 보이는 혹이 발견되었어.

침을 넣을 수가 없어서 수술을 통해 조직검사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혹의 모양이 심상치 않아서 주치의도 암으로 생각하라고 했고..

청천벽력 같은 말에 나와 언니는 둘이서 아버지한테 말도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초기로 보이니 큰 병원으로 가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

언니네 병원이랑 연계되어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급히 예약을 잡았어.

다행히 예약이 취소되신 분이 계셔서 우리가 원했던 교수님께 진단을 빨리 받을 수 있었는데,

사실은 교수님 만나러 가기 3일 전,

아버지의 직장에서 발견된 혹에서 암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어.


뭐랄까,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어.


아버지나 엄마한테 말도 못하고 언니랑 둘이서 언제 말을 해야하지, 고민하다가 겨우 전날에 말을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 집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생활했던 거 같아.


전이된 거면 어떻게 해야하지, 

온갖 오만 생각이 다들고 첫 진료를 받으러 가던 날에,

교수님 방에 들어가서 폐와 직장 쪽에 암이 발견이 되었다고 얘기했더니

검사를 빨리 받을 수 있게 도와주셨어.


그날 심전도와 pet-ct를 비롯해 여러가자 검사를 끝내고

이틀 뒤에 와서 기관지 내시경까지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어.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별일 아닐거라 생각하고 혹시나 전이면 어떡하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던 시기 지나고 결과를 들으러 갔었어.


다행히 초기로 보이고,

수술도 흉강경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는 말씀에 우리 가족 그날 엄청 울었다.

너무나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수술날짜도 하필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히 빠른 시일인 2월 8일 수요일에 잡혔어.


그리고 걱정했던 직장도 암으로 막 변질되는 시기에 발견된 거라고,

초기암으로 보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소화기외과 교수님의 말에도 또 왈칵 울기부터 했어.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전이 여부는 결론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셨고,

각각 생긴 이중암으로 보이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


그리고 7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을 하고,

8일, 오전 11시 30분에 수술이 시작되었고,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은 2시 50분에 끝났어. 

보호자 대기실에서 티비 화면으로 보이는 아버지의 이름과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이동했다는 문구를 보자마자 또 울컥했는데,

엄마가 아무런 말씀도 없이 그냥 기다리고만 계셔서 꾹꾹 참았어.


근데 회복실에서 아버지가 깨어났다는 얘기가 없어서 

어떻게 된건지 또 오만 걱정이 다 들었어.

1시간 반 정도 더 지났던 거 같아.

아버지 중환자실로 옮기셨고, 정리 끝났으니 가족들 보러 와도 된다고.


중환자실이라서 오래도 안되고 아주 잠깐 보러 갔다오는 사이에도 눈물나고 

안도의 한숨도 나오고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에 더 울었던 거 같다.


출근 때문에 집도하신 교수님 회진 때 못뵈고 바로 병원에서 출근했는데,

어제 오후에 일반 병실로 옮기셨다고 엄마의 전화 받고 그제서야 벌렁벌렁 거리던 심장이 안정을 되찾은 거 같아.


암부터 제거하고, 주변에 암처럼 보이는 것이 많아 원래 목표해던 것보다 폐를 더 잘라내게 되었지만,

그래도 수술은 잘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했어.


앞으로 직장암 제거수술과 폐 기능을 다시 회복해야하는 재활운동을 꾸준히 계속 해야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부분이 끝나서 우리 가족 모두 이제는 웃고 있다.


작년 연말에 아버지가 넘어지지 않으셨더라면,

내가 종합검진 다 해보자고 언니에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큰 병이어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찍 발견이 되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정말 큰 다행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아버지에게 그렇게도 좋아하는 맛있는 거 못해서 이제 어쩌냐고 농담 하셨는데

아버지가 그냥 웃으시면서 이제 그거 맛없는 거라고 같이 웃으시는 거 보니깐 

행복이 별거 아니구나, 느끼게 되더라.



여기까지 읽어준 덬들 고마워,

덬들도 꼭 부모님 건강검진 하시게 하고, 

덬들 본인들도 건강 꼭 챙기기 바랄게.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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