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는 양아치같은 학생은 전혀 아니었지만 가수하고 싶어서 공부 안 하고
20대 때는 지방 4년제 졸업하고 취업하기 애매해서 여기저기 알바 하고
20대 중후반까지 거의 알바만 한듯 이때까지 노래를 못놓고 있었음
가요제 같은 데서 1등도 해보고 대상도 타보고 학원에서 알게 된 프로듀서 눈에 띄는 일도 생기고 이래서 뭔가 될 것 같으니까 더 못놨었어ㅋㅋ
계속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는데 부모님은 초딩때부터 나한테 기대가 컸어서
저런 내 모습을 엄청 속상해하고 불안해하고 못마땅해 하셨음
그래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되게 통제하고, 툭하면 불러다놓고 한탄하고 이런 과정이 심했음
넌 잘될거야 넌 이렇게 살면 안될 애야~~~했다가
세상 너같이 한심한 사람이 어딨냐, 능력 없어서 독립도 못하면서 미련 곰퉁아리 같다
이런식으로 엄청 넘나들엇음
나는 형제 셋 중 둘째고, 부모님 눈치 가장 많이 보던 사람이었어서 저런 말들 다 흘리질 못했음
원래 근자감 넘치고, 내가 안 해서 못하는 건 있더라도 못해서 못하는 건 별로 없다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엄청 자괴감에 빠져서 지냈었던 거 같애 공황장애도 왔었고 우울증도 왔었고
근데도 너무 외롭고 부모님 사랑이 어쩌면 고파서 알바해서라도 독립할 수 있었을 텐데 안 떠남
친구들 만나면 집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고 살았는데 그래도 꼬박꼬박 집에 기어들어갔음
20대 후반부터는 계약직으로 회사 두 군데에서 2~3년 일한 거 같음
이때까지가 최악이었음 부모님도 이제 대놓고 나 무시하고 인생 거의 망한 사람 취급하며 걱정하셨음(인생 어떡할거냐고)
여기서 하나 말하자면 진짜 나쁜 부모님이라기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불안도가 높고 예민한 사람들인데 내가 그걸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을 거야
그러다 31살부터 좀 인생이 풀려갔는데, 이 때 전에 했던 알바쪽으로 우연히 연결이 돼서
지방 중소치고는 복지 좋고 꽤 규모 괜찮은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고,
그 해 정규직 전환 확률 거의 없었는데 이 때 나이도 나이고 이거는 붙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쌔빠지게 일해서 결국 나만 정규직 됨
이제 3년차고 잘 다니고 있음
회사에서는 솔직하게 일잘러 포지션이고 사람들하고 두루 잘 지내
처음 나 정규직 전환 될 때도 선임들이랑 팀장이 윗선에 엄청 어필해줄 정도로 되게 좋은 평가 받았고
성격좋고 일 잘한다, 안 뽑았으면 어쩔뻔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외적으로도 지금이 20대때보다 오히려 훨씬 나아져서 그런 부분까지 다 맘에는 드는데
문제는 그러다가도 종종 확 우울감이나 막연한 두려움에 빠질 때가 있음
아 나는 사실 이럴 깜냥이 못 되는 사람인데 다시 그 미련한 못난이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 그럼 어떡하나
아무것도 속인 게 없는데 지금 날 너무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속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편안하지가 않어
일할 때 똑부러지고 상황파악 못하는 편이 아닌데 왜이렇게 내 일에만 멍청이같이 미련떠는지 모르겠음
지금이 엄청 대단한 상태는 아니라고 해도 전보단 훨씬 안정적이니까, 또 난 평범한 수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자주 행복해서
지금을 좀 즐기고 싶은데, 결혼하기 전에 지금이 딱 나중에 돌이켜봤을때
그때 아직 젊고 돈도 벌고 회사에서 자리도 잘 잡고 좋았을 때지~~하고 그리워할만한 좋은 호시절같은데ㅋㅋㅋ
나는 못났을 때의 나를 내 찐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음 그럴때마다 주어진 회사일이나 그런 거에 너무 과몰입하게 돼
쌔빠지게 해야만 인정받을 거 같아서..
어떻게 해야 이제 나를 좀 믿고 덜 불안해할 수 있을까? 너무 피곤하게 살게 돼 매사 불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