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길가를 걷다가 삐딱하게 서서 담배를 피는 험상궂게 생긴 사람을 보면 저런 사람들이 나쁜 짓 저지르고 다닌다는 얘기할 때도 있고. 나도 담배 피는 게 싫고 관상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건 아닌데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뒤에서 평가질 하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 상대가 나라는 게 마음이 힘들어.
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 그래? 라고 대답만 하거나 별다른 리액션을 하지 않고 빨리 다른 대화 소재로 돌려. 또는 아닐 수도 있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 하면서 우회적으로 돌려서 소심하게 반박하고 넘어가기도 해. 가끔씩 그런 말 하지마~ 이러고 넘어갈 때도 있고. 거의 매일 보는 엄청 친한 친구라서(나보다 나이 많고 취미 모임에서 만남) 이런 말을 하루에 한두번씩 들어. 이전부터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럴 거라고 넘겨짚는 것에 대해 옆에서 한마디씩 계속 듣다보니까 조금씩 쌓여서 스트레스가 된 것 같아. 그리고 이젠 나 또한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를 하나하나 평가하고 검열하는 것 같아서 친구와 내가 다를 게 뭐가 있나 현타오고 우울해져.
그럼에도 내가 친구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리해봤어. 나는 아래의 이유들 때문에 친구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직설적으로 충고하거나 불편하다고 티를 제대로 못 내겠어.
1. 나 또한 관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조진웅처럼 양아치상.
2. 나 또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외모에 대해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저 사람 키 작다, 코가 참 크다, 살집이 있다와 같은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지만 다 외모 평가이고 선입견임을 알기에 타인에게 아예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걷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한다.
3. 그래도 웬만하면 외모에 대한 평가를 입밖에 내뱉지 않으려고 한다. 나 혼자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건 또다른 문제니까. 보통 뒷담화로 흘러가기 쉬우니까.
4. 나 또한 이 친구와 함께 뒷담화를 한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긍정적인 이야기든 부정적인 이야기 모두.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근거로 이 사람은 이런 것 같다 저런 성향인 것 같다와 같이.
그럼에도 친구의 말이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친구가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넘겨짚는 것과 외모 평가에서 확장된 사람에 대한 평가질이 불편해.
또 중요한 건 친구 본인도 자신이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고 외모 평가하는 걸 잘 알아. 내가 2년 가까이 참아오다가 최근에 한번 불편하다고 진지하게 얘기한 적이 있거든. 자기도 자신의 그런 부분이 부끄러운 결점임을 잘 알고 고치고 싶은데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온대. 만약에 내가 친구한테 직언을 하면 그때마다 수용하고 고치려고 노력할 거라서 답이 없는 건 아니야.
내가 친구의 말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지, 결백하지 않은 내가 친구에게 충고나 조언을 해도 되는 위치인 건지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친구와의 인연을 무탈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