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긴글) 잘살게 됐는데도 과거를 못놔서 힘든 후기
3,429 22
2025.12.17 15:16
3,429 22


10대 때는 양아치같은 학생은 전혀 아니었지만 가수하고 싶어서 공부 안 하고
20대 때는 지방 4년제 졸업하고 취업하기 애매해서 여기저기 알바 하고

20대 중후반까지 거의 알바만 한듯 이때까지 노래를 못놓고 있었음
가요제 같은 데서 1등도 해보고 대상도 타보고 학원에서 알게 된 프로듀서 눈에 띄는 일도 생기고 이래서 뭔가 될 것 같으니까 더 못놨었어ㅋㅋ

 

계속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는데 부모님은 초딩때부터 나한테 기대가 컸어서
저런 내 모습을 엄청 속상해하고 불안해하고 못마땅해 하셨음
그래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되게 통제하고, 툭하면 불러다놓고 한탄하고 이런 과정이 심했음


넌 잘될거야 넌 이렇게 살면 안될 애야~~~했다가
세상 너같이 한심한 사람이 어딨냐, 능력 없어서 독립도 못하면서 미련 곰퉁아리 같다
이런식으로 엄청 넘나들엇음

 

나는 형제 셋 중 둘째고, 부모님 눈치 가장 많이 보던 사람이었어서 저런 말들 다 흘리질 못했음
원래 근자감 넘치고, 내가 안 해서 못하는 건 있더라도 못해서 못하는 건 별로 없다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엄청 자괴감에 빠져서 지냈었던 거 같애 공황장애도 왔었고 우울증도 왔었고
근데도 너무 외롭고 부모님 사랑이 어쩌면 고파서 알바해서라도 독립할 수 있었을 텐데 안 떠남

친구들 만나면 집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고 살았는데 그래도 꼬박꼬박 집에 기어들어갔음

 

20대 후반부터는 계약직으로 회사 두 군데에서 2~3년 일한 거 같음
이때까지가 최악이었음 부모님도 이제 대놓고 나 무시하고 인생 거의 망한 사람 취급하며 걱정하셨음(인생 어떡할거냐고)

여기서 하나 말하자면 진짜 나쁜 부모님이라기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불안도가 높고 예민한 사람들인데 내가 그걸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을 거야

 

그러다 31살부터 좀 인생이 풀려갔는데, 이 때 전에 했던 알바쪽으로 우연히 연결이 돼서
지방 중소치고는 복지 좋고 꽤 규모 괜찮은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고,

그 해 정규직 전환 확률 거의 없었는데 이 때 나이도 나이고 이거는 붙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쌔빠지게 일해서 결국 나만 정규직 됨

이제 3년차고 잘 다니고 있음

 

회사에서는 솔직하게 일잘러 포지션이고 사람들하고 두루 잘 지내

처음 나 정규직 전환 될 때도 선임들이랑 팀장이 윗선에 엄청 어필해줄 정도로 되게 좋은 평가 받았고
성격좋고 일 잘한다, 안 뽑았으면 어쩔뻔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외적으로도 지금이 20대때보다 오히려 훨씬 나아져서 그런 부분까지 다 맘에는 드는데

문제는 그러다가도 종종 확 우울감이나 막연한 두려움에 빠질 때가 있음


아 나는 사실 이럴 깜냥이 못 되는 사람인데 다시 그 미련한 못난이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 그럼 어떡하나
아무것도 속인 게 없는데 지금 날 너무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속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편안하지가 않어 

 

일할 때 똑부러지고 상황파악 못하는 편이 아닌데 왜이렇게 내 일에만 멍청이같이 미련떠는지 모르겠음

지금이 엄청 대단한 상태는 아니라고 해도 전보단 훨씬 안정적이니까, 또 난 평범한 수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자주 행복해서
지금을 좀 즐기고 싶은데, 결혼하기 전에 지금이 딱 나중에 돌이켜봤을때
그때 아직 젊고 돈도 벌고 회사에서 자리도 잘 잡고 좋았을 때지~~하고 그리워할만한 좋은 호시절같은데ㅋㅋㅋ
나는 못났을 때의 나를 내 찐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음 그럴때마다 주어진 회사일이나 그런 거에 너무 과몰입하게 돼
쌔빠지게 해야만 인정받을 거 같아서..

어떻게 해야 이제 나를 좀 믿고 덜 불안해할 수 있을까? 너무 피곤하게 살게 돼 매사 불안하고
 

목록 스크랩 (0)
댓글 2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윤채X더쿠] #여름두피쿨링케어 ‘리밸런싱 스파클링 에센스’ 체험단 (100인) 599 04.29 108,84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32,69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48,27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10,05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38,922
모든 공지 확인하기()
182097 그외 마블 소설들&코믹스 등 후기 20:03 30
182096 음식 오랜만에 배스킨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던 후기 1 20:02 83
182095 음악/공연 연극 <아트> 본 후기 4 17:16 305
182094 그외 초보운전 첫차 아반떼cn7 하이브리드 한달반 후기 4 17:09 433
182093 그외 산책하다가 귀여운 거 본 후기 6 16:19 922
182092 그외 일기장에 쓰라고 안했으면 하는 나덬의 수영장 후기 27 15:38 1,188
182091 그외 순천만 국가정원, 습지 다녀온 후기(사진 12장) 8 15:34 576
182090 그외 신종 보이스피싱 통장묶기에 연루된 후기 37 15:28 1,385
182089 그외 지브리 굿즈존 만든 후기 4 13:23 791
182088 그외 포켓몬런 8k 후기🏃🏻‍♀️🏃🏻‍♀️🏃🏻‍♀️ 11 12:24 936
182087 그외 마틸라, 세사온라인, 파르페알레르망 알러지케어 차렵 이불 사용 후기(1년 이상) / 사진 없음 2 12:18 380
182086 그외 나도 도시락 싸다니는 후기! 25 12:12 1,595
182085 그외 조부조모상 마이크로 꿀팁 12 09:48 1,625
182084 그외 뽑기,가챠 등으로 짱구 피규어존 마련한 후기 11 09:20 765
182083 그외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사용후기 19 07:20 1,095
182082 그외 섬유유연제 후기.. 4 05:57 974
182081 영화/드라마 넷플 시리즈 기리고 다 본 후기 2 01:44 680
182080 그외 로얄매치 10738탄째 후기 9 01:11 906
182079 그외 신점 보고 엄마한테 커밍아웃한 후기 24 00:25 3,169
182078 그외 Z플립5 내부 화면 고장나서 온 인터넷을 뒤진 후기 6 00:00 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