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덕은 조용히" 라고 하고 싶으면 뒤로가기 눌러라
(주어 안 깔 거고 구라 섞을 예정)
n년 좋아했던 최애를 작년 이맘때 정리하기로 했음
덕질 대상이 싫어져서 탈덕했던 것은 아니고, 대상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입덕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면 탈덕해야지' 라고 마음 먹었는데 진짜 일어났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고, 잠을 하루에 3시간 밖에 못 잤고, 출근해서도 괴로워했고, 베프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만 몰래 하던 덕질이라 어디에 터놓고 말도 못했음
근데 참 황당하게도 작년 이 시기에는 전국민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대형 사건이 있어서 덕질 때문에 힘든 사람으로는 안 보였을 수 있음
나도 고통은 또 다른 고통으로 잊어가는구나란 생각까지 했었지
덕질을 정리하기로 하고 인터넷에 남아있는 내 덕질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함
누구는 문화유산 부수는 짓이다 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내 폰에 전부 덕질 대상 밖에 없었는데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았어
하루는 갤러리를 정리하고, 하루는 더쿠 댓글을 삭제하고, 하루는 트위터 북마크를 지우기 시작함
계정 분리를 안했더니 계폭할 수는 없는데 차지하고 있는 지분이 너무 커서 트위터 정리할 때가 제일 멘탈적으로 괴로웠음
몇 년간 쌓았던 좋은 추억들이 눈에 보이니까 '그냥 다 없던 일로 하고 다시 덕질할까'
'나 혼자서 한 약속 저버린다고 누가 욕하지도 않을텐데' '이러는 거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혼란스럽기 시작함 현실 부정 시기가 찾아옴
그래서 폰을 내려놓고 눈에 바로 보이는 방부터 정리하기 시작함 출근하고 나면 집에서는 잠만 자다시피 사니까 늦게 치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물리적으로 치우는 게 맘이 더 편했음
일단 굿즈를 안보이는 곳에 두고, 팔만한 것들을 추려서 중고 어플에 올려두고 몇 번 팔고 나니까 조금 괜찮아져서 다시 인터넷을 정리함
근데 예상 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내 지인들이었음 내 지인들도 넓게 보면 나와 같은 대상을 덕질하고 있었는데
나를 만날 때에도 당연히 그 얘기를 했음 그걸 듣는 것까지는 괜찮음 < 원래 들어도 모르는 척 무시함
근데 약속 끝나고 집에 오면 그 대화를 몰래 처엿들은 스마트폰이 다시 알고리즘을 돌리기 시작함
그러면 다시 폰에 덕질 대상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게 진짜 너무 매우 극히 괴로웠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처럼 느껴졌음
그게 심할 때는 지인들 만날 때 휴대폰을 꺼둔 적도 있음 제발 돌아오지 말아줬으면 해서
그렇게 한 2개월 정도 지나니까 덕질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옴
더쿠 필터링 기능도 요긴하게 썼음 덕질 관련 단어가 1부터 10까지 있다고 치면 전부 필터링 했던 것은 아니고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추려서 5까지 걸어놨더니 슼 자주 안 보는 정도로도 괜찮았음
그러다가 3~4개월쯤 됐을 때 우연히 슼에서 필터링 걸어놓지 않았던 덕질 관련 글이 보였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괴롭지 않았음
그래서 차차 괜찮아져갔고 1년쯤이 된 최근에는 옛날 덕질 영상을 본 적도 있고, 다시 카테에 들어가서 추억한 적도 있음
근데 다시 덕질하고 싶지는 않아서 필터링은 유지한 상태이고 어쩌다 또 또 또 알고리즘에 하나라도 걸리면 바로 무시하기, 차단하기 등의 기능을 사용함
더쿠는 더쿠인 게 탈덕하고 다시 옛날에 덕질하던 거 찾아갔더니 좀 편했어서 이래저래 1년이 흐른 것 같음
(사실 가장 크게 상실감을 이겨낸 행동은 따로 있는데 이건 주변에 얘기를 좀 해둬서 비밀로 해야할 듯)
내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는데
이를테면 내가 덕질할 때 어떤 타입인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고 있었음
사실 남이 볼 때는 별 거 아닐 수 있는데 독하게 탈덕하게 된 건 그때 아니면 탈덕 못하고 미친X인 상태로 더 살 수도 있어서임
나에게 관대하지 않기로 했어 그래서
난...... 으른이니까 (ಥ﹏ಥ)
좋은 추억을 쌓았던 거랑 별개로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 상식 등과 부딪히는 덕질 환경 때문에 괴로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짐
탈덕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기를.... 아니어도 뭐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