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트리거 있는 사람은 보지마!
엄마랑 박터지게 싸우고 컸고
서로 그 과정에서 할말 못할말 다 했어
엄마는 문잠그고 외할머니를 패는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 와중에 외할아버지는 자식 사랑은 끔찍했대 할머니도 그렇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가끔 연락하는 외할아버지의 전처 자식들하고는 사이 안 좋았나봐
그러다 7살 차이나는 울아빠 만나서 결혼했는데
울아빠도 가끔 엄마한테 손을 댐
문잠그고 때리는 정도는 아니라도 잊을만하면 뺨을 때리거나 머리를 때리거나 가끔 머리채도 잡았다고 함
화나면 이년저년 욕도 하고
근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어서 밖에서는 엄마가 아빠를 서브해야하는? 포지션이었어
아빠는 물론 저런 사람만은 아니고, 잘할 땐 엄청 자상하게 엄말 챙겨주고..아빠도 아빠 나름의 아픔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뭣보다 자식이라면 끔찍했어서
엄마는 아빠가 이해되면서도 죽도록 원망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식 셋을 키움
나는 그 밑에서 눈치보는 둘째 딸로 컸는데
기가 약한 편은 아니어서 내가 눈치보고 기죽어있다는 거에 엄청 반발심 표하곤 했음
자식 셋 중에 내가 제일 엄마아빠 눈치 많이 보고 불안해했거든
따지자면 집안에서 내가 가장 약자같은 위치였고,
엄마랑 아빠는 나를 당연히 사랑하긴 했는데 사람이 진짜 어쩔 수가 없는 건지, 셋 중 제일 만만하고 임의로운 나한테 좀 대충했음 덜 예뻐하고 더 기대하고, 조금 무시하고
나도 은연중에 엄마가
아빠한텐 눈치보고 언니는 어려워하고 동생은 애지중지하는데 나는 좀 만만히 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처음엔 속상해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발작버튼 눌린 것처럼 소위 지랄을 함
나는 저걸 죽어도 못견디는 예민한 성향이었고
암튼 그래서 자라면서 엄마아빠 둘 다랑 엄청 갈등 많았어
둘 다 엄청 죽도록 미워도 해봤고 그러다가도 사랑받고싶고 잘지내고 싶어서 노력도 해보는, 어떻게 생각하면 흔하다면 흔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나이먹고 모든 게 유해지고 나서도 뭔가 엄마아빠가 아직도 나를 만만히 여긴다는 생각에
끝까지 나를 챙길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제 나는 나 스스로나 부양하면서 살자 생각했는데
요샌 나이든 엄마아빠 보면서 너무 슬픔
엄마는 왜 저렇게밖에 못살았을까, 아빠는 왜 저렇게 외롭게 살까
사실은 엄마아빠도 나에 대한 죄책감, 나한테서 받은 상처때문에 속 많이 썩어있겠지 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내가 좀 더 좋은 자식이 되거나
아님 엄마아빠의 좋은 부모가 돼주고 싶음
특히 엄마의 좋은 아빠가 돼주고싶어..엄마가 불쌍해
근데 나도 자식노릇이 처음이라는 이유로 너무 엄마에게 제대로된 엄마노릇 강요한 거 같아서 후회되고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음